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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예 Jul 11. 2024

매미가 혼자 운다

여름날 기억

'친구가 있어요?!'


마침 읽고 있던 책 속, 이 한 문장이 머리를 맴돌며 여러 기억들을 소환시킬 때였다. 올해 첫 매미 소리를 들었다. 가까이 있는지 제법 또렷하고 크다.


사시사철 동네를 누비던 나는 방학을 해야 여름이구나, 겨울이구나 하며 시작점을 찍었다. 이제는 소리나 내음, 해의 길이 등 자연이 보이는 감각에 더 의지하며 계절감을 느낀다.


매미가 운다. 그러니 완연한 여름이다.


뜨거운 볕을 뚫고 동네 친구 집 담장 아래서 '누구야~ 노올자~~'하던 꼬꼬마 시절이 있었다. 해가 높아 좁게 드리운 담장 그늘 아래에서 친구의 응답을 기다렸었다. 집에 없거나 외면받았던 기억보다 '그래!'라는 반김이 더 많았다.


서로 밥벌이를 하다 어느 여름날 딱 한 번, 내 근무지 근처까지 와서 야식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었던 친정 오빠와의 시간도 떠올랐다. 우리는, 아니 내가 좀 더 똑똑하고 현명했다면 친구 같은 남매가 될 수 있었을 텐데 아쉽다.

 

떼창이 어울리는 매미가 너무 일찍 깨어나 존재를 알리려 애쓴다. 혼자 저러니 울음이 애달프게 들린다.


전기 설비 점검으로 정전이다. 몇 시간은 외로이 우는 매미와 같이 정적을 채울 듯하다. 같이 소리 내어 줄 매미가 없는데 어쩌냐 괜히 걱정을 달았다.


나는 네 존재를 알아 덕을 보는데 네게 해줄 게 없어 소리에 더 귀를 기울인다. 나 혼자 마음으로 친구를 맺었다. 우는 소리를 열심히 들어주고, 소리가 잠시 끊어지면 너도 나도 잠깐 쉬기를 반복할 테다.


얼마 전에 아이들이 내게 엄마도 친구가 있느냐 물었었다. 아이들 기준에서 친구는 매일 만나는 존재라서 는 친구 없는 사람이 되었다. 사춘기 여름날, 담벼락 아래서 급하게 만나 서로 고민을 나누던 친구가 그립다.


매미처럼 불러들이는 노력이 되어야 하는데 내 마음은 '무소식이 희소식'이란 구태에 머물러 있다. 메신저로 간단히 잘 지내느냐 안부만 전하면 될 일에 왜 이리 머뭇거림이 긴지...


오늘은 매미처럼 내 소식을 먼저 전하려 마음을 기울여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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