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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혈당과 혈당스파이크 사이 그 어딘가

건강한 식단을 추구하고 있습니다만

by 장주인

밤 열두 시 반에 엽기떡볶이를 먹고 혈당스파이크가 온 듯한 기분으로 잠에 들었습니다. 다음 날 아침은 엽떡을 상쇄하기 위해 공복을 유지하고자 했으나 아부지가 김밥을 싸주시는 바람에 또 열심히 탄수화물을 섭취했습니다. 점심 저녁에라도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고 싶었는데 워터파크에 갔습니다. 워터파크에는 맛있는 것들이 참 많았고 물놀이는 평소보다 저를 더 허기지게 만들더군요. 닭다리, 햄버거, 츄러스, 초콜릿아이스크림 라떼, 블루베리까지 야무지게 물고 뜯고, 저녁으로는 또 아버지가 싸 주신 김밥을 마저 먹었더랬죠. 집 가는 길 졸려서 라떼도 한 잔 마시고, 어쩌다 보니 자두도 먹고요.



무조건 원상 복구해야 된다는 생각으로 늦은 밤 달렸습니다. 4.4킬로 정도를 달렸고, 사우나급 온도와 습도로 땀을 쭈욱 흘렸습니다. 다음날 일어나서도 최대한 오래 공복을 유지하고자 했습니다. 아침은 거르고 출근을 했고, 점심도 생략했어요. 그러다가 배가 슬슬 고파지기도 하고, 저녁에 요가를 갈 계획이라서 이르게 무언가를 섭취하려고 했습니다. 마침 저번에 사다 놓은 프로틴 음료가 있어서, 그걸 좀 마셔줬어요. 탄수화물부터 먹으면 혈당 스파이크가 온다고 하잖아요. 그리고는 어제 산 자두를 두 개 들고 왔거든요. 그중 한 알을 먹었어요. 과일에도 탄수화물이 있으니까, 단백질 먼저 먹고 탄수화물 먹었으니 잘했다고 생각하고 뿌듯해했죠. 약간의 지방도 보충할 겸 아몬드를 9알 정도 집어 먹었어요.


일을 좀 더 하다 보니, 퇴근시간 즉 저녁시간이 다가왔어요. 아까 말했듯 요가를 가야 하니, 지금 사무실에서 저녁을 먹어야 조금 소화가 된 다음 요가를 할 수 있었어요. 그래서 냉장고에 비축해 둔 닭가슴살을 하나 데우고, 남은 자두 한 알을 먹었죠. 내 몸이 원상 복구되고도 남았겠다 싶은 뿌듯한 절제였어요.



그리고는 퇴근하고, 잠시 쉬다가 요가에 갔습니다. 약간 배가 아프기 시작했어요. 콕콕. 엎드리는 자세를 할 때 자꾸 1-2초씩 잠에 들기도 하더라고요. 식은땀도 약간 나는 것 같았는데 밥을 못 먹어서 기운이 없나 보다 했죠. 60분 요가를 마치고, 장이나 보러 가려고 동네 친구에게 전화를 했어요. 근데 윗배가 뽈록해지고 뭔가 얹힌 것 같은 게 소화제를 먹어야 될 것 같은 거죠. 그래서 소화제를 챙겨 먹으려고 산책 전 집으로 향하는데, 계속 어지럽더라고요.


챗지피티를 켰습니다. 내가 이런 상황인데, 소화제를 먹으면 될까? 물었더니, 일단 일시적 완화를 위해서는 먹으래요. 그리고 긴 시간 공복일 때는 단백질이 아니라 탄수화물부터 먹어야 한다더라고요. 공복 후 단백질은 위산이 급격히 분비되며 속 쓰림이나 체한 느낌을 유발한대요. 그리고 자두에 있는 탄수화물은 그 양이 너무 적어서, 혈당을 안정적으로 올리기에는 부족했대요. 또 포도당이 아니라 과당이라서 흡수가 비교적 느리고, 간에서 먼저 대사 되기 때문에 “빠르게 기운이 돌아오는 탄수화물”의 역할을 할 수가 없다더라고요. 그래서 빨리 탄수화물을 먹으래요. 바나나나 식빵 한 조각, 아니면 꿀 한 티스푼과 따뜻한 물, 아니면 미숫가루나 식혜 같은 액상 탄수화물로요. 근데 시간이 벌써 10시여서 이 늦은 시간에 탄수화물을 먹는 게 부담스러운 거예요. 이러려고 내가 식욕을 참은 게 아닌데… 하는 생각을 하면서요. 그래서 그나마 스스로 타협을 해서 집에 있던 꿀을 반 티스푼 먹고는 챗지피티한테 보고했죠. 그랬더니 아직 충분하지 않다면서 자꾸 탄수화물을 권하는 거예요. 왜 자꾸 권하는지까지 설명하면서요.


날 설득하는 챗지피티..


몸 전체에 빨리 연료를 주지 않으면 계속 어지럽고 힘이 빠질 거래요. 그래서 오트밀을 반숟가락 정도 덜어서 뜨거운 물에 불려서 먹었습니다. 그랬더니 또 조금씩 기운이 돌아오는 것 같더라고요. 소화도 슬슬 되는 듯했고요. 그리고 친구를 만나러 나가는데 아직까지는 허약한 기운이 있어서 천천히 걸었는데, 점점 나아지는 기분이 들기는 했어요. 그리고 마트에 도착해서 마침 바나나가 보이길래 한 송이를 사고, 그 자리에서 바로 하나를 떼어먹었습니다. 맛있더라고요. 역시 인성은 탄수화물에서 나온다는 말이...


그러고는 다시 집에 와서 글을 쓰고 있어요. 혈당 스파이크가 싫어서 규칙을 준수하는 한편, 어떤 날은 혈당 스파이크가 올 만큼 푸지게 먹고, 또 저혈당이 올 정도까지 식욕을 억제하는 글입니다.


저는 제 눈앞에 있으면 절제를 잘 못하고 다 먹어요. 눈앞에 피자가 있으면 피자를 다 먹고, 건강한 샐러드가 있으면 또 그거대로 맛있게 다 먹고요. 제가 건강한 식단을 유지하려면 계속 눈앞에 건강한 것만 갖다 놔야 해요. 엽기떡볶이는 제가 시킨 게 아니라 마침 본가에 내려간 사이에 저의 혈육이 시켜버린 거였어요. 제 일상을 벗어나면 곳곳에 유혹이 도사리고 있는데, 저도 눈앞에 맛있는 걸 봐도 잘 절제하는 사람이고 싶습니다. 내일부터는 다시 평소처럼 적당히 건강한 아침, 적당히 건강한 점심과 저녁을 먹어야겠습니다. 엽떡 한 번에 기절할 뻔했네요.


오늘 글은 어떤 가치가 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건강한 식단을 추구하는 사람의 치열한 식단 관리 실상을 보실 수 있는 글이었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건강한 식단을 합시다. 시행착오는 제가 미리 겪었으니까 반복하지 마시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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