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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예 Oct 15. 2018

음식 거부, 이상적인 식사를 위한 고민

아이주도식사솔루션 #07


둘째의 이유식을 위해 정보를 수집하고 공부하면서 생각이 들었어요. 


‘아이의 주도성에 초점을 맞춘, 아이 주도 식사 혹은 자기 주도적 식사가 새로운 유행으로 떠오른 이유가 뭘까?’     


아마도 가장 큰 이유는 수유 기간 때, 이유식이 시작되면서 아이가 안 먹는 힘겨움을 전해 들었거나, 텍스트에 녹아든 이유식 전쟁의 참상을 피하고 싶었기 때문일 겁니다. 저는 솔직히 아이 밥 시중들고 나서 저 혼자 밥을 먹는 게 싫었어요. 더 싫었던 건 떠먹이면서 사정하는 거였어요.      


제가 느꼈던 같은 이유에서 BLW로 시작하시는 분들이 있어요. 아이 호기심과 본능에 힘입은 BLW의 시작은 대부분 순항일 거에요. 아이 밥에 대한 터치는 거의 없이 편하게 마주 보고 앉아서 너는 네 밥, 나는 내 밥을 먹으며 식사의 즐거움(편안함)을 유지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보편적일 겁니다. 그러나 일반 이유식을 하는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아이 주도 식사의 거부는 매 마찬가지더라고요. 물론 거부의 정도에는 개인차는 있겠지요.   

  

먹성 좋은 둘째의 식사 거부는 생후 9개월, 13개월, 18개월, 22개월 경에 짧게는 5일 길게는 3주 정도 있었어요. 앞으로도 식사 거부는 여러 차례 있을 예정이지만 그때 알았습니다. 원활한 식사에 있어서 혼자 먹게 하는 아이 주도 식사법과 엄마가 주도적으로 떠먹이느냐의 식사법을 구분하는 건 먹이는 형태의 차이뿐이며 부수적인 문제라는 것을요.      


아이 주도 식사를 해도 거부 반응이 있다 해서 역시 완벽한 건 없다 속단할 수 없었어요. 그래서 먹이는 형태 이전에 무엇이 중요한지를 고민했습니다. 우리가 원하는 이상적인 식사가 유지되기 위해 생각해볼 것은 아래 두 가지라고 생각이 들었어요.     


1. 밥상에서 아이를 대하는 엄마의 마음
2. 밥에 대한 엄마의 생각이나 정의     


<밥상에서 아이를 대하는 엄마의 마음>

먼저, 무엇보다도 밥상에서 아이를 대하는 엄마의 마음이 어떠한지 살펴야 해요. 아이 주도 식사를 하더라도 엄마 마음이 아이 신체적 발육을 중점으로 한다면 남은 음식에 미련이 계속 남아요. 그거 해치우려고 아이를 붙잡게 됩니다. 그러면 일반적인 식사법과 별 차이가 없게 되는 거잖아요.      


아이 주도 이유식이 잘 되었다고 아이 주도 유아식까지 무사히 진행되지는 않더라고요. 어떤 형태의 식사를 하든 엉덩이가 가벼워져서 밥 이외의 것에 관심을 돌리는 건 마찬가지예요. 그것은 아이 발달상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반응이에요.     


아이가 무엇을 어떻게 먹는지에 관심 두고 잘 먹는다는 칭찬과 “더 줄까?” 등 단순한 대화를 하면서 아이 식사 모습을 바라보는 건, 아이가 오로지 먹는 것에만 집중할 때 가능해요. 조금 더 자라서 말이 트이고 의사 표현이 확실해지면서 자기 고집으로 ‘밥 안 먹어’를 펼치게 되는 두 돌 이후에는 다른 전략이 필요합니다.      


