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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예 Sep 06. 2018

쉽지 않은 아이 주도 식사!

아이주도식사솔루션 #06


아이를 키우는 우리 노력이 아이의 정서와 신체에 고스란히 들어찬다고 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원하는 건 어쩌면 문자로, 수치로 육아를 잘하고 있는지 그 과정들을 눈으로 읽고 확인하고 싶은 마음일 겁니다. 영유아 건강검진이 그런 심리를 대변해주는 것 일 테지요. 그 종이 한 장이 뭐라고.     


키와 몸무게의 그래프 수치는 식습관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곡선들 위에 놓인 검은 점 하나. 그 점이 평균 아래에 있거나 지난번 검진결과보다 하향되어 있으면 의사 선생님께서 꼭 하시는 말씀이 있지요. “밥을 잘 안 먹나 봐요.” 그리고 식습관 형성에 대한 조언이 이어집니다. “과자나 단 것은 많이 줄여야 하고 유제품류는 하루에 2회 이상 먹도록 해야 하며 밥과 반찬에 영양이 골고루 포함되도록 엄마가 신경을 많이 써야 해요.” 



엄마가 신경을 많이 안 써서 아이가 제대로 안 크는 건 아니잖아요. 아이 재우다가 같이 잠드는 것만큼이나 억울한 것은, 제대로 안 먹이는 것 같다며 엄마의 노력 부족을 질타하는 말입니다. 섭섭한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사람들에겐 화가 나기도 해요.     



밥 앞에서의 엄마 진심

집으로 와서 밥을 차렸는데 아이가 또 반응이 미지근해요. 그러면 ‘도대체 너는 왜’로 시작해서 타인으로부터 상한 마음을 아이에게 쏟아내는 실수를 저지를 수도 있습니다.     


아이는 엄마의 인내를 먹고 자란다는데 인내만 하다가 엄마는 밥상 앞에서 늙어요. 인내만 잘하면 우리는 성인이죠. 아쉽지만 아직은 성인 반열에 오를 내공이 부족해요. 밥 먹을 때 엄청난 잔소리가 터져 나오는 상황을 속으로 계속 누르게 됩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내지르고 난 뒤, 몰려올 폭풍이 두렵고 감정적으로 감당이 잘 안 될까 고뇌하는 나약한 인간이거든요. 절대 조심하려 해도 참 어렵고 힘들어요.      


한때는 오로지 아이 건강을 위해서 잘 먹기만 하면 좋겠다는 심정으로 무지막지하게 힘든 시기를 지냈습니다. 예민하고 입 짧은 첫째 아이를 키운 것이 새삼 스스로 놀랍고 대단했다며 칭찬을 해줄 정도예요. 혀를 내두를 정말로 안 먹는 아이가 있는 엄마들은 압니다. 속이 새까맣게 타들어 가는 심정을요. 온갖 음식의 효능을 배우고 기록하고 적절한 음식 궁합까지 살펴서 만든다 해도, 아이 입으로 들어가지 않을 때의 그 답답함도요. 제가 그랬어요.     


그런데 짧게 보고 어제 그제의 행동과 비교하기보다는 아이가 인지하는 하나의 사건을 두고 몇 개월 전과 비교하며 칭찬과 꾸중을 했습니다. 겪어봐서 아시겠지만 그게 효과가 있어요. 칭찬을 받거나 꾸중을 들어야 하는 이유를 몇 개월 전의 같은 상황과 비교하며 이야기해주면 대화가 자연스럽게 돼요. 거기에 더해 우리의 말투는 조금 더 부드러워지죠. 절대적으로 내 아이의 지난 시간에 대한 비교 상대는 ‘지금’이어야 하는 것, 육아 원칙 중의 하나입니다.     


육아 전반에 걸쳐 필요한 이 원칙은 특히 아이 주도 식사를 위해서 필요해요. 옆집 순이나 영철이와의 비교가 아니라는 건데요. 그 아이들이 무엇을 어떻게 먹는지는 내 아이의 관심 밖이거든요.  

    

우리는 아이를 위해 어떤 음식을 만들지 공부하고 시간과 정성을 들여 차립니다. 그런데 노력대비 아이 반응이 시원찮으면 기운 빠진 상태로 식사가 시작돼요. 뭐가 뭔지 알만한 아이가 음식을 뱉고 몸에 바르고 안 먹는 행위로 우리 심기를 자꾸 건드리죠. 노력에 대한 보상을 제대로 받지 못한다는 마음이 생깁니다.  

   

억지로 한 숟가락이라도 먹이려 살살 달래보고 따라다녀도 보지만 아이는 관심을 두지 않아요. 속상함은 계속 쌓이게 되고요. 밥 먹는 게 나아졌다 싶어도 잠깐뿐, 안 먹는 상황은 의외로 오래 지속합니다. 그래도 아이에게 밥을 먹이려는 노력은 절대 사그라지지 않아요. 왜요? 우리는 아이의 건강을 위해 양질의 영양분을 공급해줘야 하는 멋진 엄마니까요.     



밥을 잘 먹는다는 것은?

원활한 아이 주도 식사를 위해 우리가 먹성만큼 중요하게 생각해서 존중해야 할 것이 무엇일까요? 단순히 먹성이 좋다고 밥을 잘 먹는 건 아니거든요. 간식 먹성이 큰 경우도 종종 봐왔기에 먹성만이 아이 주도 식사의 핵심이라고 할 수가 없더라고요.     


아이 주도 식사를 처음 접했을 때, 아이가 혼자서 밥을 먹는다는 의미가 뭔지를 한 번 떠올려봤어요. 그러면서 제가 어릴 때 겪은 일이 생각났습니다.     


