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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예 Sep 03. 2018

아이 주도 유아식을 위한 마음이란

아이주도식사솔루션 #05


아이의 기본 먹성이 어느 정도 인지 관찰해야하는 중요한 이유가 있습니다. 단순히 안 먹는 아이, 밥을 거부하는 아이로 판단하면 밥 먹이는 모든 과정이 육아에서 가장 어려운 요소, 질질 끌려 다니는 요소가 되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아이를 키워오면서, 그리고 둘째를 낳고 둘째의 특성을 알아가면서 변치 않는 것이 있어요. 바로 ‘저를 아이에게 맞추는 것’입니다. 아이가 달라지기 원한다면 제가 변해야 한다는 사실은 첫째 때 깨달은 후, 변함이 없어요.      


첫째 아이 때처럼 먹는 것 앞에서 키가 안 클까봐, 어디가 아플까봐 전전긍긍하고 싶지 않았어요. 왜냐하면 아이는 나름, 자신의 시간대로 사는 법을 터득하며 자라잖아요. 그런데 아이에게 전해질 저의 조급함이 아이 성장에 걸림돌이 될 게 뻔하기 때문이에요. 

소금을 쏟아 알아서 청소 거리 던져주던 아이. 한 움큼 입으로 넣으려 해서 기겁했던 날.

우리가 이미 가 보았다고, 어떤 게 더 좋은지 안다고 강요하면서 따라오게만 할 수는 없어요. 엄마 걸음에 아이를 자꾸 맞추다보면 아이는 너무 쉽게 넘어져요. 아이의 행동에 비유를 하게되는데요. 가장 낮은 곳의 꽃 한송이를 보려고 쪼그려 앉아 관찰하는 아이 곁에서 잠시 기다려주는 수고쯤은 해야 하죠. 기다리면서 충분히 볼 수 있는 시간을 주고 이게 뭐냐고 묻는 아이에게 아는 만큼 대답을 해주는 도움이 있어야 하잖아요. 밥 먹이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이들과 있으면 1년 365일, 반짝이며 빛나는 순간들만 있지는 않죠. 서로 다른 인격이 맞춰가는 시간들인데 티격태격, 마음 상하는 일이 있는 게 정상입니다. 아이와 서로 마음이 틀어지기도 하잖아요. 제 경험상, 밥을 먹이는 것이든 일상에서든 틀어진 관계 회복에 먼저 손을 내밀며 넓은 마음으로 안아주는 건 언제나 아이인 것 같아요.      


아이가 많이 어리면 직접적인 대화가 아닌 경우가 대부분이죠. 아이가 환히 웃으며 다가와 애교부리고 놀이를 제안해요. 말을 한다면 말 한마디로 분위기를 바꾸려 하는데 고맙지 않겠어요? 첫째 아이가 밥을 잘 먹는 지금에 와서 돌이켜 보면 어렸을 때 조금만 더 잘해줄 걸 하는 마음이 하루에도 수십 번 들어요.



◈아이에 대한 관찰이 먼저다!

밥상에서 힘겨운 일이 있다면 단순히 아이에게 ‘하지마!’라고 화를 내거나 잔소리를 하기보다는 일단 관찰을 하세요. 쟤가 왜 저러는지 관찰해보시고 도저히 모르겠다 싶으면 아이가 대답을 할수 있든 없든 왜 하는지 물어보세요. “우리 하늘이가 왜 그럴까?” “엄마가 뭘 도와줘야 할까?” “하늘이의 마음이 왜 그런지 궁금하다.” 등등. 아이의 대답을 바라며 계속 물어야 한다는 건 아니에요. 우리 자신에게 묻는 겁니다. 이렇게 ‘왜?’라는 꼬리를 이어가다보면 분명 아이의 마음을 알아차릴 수가 있어요.      


우리가 육아를 열심히 하는 이유는 단 하나죠? 아이가 잘 성장하길 바라는 마음. 그렇다면 밥을 앞에두고 화를 내기보다는 무조건 살펴보세요. 관찰하고 기록하면서 이유를 찾고 아이의 변화를 유도해 보셔야 해요. 그렇게 하다보면 내가 하고 있는 육아가 어떤지 객관적으로 보실 수가 있거든요. 이런 관찰이 지속되어야 육아 장기전을 이끌어 나갈 수 있어요. 장기전의 하나가 식사 시간이잖아요. 그러니까 두뇌발달과 신체 발달을 위해 어떤 자극을 줘야할지 관심을 가지는 것 만큼, 밥을 먹이기 위한 아이 관찰에 심혈을 기울여야해요. 