밥상에서 놀이하듯 대화하며 아이에게 비위를 맞춰야 하는 일이 빈번해져요. 밥만 쳐다보고 열심히 먹기를 원하세요? 물론 그런 아이들도 많아요. 아이 주도 이유식을 시작하는 초반에 손으로 주무르며 음식을 입에 넣었다 뺐다 하는 적응 시기는 대부분 열심히 먹기만 합니다. 아이는 자아를 형성하며 자라고 호기심이 왕성해지면 밥상에만 집중하는 건 무리예요.     


그러기에 밥에 집중시키려는 단순한 말보다는 같이 즐길 수 있는 놀이가 필요해요. 아이가 좋아하는 그림책을 같이 읽는 방법도 있고, 읽었던 책 내용을 떠올리며 가벼운 놀이로 식사를 즐길 수도 있어요. 그러려면 무조건 밥만 먹어야 한다는 엄마의 마음에 절대적으로 유연함이 우선되어야 하고요. 아이 주도성에 초점을 맞춘 상태로 엄마의 마음이 편한 식사를 유지하려는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밥에 대한 엄마의 생각이나 정의>

두 번째로, ‘밥’에 대한 엄마의 생각이나 정의를 파악하는 거예요. 제대로 된 한 끼 식사의 기준은 뭘까요? 밥의 개념을 어떻게 여기고 있느냐는 건데요. 식사 문화가 다양해져서 주식이 쌀이라고 주장하기엔 쌀 소비가 현저히 낮은 시대에 살고 있지요. 그래도 이유식 때부터 밥과 국 반찬으로 이루어진 식사로 넘어올 때까지 내내 쌀이나 쌀가루가 기본으로 들어간 음식이 익숙합니다.     


아이 주도 이유식은 외국에서 시작된 방법이라서 시도하는 것 자체가 어색하더라고요. 과일과 채소를 이용하여 만든 간단한 퓌레에 당황했어요. 쌀이 주가 되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과 단 음식을 처음부터 줄 수도 있다는 사실 때문에요. 특히 저처럼 쌀을 먹어야 밥을 먹은 것 같다고 여기신다면 처음부터 과일이나 채소를 덩어리로 주는 아이 주도식사법은 난감하고 불안할 수 있어요.      


마련한 음식의 80% 정도는 턱받이와 손, 바닥, 부스터, 아이 몸이 가져간다는 느낌이 강했어요. 그래서 버려지는 것이 더 많아 영양분이 제대로 흡수되는지 걱정이 앞서더라고요.     


저는 쌀을 고집하기보다는 쌀을 대신하는 탄수화물이 식사에서 빠지지는 않았는지 염두에 두었어요. 아이가 무른 밥이 아니면 밥은 거의 뱉어내는 이유도 있었고요. 빵이어도 좋고 팬케이크여도 상관없었어요. 과일의 당분은 에너지원으로 쉽게 쓰이는 것이기에 꼭 쌀이 들어간 음식을 주지 않더라도 한 끼 차림에 탄수화물이 충족되는지만 살폈어요.     


삼시 세끼 다 아이 주도 식사를 하는 것에 불안감을 가진다면 한 끼 정도는 엄마 주도 식사를 통해 골고루 영양분을 채우는 것도 괜찮더라고요. 그러면서 잊지 않은 것이, 이유식은 본격적인 식사를 위한 연습이며 식후 수유가 이 시기의 주된 식사라는 점이었어요.           




아이는 무엇이든지 지금보다 더 잘하고 싶고 더 나아지고 싶은 유능감을 가지고 있어요. 우리가 다그치지 않아도 아이가 가진 내면의 힘 덕분에 아이는 잘 해낼 수 있는 거예요. 그래서 아이 주도 식사가 가능한 거고요. 


8살 큰 아이가 먹고 싶어 스스로 만든 오이무침


식사 거부와 수용을 반복하면서 제대로 된 식사를 해내는 데 다소 시간이 걸릴 거에요. 무엇이든 아이가 스스로 해보려는 것에 격려해주는 것처럼, 식사도 아이를 위하는 엄마 마음을 먼저 살피고 서로를 위한 유연한 방법을 찾아 지켜봐야 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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