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점을 준비하는데 큰아이가 지난 일을 끌어올렸다.
"나 유치원 때 급식 먹다가 많이도 울었는데.
그땐 다른 친구들은 다 매운 걸 먹었거든.
나는 못 먹는데 괜히 따라먹었다가 엄청 울었지."
먹성이 좋아진 자신의 지금 상태를 이야기하며
당시의 모습을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듯 고개를 젓는다.
나는 밥 먹이는 일로 애가 탔던 시간이 스쳤다.
길지 않게 소회를 전했다.
"그 당시 밥 먹이는 거로 애쓰지 않았다면
너를 키우는 일을 대수롭지 않다고 여겼을 거야.
그 정도쯤이야 내가 이겨낼 수 있으니까
네가 나를 믿고 준 육아 과제였겠지?
그러면서 나도 사는 거, 키우는 거에 생각이 많아진 거고.
너도 엄마 키우느라 애썼어."
아무거나 부지런히 참 잘 먹는 작은아이와
주변인 귀가 쉴 틈을 주지 않는 큰아이의
식사 모습을 가만히 보고 있었다.
"나 이거 한 입만 줘라."
"딱 한 입만이다!"
"그래. 앙!"
"아 진짜! 동생 거 뺏어 먹음 맛있냐!"
"어, 빙고!"
"이제 가!"
정신없고 시끄럽고 지저분한데 행복하다.
커피 한 모금이 참 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