받은 사람도 모름주의
우리 회사가 속해 있는 산업과 관련된 박람회가 몇 달 뒤 개최한다는 정보를 얻었다. 사전등록을 하면 무료이고, 임박해서 가려고 하면 입장료가 2만 원이란다. 일단 지금 신청하면 혹여나 나중에 일이 있어 못 가게 되더라도, 무조건 이득 아니야? 이건 알려야지. 회사 메신저를 켜서 자유로운 대화방에 들어간다.
타닥타닥.
ABC 페어
- 일정 : 0월 0일(금)~0월 0일(월)
- 장소 : XYZ 센터
지금 사전 등록하면 무료로 입장할 수 있대요!
www.abcfair.co.kr
상세페이지를 볼 수 있도록 링크를 첨부하고, 귀찮아서 클릭도 안 할까 봐 후킹을 위해 상세페이지 중 일부를 캡처해서 이미지로 첨부했다. 클릭하지 않아도 무슨 내용인지 알 수 있도록. 그랬더니 다른 팀 팀원 한분이 귀엽게 놀라는 모습의 개구리 이모지를 찍어주고 갔다.
성공!
사실 그분을 위해 올린 글이었다. DM을 보내는 게 나았을 정도로 저 정보에 관심을 가질만한 사람은 그분뿐이다.
근데 왜 자유로운 대화방에 올렸냐면...
평소 매우 내향적인 그분은 일적인 이야기를 빼면 집 갈 때까지 거의 한 마디도 안 하신다. DM을 보내면 답장하는 데만 해도 에너지 소모가 클 듯하여 그냥 모두가 보는 방에 올린 거다. 맘 같아서는 “같이 가실 분~~” 하며 파티원을 모집하고 싶었지만, 같이 가자고 불러내면 쏙 숨어버릴 것 같았으므로 건조하게 정보만 전달했다. 이것이 나름의 배려였다. 그녀는 알까, 내가 이렇게까지 본인을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알면 도망가실지도.
나만 아는 배려.
수요 없는 공급일 수도 있지만,
개구리 이모지 하나에 하루 종일 기분이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