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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예 Oct 18. 2018

아이 스스로 음식을 달라고 하는 마음

아이 주도 식사 솔루션 #08 


 아이 주도 식사에서 ‘아이 주도’는 음식을 오감을 이용하여 호기심 있게 받아들이는 것인데요. 여기에는 아이가 스스로 음식을 달라고 하는 마음이 포함되어 있어요. 아이 주도 식사(이유식, 유아식)가 자연스러운 아이들은 밥 차렸으니까 와서 먹으라는 말에 저항이 거의 없지요. 엄마가 뭘 차렸나 보고 싶어 목이 쭉 빠지거나 까치발을 합니다. 눈에 다 들어오기까지 식판에서 눈을 떼지 않죠. 너무나 예쁜 모습이고 행복한 기다림입니다. 그러나 엄마가 보기에 주도적으로 음식을 달라는 마음이 전혀 보이지 않는 아이라 할 땐, 그런 마음이 들도록 도와주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둘째 아이가 아침을 거르고 무조건 나가서 놀겠데요. 눈을 뜨고 방을 나오자마자 놀러~ 놀러~ 라며 노래를 합니다. 졸졸 쫓아다니며 나가자는 타령입니다. 나갈 때까지 할 것 같고 어떻게 달래도 밥을 절대 먹지 않을 거 같아서 큰 씨름 없이 그러자 하고는 챙겨 나섰습니다. 아이는 화단 관찰을 좋아하기에 천천히 구경하며 걸었어요. 다리 아프니까 안아달라고 할 때까지요. 돌아올 때 허기를 느꼈는지 두유 달라고, 우유 달라고 합니다.


 처음에는 아이를 안고 오면서 애 배고픈 거 생각도 안 하고 돌아다니기만 했나 자책했어요. 잰걸음으로 마음을 달래보았고요. 하루 이틀 익숙해지면서는 잰걸음이 아니라 ‘배가 고프구나. 밥을 먹지 않으면 이렇게 힘이 없어. 이제 집에 가서 밥 먹자.’라며 아이에게 말을 하게 되었어요. 그런데 무슨 뚝심인지, 배가 고파 두유를 찾았으면서 차린 밥을 보고도 바로 먹지 않아요. 그러면 저는 꾀를 냅니다.      


‘엄마 커피 타 줄 사람?’ 둘밖에 없는데 저는 누군가를 찾아요. 

그러면 ‘나!’ 하면서 아이는 대답을 하죠. 그 호기심을 이용했어요.     


커피를 타려면 힘이 있어야 하니까 한 입

커피 탄다고 애썼으니까 한 입

물 병뚜껑 닫는다고 힘썼으니까 한 입

정말 맛있게 타서 칭찬해야겠다며 한 입 등등     


아이는 코감기라 컨디션이 안 좋은 상태였기에 밥을 거부하며 투정을 부렸던 거에요. 그런데 커피 타는 놀이를 하면서 밥 한 공기를 다 비웠습니다. 기본 먹성이 있는 아이라서 무언가는 먹을 수 있는데 그것이 스스로 밥을 뜨는 귀찮음을 이기지는 못했던 거에요. 두유나 우유만 찾았던 거로 보아서는 씹는 귀찮음도 포함된 듯합니다.     



 첫째 아이의 비슷한 성장 시기를 떠올려 봤어요. 아이는 온종일 배고프다는 말을 하지 않는 날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그 흔한 과자도 찾지 않을 만큼이요. 아이는 몸을 많이 움직이며 놀지 않고 한자리에 앉아 사부작사부작 노는 성향이었어요. 그것을 알고는 아이가 좋아하는 활동을 포함해서 신체적 에너지 소모를 위해 외부활동을 많이 하려고 했어요. 스스로 배가 고프다는 말을 하도록 하기 위해 같은 코스로 오전 나들이를 하는 계획을 세우고 실천했습니다.


