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끄러워도 감사합니다
어김없이 산에 가려고 모였다. 유독 데시벨이 큰 사람이 한 명 있었다. 시작부터 끝까지 볼륨이 잦아들지 않았다. 그 덕에 모두가 두 배로 진이 빠진 등산이었다. 그럼에도 함께 고통받는 상황이 웃겨서 재미있었다.
평소에는 힘든 산을 다녀와도 일부러 낮잠을 자려고 하지는 않는데, 하도 기가 빨려서인지 샤워를 하고 나서 한 시간 정도를 침대에 엎드린 채로 쿨쿨 자버렸다. 개운했다. 약간은 몽롱한 채로 다시 주섬주섬 밖에 나갈 채비를 하고 도서관에 갔다. 지난주에 빌린 시집을 반납하고, 이번 주에 읽어야 하는 시집을 새로 빌렸다. 돈 벌 궁리를 하려고 가져간 노트북은 갑자기 먹통이 되어 날 도와주지 않았다. 파란 화면만을 띄우는 노트북을 닫아버리고, 평소 읽으려고 눈독 들이던 돈 얘기 하는 책을 검색했다. 1탄은 누군가 대여중이었지만 2탄은 마침 있길래 책장에서 꺼내왔다. 1탄은 예약을 해두었다.
한참 열심히 읽고 있는데, 밥 먹자고 불러내는 사람이 있었다. 할 일이 있기도 했고 와봤자 또 혼자서만 마이크를 쥘 사람이라 달갑지 않아서 거절했다. 그런데 몇 번이고 계속 오겠다길래 굳이 또 오는 걸 막고 싶지도 않아서 몇 번 실랑이하다가 그냥 알겠다고 했다. 그녀가 도착하기 전까지 열심히 책을 읽다가 시간 맞춰 나갔다.
평소였으면 내 돈으로 절대 안 사 먹을 비싼 한우갈비를 먹으러 갔다. 쥐콩만큼 나오는 1인분에 2만 원. 돈 걱정 말고 먹고 싶은 대로 시키라고 했다. 3개 시키고, 추가로 하나 더 시키고, 된장찌개에 계란찜에 밥까지 푸지게 먹어버렸다. 발렛비도 내야 하는 식당이었다.
그리고는 카페에 갔다. 그녀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시켜 마시고, 난 초코를 뿌린 밀크 아이스크림을 시켜서 푹푹 퍼먹었다. 커피도 그녀가 샀다.
집에 가는 차 안에서 갑자기 가방에서 오만 원짜리 여러 장을 꺼내더니 내게 건네줬다. 용돈이라고 했다.
용돈 주는 줄 알았으면 처음부터 얼른 오라고 했지.(?) 부모에 동생까지 챙기느라 K장녀가 고생이 많다. 아침에 만난 목청은 다시는 만나고 싶지 않았는데 저녁에 만난 목청은 다시 볼 의향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