◈어린 시절 밥상 풍경은 어땠나?

밥 먹는 아이의 태도를 떠올려볼까요. 아이주도이유식이나 일반 이유식, 엄마가 먹이든 아이 스스로 먹든 식사 형태를 상관없습니다. 아이가 밥을 뜨고 입에 넣는 모습을 보며 식습관 형성에 초점을 맞추다 보면 ‘흘리지 마라, 던지지 마라, 똑바로 앉아라, 이거 먹어라, 저거 먹어라.’ 등 자꾸 잔소리하게 됩니다. 먹는 양이 다소 우리의 성에 차지 않을지언정, 차리는 엄마 마음과는 별개로 무엇을 얼만큼 먹을지 아이가 결정하는 걸 인정해주셔야해요.      


여러분은, 성장기 때의 식사 풍경이 생각나세요? 저는 쌀의 가치가 아주 높을 때 자랐어요. 쌀 한톨을 얻기 위해서 사람 손이 여든 여덟 번 스쳐야한다고 외삼촌이 알려주셨어요. 그만큼 힘들게 키워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제 몫으로 차려진 밥을 남기거나 버리는 건 죄였어요. 거기에 더해 밥을 먹지 않는 행위는 엄마에 대한 반역인거지요. 

엄마의 정성을 더해 차린 소박한 밥상

저는 밥 먹을 때 말을 하면 안 되고, 밥을 먹지 않으면 학교에 못 갔어요. 그리고 어른들과 비슷한 속도로 밥을 비우지 않아도 잔소리를 들었어요. 저는 밥 먹는 속도가 참 느렸어요. 딴짓하지 않는다 해도 턱을 움직여 씹는 속도가 느렸던 거에요. 그런 저를 이해하지 못하고 느려터졌다고 면박을 주거나 한숨 푹푹 쉬면서 짜증을 내시더라고요. 그러면 당연히 주눅들지요. 다 제가 못나서, 잘못해서 야단을 맞는 거라는 생각밖에 안 들어요. 이런 어린 시절의 저를 먼저 이해하고 나서 밥을 대하는 제 아이의 모든 것을 받아들이려고 애썼습니다.   

  

아이의 식사 모습을 너무 빤히 바라보고 계시지는 않나요? 그 모습에만 집중하게 되면 당연히 잔소리가 나오게 되어 있습니다. 다른 가족들과 식사를 하실 때 이런저런 대화를 하게 되잖아요. 우리가 가족들로부터 젓가락질, 앉은 자세, 반찬 고르는 모습, 밥의 양까지 다 지적받는다고 생각해보세요. 짜증이 납니다. 아이는 더 해요. 밖으로 표현하지 못할 뿐이지요. 잔소리를 차단해내는 내공도 없고 계속 잔소리 하는 어른을 대하는 유연함이 없다면 기분 좋게 배불리 먹을 수 없어요. 아이를 위한 잔소리라지만 밥 먹는 시간 만큼은 차라리 침묵이 나아요.   

   

아이가 어떤 모습으로 어떻게 식사를 하길 바라시나요? 혹시 기대하시는 그 모습이 어른들이 식사하는 모습과 흡사한 건 아닌가요? 아이의 관심도와 집중력은 어른과 달라요. 아이가 더 먹을 땐 좋아하고 덜 먹을 땐 속이 상한다면 엄마가 만든 ‘잘 먹는다’는 기준에 융통성이 필요합니다.



☆오늘의 솔루션☆

아이가 어떤 자세로 식사를 하는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알기위한 관찰이 우선되어야 합니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지 걱정이시라면 우리가 어릴 때 원했던, 좋아했던 밥상 풍경은 어떠했는지 떠올려보세요. 그리고 우리 아이들도 그런 자리로 초대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해보셔야 해요.


https://cafe.naver.com/anbabpp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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