 그래도 밥 달라는 말은 죽어도 안 해요. 그런데 배는 고픈지 가다 말고 쪼그려 앉아 쉬기를 반복했어요. 배고프고 힘이 없으니 그럴 수밖에요. ‘배가 고픈가 보네. 그러면 밥을 먹어야지.’라면서 아이를 안고 집으로 와서 한 가지 반찬으로 식사를 해결했습니다. 부실할 것 같은 1식 1찬이지만 단백질, 무기질, 지방이 다 충족되는 고기 채소 볶음이면 충분하지요.      

돼지고기 가지볶음 덮밥

 



아이가 먹는 것만 봐도 배가 부르다고 합니다. 실제로 배가 불리지는 않지만, 아이를 위해 준비한 노력을 인정받는 보상 같은 거잖아요. 거기에 더해, 따뜻한 밥 한 끼로 영양소를 골고루 받아들이길 바라는 엄마의 마음이 충족되는 거로 생각해요. 아이가 스스로 밥을 먹는다는 것은 식판을 말끔히 비워야 한다는 뜻이 아니지요. 잘 먹도록 엄마가 도와준다는 건 여러 가지 반찬을 차려 준다는 것도 아니고요. 어떻게 먹든지 아이가 스스로 배고픔을 느끼고 차려진 음식을 통해 영양소를 채우는 데 중점을 두실 거예요. 이거는 아이 주도 식사나 엄마 주도 식사나 매 마찬가지입니다.     


 엄마 주도 식사로 시작했고 네 살 때부터 아이 주도 식사를 하는 첫째 아이. 밥을 먹게 하려는 온갖 도움(방법)을 생각해내면서 먹성이 없는 아이를 달래가며 키웠어요. 지금은 삼시 세끼에 간식 두 번이 모자랄 만큼 잘 먹습니다. 잘 먹을 때가 되어 그런 거라 할 수가 없어요. 음식을 앞에 두고 머뭇거리거나 말 따로 행동 따로 하면서 음식을 가리는 경우가 있기에 ‘먹이는 과제’들은 여전하거든요.


 이유식 초기 이후, 아이 주도 식사를 주로 하는 둘째 아이. 가끔 밥투정을 하거나 거부하는, 먹성 좋은 둘째 아이에게도 먹을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어요. 그러나 첫째 키울 때 보다는 수월한 편입니다. 무조건 음식을 거부하던 첫째 아이와는 다르기 때문인 듯한데요. 두 아이의 가장 큰 차이점은 타고난 먹성의 정도입니다.

     

 도와달라는 말을 직접 하지는 않지만 아이는 행동이나 기분으로 도움을 요청하기도 해요. 아이 혼자서는 안 먹는다고 엄마가 판단해서 무조건 먹여주는 것을 선택하기보다는 어떤 도움이 필요한지 찾아보시길 권합니다. 아이의 먹으려는 의지와 먹성의 정도를 파악해두고 일상에서 아이를 어떻게 도와 식사를 하게 할지 생각해보세요.  

   

‘우리 하늘이가 왜 그러는 걸까?’

‘엄마가 뭘 해주면 좋을까?’

‘하늘이는 어떻게 하길 바라?’ 등     


엄마의 물음에 아이가 대답을 할 수 있다면 물어보시고, 어린아이라면 엄마가 자문자답하며 찾아보는 거에요. 지저분하게 먹으니까 내가 먹여야지, 자꾸 흘리니까 내가 먹여야지, 골고루 안 먹으니까 내가 먹여야지 등 엄마의 생각이 기준이 되면 안 된다고 판단했어요. 밥과 반찬을 앞에 둔 아이의 기분이 무엇일지 물어보고, 지금 무엇을 요구하고 있는지 아이 행동을 유심히 보면서 아이 시선에서 생각해보길 몇 해입니다.


 아이가 스스로 먹으려는 마음을 끌어낼 수 있고, 씹고 삼키는 먹는 행위까지 즐기도록 해주는 건, 아이 마음 가장 가까이에 있는 엄마라고 생각해요. 


https://cafe.naver.com/anbabpp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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