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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꼬치 트럭의 UX

초예민 유저를 만족시키는 방법

by 장주인

일과시간 중에 스트레스받는 일이 있었다. 심신이 모두 너덜해진 채로 퇴근하는 중이었다. 지하철 역 출구로 나와 집까지 걸어가는 길목에 닭꼬치 트럭이 와 있었다. 평소 타이트하게 식단을 하다가도 가끔은 이렇게 보상을 해주고 싶은 날이 있지. 트럭에 붙어있는 포스터가 ‘단백질이 풍부’하다며 날 안심시키도 했다. 어느새 트럭에 가까이 다가갔다.


귀에는 노이즈 캔슬링이 된 에어팟이 꽂혀 있었기 때문에 잘 들리지 않았음에도 느낄 수 있었다. 어서 오세요 한 마디에 담긴 사장님의 친절함!


“주문하시면 메뉴 한 번만 말씀해 주세요~”(세상 친절)


잠깐 고민하다 매콤바베큐 맛을 주문했다. 그 자리에서 먹기 쉽게 꼬치를 빼 주냐고 물으셔서 알겠다고 했다. 한 조각을 입에 넣었는데 맛도 참 좋았다. 옆에 있던 다른 손님들이 언제 언제 오세요~? 묻는 바람에 매주 화, 목에 오신다는 정보도 얻었다. 다 먹고 주섬주섬 먹은 자리를 치우려는 내게, 본인이 치울 테니 그냥 두고 가시라는 따뜻한 말도 잊지 않는 사장님!


다음에 또 올 것 같다.


이 짧은 시간 동안 만약 사장님이 조금이라도 불친절했다면, 또 오고 싶다는 생각은 절대 들지 않았을 텐데.

퇴근길 지친 몸을 보상하려고 기꺼이 발걸음을 멈춰 선 초예민 인간이었기 때문에.


우물우물 이런 생각을 함께 삼키며,

4500원짜리 하나 팔기도 정말 힘들구나.

남의 돈 벌고 싶으면 매사에 정말 최선을 다해야겠다.

새삼 또 느꼈다.


또 다른 나의 지친 하루를 달래주기를 기대해 보며...

어느 화요일 또는 목요일에 만나요, 사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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