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꿈의 크기는...
최근에 집 근처 독서 모임에 한 번 나가보았다. 전부터 눈여겨보다가, 마침 여건이 되어 참여 신청을 할 수 있었다. 그날은 각자 원하는 책을 가져가서 이야기하는 날이었다. 각자가 책을 읽고 난 후 느낀 점을 공유해 주거나 책 덕분에 모두에게 묻고 싶어진 질문을 던지는 방식이었다. 그중 한 명의 질문은 다음과 같았다.
1년 정도의 연봉이 주어지고, 그 1년간 뭐든 할 수 있다면 그 시간에 무엇을 하고 싶나요?
돈을 전혀 안 벌어도 된다면, 무슨 일을 하고 싶냐는 질문은 종종 받아봤지만, 딱 연봉만큼의 돈과 시간이 주어진다고 하니 평소보다 구체적으로 고민하게 됐다. 늘 도전하고 싶었던 남미 여행, 혼자 고립되어 읽고 싶은 책 마음껏 읽기 등등… 모임 사람들은 각자 하고 싶은 일들을 성심껏 고민하고 공유해 줬다.
1년 정도 일을 안 해도 현재의 근로소득 정도가 생긴다는 거지… 생활비 좀 아끼고, 그래도 시간이 생기니까 그러면 사이버대학원 말고, 직접 출석하는 대학원에 갈 수 있겠다... 고까지 생각한 뒤, “대학원에 들어가서 제대로 글쓰기를 배워보고 싶어요. 문예창작학과. 글 쓰는 사람들 틈에 둘러싸이고 싶어서요.”라고 말했다.
독서 모임장은 지금처럼 여러 가지 일을 벌일 것 같다며 본인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제가 꿈이 좀 큰 편이라서… 창업을 몇 번 했고, 지금도 창업가로 활동하고 있는데 아마 계속 새로운 일을 벌여보지 않을까 싶어요.”
‘큰 꿈’이라는 말이 계속 마음에 남았다.
내가 가진 꿈은 큰 꿈은 아닌가? 사실은 나도 더 큰 과업을 이룰 수 있는 사람인데, 스스로 한계를 너무 작게 그려둔 나머지 나의 가능성을 제한하고 있는 건가?
120살까지 살고 싶은 내게 꿈은 너무나 멀게만 느껴진다. 사실 ‘꿈’이라는 글자 그 자체만으로도 이미 크다. 앞으로 살(고 싶은) 날이 90년이나 남아서인지 그동안 한 곳만을 바라보고 걸어야 할 것만 같은 압박감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내가 인지하는 시간은 딱 30분 정도였다. 지금 당장 즐거운 것, 행복한 것만 따라가며 살았다. 그렇게만 살다가 이런 일 저런 일을 겪고 나니, 오늘 하려던 일을 모두 완수한 행동이 내일의 나를 기쁘게 해 준다는 사실도 깨닫게 되었다. 이렇게 된 지 고작 몇 달밖에 안 되어서 그런지 아직 내게 거창한 꿈은 없다.
시간이 지나며 내가 좋아하는 것, 원하는 것은 계속해서 바뀌었다. 10년 뒤, 20년 뒤에 내가 어떻게 살고 싶을지는 지금의 나는 알 수 없다. 오히려 그것을 확신해서 그대로만 살아간다면 그게 날 더 불행하게 만들 것 같은 느낌도 있다.
꿈… 명사 말고 동사로 얘기해도 된다고 아무리 기준을 낮추어도, 여전히 내 꿈을 정의하는 건 어렵다.
당장 오늘 어떻게 살고 싶은가는 답하기 쉽다. 오늘 하려던 걸 모두 마치고 잠자리에 들고 싶다. 그래서 오늘도 글을 썼다.
모임에서 이야기 나눈 책 : 블루타임 - 최종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