한국인이 젓가락으로 반찬을 먹지 않고 서양에서 쓰는 포크만 찾는다고 밥상에서 어른들에게 눈물 쏙 빠지게 혼난 적이 있어요. 지금은 고리가 달린 젓가락이 있으니 얼마나 편하고 멋져요. 포크야말로 원하는 음식을 콕 집어 입에 넣기에 적합한 도구이지요. 저는 되지도 않는 젓가락질 배운다고 혼나고 제대로 못 한다고 꾸중 들었어요. 그런데 그게 혼날 일인가요? 아래는 DJ DOC의 [DOC와 춤을] 노랫말 일부인데요. 


젓가락질 잘해야만 밥 잘 먹나요.

잘못해도 서툴러도 밥 잘 먹어요.

그러나 주위 사람 내가 밥 먹을 때 한마디씩 하죠.

(너 밥상에 불만 있냐?)     


옛일이 생각났을 때 이 노랫말이 같이 이어졌어요. 예나 지금이나 애들이 해야 할 건 입으로 밥을 넣는 것만 하면 돼요. 제대로 된 수저질은 나중에 교정할 수 있으니까요. 노랫말 속의 ‘잘못해도 서툴러도 밥 잘 먹어요.’의 의미에는 엄청난 것이 들어있습니다. 바로, 어떻게 먹든 자신이 음식을 즐기며 받아들이겠다는 ‘의지’입니다.     

쌍 숟가락. 뭐든 덤벼들며 흡입하던 시기의 둘째 식사 의지!


그렇다면 이유식이든 밥이든 즐겁게 즐기는 식사를 위해 도구(숟가락이나 포크)로 뜨다가 음식을 흘려도 그냥 두는 게 아이 주도 식사를 유지하는 맞는 방법입니다. 자기가 뜨다가 그런 거잖아요. 이건 근육에 힘이 붙으면 점점 좋아지죠. 배고픈 걸 충족시키려는 의지가 있다면 그릇에 입을 가져가서라도 먹어요. 안 흘리려고 애도 쓰고요. 그런데도 흘리겠죠. 그럼 아이는 손으로라도 집어 먹어요. 어떻게든 입으로 들어가기만 하면 됩니다.   

  

성향과 기질이 다른 두 아이의 아이 주도 식사에서 공통된 점이 있어요. 아이가 스스로 선택해서 밥을 먹더라도 어느 정도 엄마의 도움이 있어야 식사가 완성된다는 것인데요. 



아이주도식사, 쉽지 않다.

아이 주도 식사라면 엄마가 이것 먹어라. 저것 먹으라고 간섭하지 않고 아이의 결정을 존중해줘야 하잖아요. 딱 한 숟가락을 먹고 그만 먹는다고 해도 다 받아들이실 수 있나요? 첫째 때 데인 것이 있다 보니 지금 안 먹고 조금 있다가 간식을 한껏 먹어 식사 패턴이 무너질까 괜한 걱정이 앞섭니다. 그래서 아이가 음식 흥미를 잃지 않게 하려고 쇼를 할 준비를 해요.     


숟가락 위에 음식 올려 우주선 놀이도 하고 비행기 태워 입으로 쏙 넣어주는 건 기본이지요. 보통 이런 가벼운 도움이면 아이의 식사는 무난히 끝나는데요. 엄마의 도움이 90%라 해도 아이 주도식 사는 가능하다고 봐요. 죽으로 이유식을 할 때는 아이가 손으로 즐길 수 있도록 한 그릇을 따로 준비했어요. 그러면서 노는 중에 제가 먹이는 이유식 한 그릇을 준비하고요. 유아식 때는 어떻게든 혼자 먹으려 하다가 된밥이 되면서는 손을 쓰지 않고 배를 채우려 하더라고요. 도구 사용의 귀찮음을 제가 대신해줍니다. 다만, 엄마의 욕심으로 밥을 먹이지 않으려는 조절이 필요했어요.     


아이와 밥을 어떻게 먹을지 약속을 정했거나 옳은 식사 태도를 아이가 알고 있나요? 그렇다면 밥을 잘 먹었을 때의 결과를 말해주면 스스로 열심히 먹으려는 효과가 다소 있습니다. 저는 키가 커지고 힘도 세지고 운동도 더 잘 할 수 있는 것 등 아이가 평소 바라고 원하는 것들을 밥과 연결했어요. ‘밥이 네 생활의 중심’임을 각인시킨 거죠.     


아이 주도 식사를 어떻게 진행할지, 우리는 선택 할 수 있어요. 아이의 먹성 정도와 의지, 그날의 몸 상태 등에 상관없이 무조건 혼자 먹으라고 아이를 대할 건가요? 아니면 아이를 유심히 살펴보고 융통성 있게 조절하면서 성장의 도약을 준비할 건가요? 후자를 원한다면 엄마의 관심으로 아이 몸 곳곳에 따뜻하고 긍정적인 성장 에너지와 정서를 꽉 채워야 할 거예요.     


그러기 위해서는 아이가 스스로 먹으려는 의지가 얼마만큼인지, 개별적인 먹성은 어느 정도인지 우선 확인해야 해요. 그 후에 아이의 식사를 어떻게 도울지 고민해야 하고요. 먹는 주체가 전적으로 아이 중심이 되지 않으면 아이 주도 식사도 그리 쉬운 방법은 아니더라고요. 진정한 아이 주도 식사, 자기 주도적 식사가 되기 위해서는 먹이는 엄마의 입장이 아니라 먹으려는 아이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이해하려 애를 써야해요.


아이 주도 식사 솔루션은 밥과 아이를 대하는 엄마 마음과 아이 스스로의 식사 선택을 전제합니다. 입 짧은 첫째와 먹성 좋은 둘째를 통해 터득한 아이주도 식사 해법을 전합니다.

https://cafe.naver.com/anbabpp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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