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쏘아 올린 공
청와대에 다녀왔다. 원래는 아무 관심도 없다가, 8월부터 관람이 중단된다는 뉴스를 보고는 괜히 가고 싶어져 관람을 예약했다. 리미티드 에디션의 위력인가. 엄마랑 다녀오고 싶었으나 나 같은 사람이 많았는지 2자리는커녕 1자리 예약하기도 쉽지 않아 어쩔 수 없이 혼자 가게 되었다.
본관부터 영빈관, 관저, 오운정, 침류각, 상춘재, 녹지원 등 신나게 구경을 했다. 휘둥그레 해지는 광경에 이리저리 찰칵찰칵, 셔터를 누르는 손이 바빴다. 그러다 뒷 배경과 함께 있는 내 모습을 남기려니 모르는 누군가에게 말을 걸어야만 했다. 청와대 본관을 배경으로 두 번, 춘추관 안에 있는 포토존에서 한 번, 총 세 번의 부탁을 통해 원하는 사진을 건질 수 있었다. 반대로 누군가의 사진도 세 번 정도 찍어주었다.
사진 촬영은 상대가 나의 휴대폰을 훔쳐 달아나지 않을 거라는 믿음이 있어야만 부탁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누구에게나 쉽게 휴대폰을 넘길 수 있다는 점에 새삼 감사했다. 이런 부분은 국민 모두가 느낄 수 있는 장점이며 곧 우리나라가 가진 강점이기도 하다. 몇 년 전 바르셀로나 여행을 할 때는 소매치기가 두려워 가방과 휴대폰에 주렁주렁 줄을 달고 다녔던 기억이 있다. 믿을 수 있는 환경에서는 불필요한 비용의 지출을 아낄 수 있어 참 좋다.
물론 이건 단순히 “믿어주세요”해서 가능케 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믿을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청와대에 입장할 때는 모두가 개별 입장 코드를 갖고 있기 때문에 어떤 사람들이 입장했는지에 대한 데이터가 남아 있었다. 또, 도처에 CCTV가 설치되어 있었으며, 사방에서 관람하는 사람들의 보는 눈도 더해져 서로를 믿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신뢰라는 것은 사실 한 번 깨지면 다시 붙이기는 어렵고, 이미 잃은 신뢰를 다시 회복하기 위해서는 0에서 쌓기 시작하는 신뢰보다 두 배, 세 배, 어쩌면 그 이상의 노력이 들지 않던가.
회사에서도 마찬가지다. 적절한 수단과 장치가 마련되면, 팀에서 서로를 의심하는 데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고 더욱 건설적인 방향에 자원을 쓸 수 있다. 근무지에서 휴대폰 카메라의 사용을 제한하는 테이프를 붙이게 하는 것, 권한에 따라 접근 가능한 정보의 차등을 두는 것, 업무 메일을 주고받을 땐 상급자나 팀을 참조하는 규칙, 특정 IP에서만 어드민 시스템에 접근할 수 있게 한 설정, 근태 기록이나 주간 업무 보고 등. 이런 모든 것들은 결국 서로를 의심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서로를 더 믿을 수 있게 하는 장치다.
청와대로 시작해서 신뢰자본으로 끝난 글. 누군가를 믿지 못하겠어서 고민이 된다면, 제대로 믿을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공부를 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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