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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예 Dec 28. 2018

아이 주도 식사, 음식과 친해지는 4단계

아이 주도 식사 솔루션 #11


‘아이 스스로 밥을 잘 먹는다.’는 것은 모든 부모가 바라는 이상적인 식사 모습입니다. 내 아이가 잘 먹을지 아닐지는 낳아서 키워봐야 알아요. 동시에 부모가 아이에게 어떻게 잘 먹일지 궁리하고 애쓰는 노력이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만 연령에 맞는 식사가 원활히 진행됩니다. 
     
잘 안 먹는 아이를 둔 부모의 눈에는 다른 아이들보다 턱없이 부족한 식사량과 더 강력한 음식 거부만 주목받는 경향이 있어요. 이는 타인과 비교하며 내 아이에 대한 객관적인 시선을 가지지 않기 때문인데요. 유아기뿐만 아니라 음식 거부에 대한 매우 곤란한 시기를 오래 가져가지 않으려면 내 아이의 특성만을 봐야 합니다. 
     
다른 집 엄마가 그 아이에게 무엇을 얼마나 먹이고 그 아이는 어떻게 먹는지는 중요하지 않아요. 그보다는 내 아이만을 위한 식습관 형성을 위해 객관적인 시선으로 푸드 네오 포비아를 바라봐야 해요. 식자재에 대한 친숙성을 키워가며 좋아하는 음식의 범위를 넓혀가야 푸드 네오 포비아가 줄어드는데요. 당시 큰아이의 푸드 네오 포비아를 줄이기 위해서 제가 선택한 방법은 푸드 브리지(food bridge)였습니다.



푸드 브리지는 싫어하는 식자재를 여러 가지 방법을 통해 노출하는 정도를 달리하면서, 거부감을 줄이고 식습관을 교정하는 방법이에요. 보통 푸드 브리지를 할 때 채소를 이용합니다. 그 이유는 아이들이 가장 싫어하는 재료가 채소들이기 때문이에요. 아이들은 왜 채소를 싫어하는지 한 번 생각해보셨어요? 
     
아무리 몸에 좋은 채소라 해도 아이들이 거부하는 건 본능입니다. 원래 식물에는 다 독성이 있어요. 정도에 차이가 있을 뿐이지 식물의 독은 인간 생존을 위협하기 때문에 몸이 먼저 거부하는 건 당연한 겁니다. 우리가 쌉싸름하다고 여기는 쓴맛과 향긋한 채소들이 아이들에겐 다르게 느껴지거든요. 그런데도 채소로 푸드 브리지를 하는 이유는, 다행히 채소는 다양한 조리법으로 요리에 활용하기가 쉽기 때문이에요.
     
총 4단계로 이루어진 푸드 브리지는 아이와 함께해야 의미가 있습니다.


하나의 식자재를 최소한 8회 이상 노출을 시켜야 한다는데요. 똑같은 요리가 아니라 다양한 조리법으로 아이의 호기심을 자극해야 합니다. 
    

1단계 <친해지기>
이 단계는 재료를 그냥 눈으로 확인하는 단계에요. 같이 장을 본다거나 요리책이나 음식 그림책을 보고, 채소 캐릭터가 나오는 그림책도 함께 읽으면서 생긴 모양과 이름이 친숙해지게 해주세요. 

채소 모양의 식기들에 좋아하는 음식을 담아 먹거나, 텃밭에서 채소를 가꿔보기도 하고 미술 재료로 채소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돼요. 나이에 상관없이 채소 단면 도장 찍기로 창의적인 생각을 이끌어 보세요. 또는 갈 거나 즙을 내서 문지르며 놀고 그걸로 그림을 그려도 돼요.

아이들과 요리를 하기도 하잖아요. 그럴 땐 먹을 필요는 없지만, 장식용으로 쓸 방법을 생각하시면 돼요. 파프리카와 토마토는 꼭지를 잘라내고 씨를 꺼내면 그릇이 되겠죠? 찐 단호박도 괜찮은 그릇이 됩니다. 애호박은 큰 덩어리로 자르고 씨를 크게 도려내면 원통이 되니까 이것도 그릇처럼 활용할 수 있어요. 먹지 않아도 좋아그냥 예쁘게 해보자~”라면서 활용하신다는 게 중요해요.
    

2단계 <간접 노출>
이 단계에서부터 맛을 보게 하는데, 눈에 훤히 보이는 상태로 먹게 하는 건 아니에요. 형태를 완전히 없애고 다른 음식을 만드는 단계에요. 채소를 갈아 즙을 내서 반죽 놀이를 하다가 국수나 수제비, 팬케이크를 할 때 따로 준비한 깨끗한 즙을 넣으면 되고요. 무, 파, 양파 같은 경우는 육수 뽑는데 활용할 수 있어요. 이때도 썰어서 냄비에 넣는 과정을 아이가 할 수 있도록 하시면 돼요.

요리는 어느 정도 참여해서 하더라도 적극적으로 안 먹을 수도 있어요. 이때는 같이 요리하니까 참 재미있다.” “음식이 더 맛있는 거 같아.” “함께 해줘서 고마워.”라는 인사로 아이의 기분을 살려주세요. 
  

