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수저는 없다

by 장주인

날이 더워도 운동을 하러 간다.

저녁에는 닭가슴살을 먹는다.

전날 과식했으면 다음날 아침은 건너뛴다.

이런 하루가 모여서 비만이 아닌 몸을 만든다.


빼짝 마른 몸을 원할 때도 있었지만 지금은 아니다.


지하철 계단을 오를 때 몇 개만 올라도 헉헉 대던 몸

크게 입으려고 산 티가 적절히 맞는 몸

더운 날 유난히 더 더운 몸

말고,


지하철 계단 따위에 스트레스받지 않는 몸

크게 입으려고 산 티가 크게 입어지는 몸

더운 날만큼만 더운 몸

이,


딱 내가 원하는 정도다.

이를 얻기 위해 그만큼 포기해야 되는 것이 있었다.


그저 누울 데만 보이면 드러눕기

엽떡, 요아정이 땡기는 족족 시키기

비 오면 비 온다고, 맑으면 맑다고 운동 안 하기



예전에 몸이 탄탄한 친구한테 “너는 근수저라 좋겠다”라며 부러워한 적이 있었다. 그 친구는 이렇게 답했다.


근수저 아니야.
너네가 놀고 잘 때, 난 운동을 한 거야.


그때 깨달았다. 아, 저 친구가 운동을 할 때 나는 안 한 거였구나. 그냥 그 차이였구나. 그 일 이후로 ”재능“이라는 것을 너무 고평가 하는 태도, 그래서 노력을 덜 하는 것을 정당화하는 태도를 고치려고 부단히 노력했다.


요즘 읽고 있는 책 <언스크립티드>에도 비슷한 내용이 나온다.


해변의 멋진 남자에겐 분명 과정이 있었다.
...
비만은 과정 포기의 결과이고, 건강은 과정 이행의 증거다.


아마 성공으로 가는 과정도 건강한 몸을 유지하는 것만큼, 어쩌면 그 이상으로 힘든 일인가 보다. 그러니까 저자가 이 얘기를 하고 있는 거겠지?


그래도 괜찮아.

10kg도 빼봤는데 못할 게 뭐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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