3단계 <소극적 노출>
이제 눈에 보이는 대로 먹는 단계에요. 가장 좋은 건 일단 덮밥과 볶음밥입니다. 그리고 더하자면 피자와 스파게티가 있습니다. 재료의 비중으로 따져보면 싫어하는 건 한 5%만 넣어서 맛이 강하지 않게 해주세요. 전체 재료에서 5%는 눈에 듬성듬성 보이는 정도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아이는 재료가 눈에 보여서 긴장감 때문에 멈칫할 수는 있어요. ‘얘가 또 그러네’라는 마음이 들 수 있겠지만 역시 격려해주며 요리를 같이해준 것에 대한 마음 표현을 먼저 해주세요. 계속 먹어보라는 것에만 집중하면 아이는 스트레스를 받게 되니까요.

마지막 4단계 <적극적인 노출>입니다.
재료 본연의 맛이 그대로 느껴지도록 아예 대놓고 식자재를 먹이는 단계예요. 1, 2, 3단계가 맛의 조연 역할이었다면 이젠 주연으로 슬며시 들이밀면 되는 단계인데요. 대신에 주의하셔야 할 게, 전혀 낯설거나 싫어하는 음식으로 만드는 건 피하셔야 하고 평소에 좋아하던 식감을 살려 요리를 하셔야 해요.

마시는 걸 좋아하는 아이라면 주스가 적합해요. 안 먹는 과일을 갈아서 주스로 만들 때 달달한 시럽을 넣어주거나 좋아하는 과일에 잘 먹지 않는 잎채소나 뿌리채소 등을 섞은 주스도 좋아요. 바삭함을 좋아한다면 뿌리채소를 얇게 썰어서 튀겨주세요. 당근 칩, 우엉 칩, 연근 칩, 고구마 칩 등은 바삭해서 반찬이나 간식으로도 괜찮더라고요.
     
보이는 모양 그대로 받아들이게 도와주세요. 얇게 자른 연근 구멍이나 호박이나 당근을 동그랗게 잘라서 중간을 파낸 자리에 다진 고기나 새우를 채워 전을 해보는 것도 좋아요.
     
이 푸드 브리지가 결국에는 뭐냐면, 단 한 번이라도 먹음으로써 아이 스스로 성취감을 느끼게 하려는 거예요. 아이들은 본능에 충실해요. 단맛 좋아하지요? 생존 욕구에요. 에너지원이 된다는 걸 알거든요. 거기다가 단맛이 나는 것은 대체로 부드럽습니다. 삼키기가 좋아요. 채소는 안 먹지요? 앞서 말씀드렸듯이 아이들에게 쓴맛은 ‘독’입니다. 그리고 혀 미뢰가 예민한 아이들에겐 대부분 거친 재료들이지요. 그리고 입맛을 돋워주는 신맛은 음식이 상했다고 인식을 해요.




그렇다면 음식들이 상하지 않았고 독이 없다는 걸 알려주기 위해서 노력을 해야 해요. 그런데 우리는 이미 하고 있어요. 조금이라도 더 먹이시려고, 맛있게 해주시려고 유아식 책이나 요리책을 보시는 노력을 말하는데요. 아이는 이런 엄마의 정성을 잘 몰라줍니다. 왜냐하면 자기중심적 사고의 존재거든요. 그런데 우리도 우리만 생각하는 경향이 밥 차림에 나타납니다. 나는 온갖 음식을 다 먹을 수 있다고 자신하시나요? 
     
저는 푸드 브리지가 단순히 아이의 음식 거부, 편식을 줄여주기 위함만은 아니란 생각이 들더라고요. 아이를 위해서 시행을 하다 보니까 저의 식습관과 편식을 살펴보게 되었어요. 편식이라는 기준은 개인차가 있죠. 저와 남편은 편식해요. 저는 생선이 눈 뜨고 저를 쳐다보는 게 싫고 미안해서 생선을 잘 안 먹어요. 남편은 소화가 잘 안된다는 이유로 소고기를 먹지 않습니다. 엄마 아빠가 아이 성장에 꼭 필요한 단백질인 생선과 소고기를 안 먹는데 아이에게만 완벽을 요구할 수는 없지요.
     
아이의 밥상을 살펴보면 평소 우리가 무엇을 선호하고 무엇을 멀리하는지 알 수가 있잖아요. 엄마 아빠의 식습관 때문에 아이가 다양한 재료를 접하지 못한다면 그야말로 편식으로 이끌게 돼요. 아이의 식습관이나 편식을 ‘고쳐야 하는 과제’로 받아들이기 전에 우리 각자의 편식은 없는지 식습관은 어떠한지 먼저 점검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니 무조건 애만 잡으려 하지 말고 우리가 놓치고 있는 외적인 요인은 없는지 살펴보아야 해요. 
     
다른 음식들보다 더 계획적으로 의식을 하고 평소 잘 사지 않는 재료들을 한 번씩 구매해보세요. 요즘 인터넷 검색하면 요리법 많이 나오잖아요. 따라서 해보세요. 그리고 솔직해지세요.


엄마도 원래 이거 잘 안 먹는데 
너랑 먹으면 한 번이라도 먹을 용기가 
날 거 같아서 준비했어. 
같이 먹어줄래?


아이가 먹어주길 바라는 재료가 있다면 이게 어디에 좋고 어떻게 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식으로 말을 하게 되잖아요. 그런데 이런 막연한 설명은 아이가 이해하기 어려워요. 그보다는 '너와 함께, 너와 같이 먹는 기쁨을 느끼고 싶다.'라는 마음을 전하면서 음식을 차리고 밥을 즐기는 것에 참여를 유도해보셨으면 합니다.


아이 주도 식사 솔루션은 밥과 아이를 대하는 엄마 마음과 아이 스스로의 식사 선택을 전제합니다. 입 짧은 첫째와 먹성 좋은 둘째를 통해 터득한 아이주도 식사 해법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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