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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예 Apr 04. 2019

한 가지 음식만 먹는 아이, 어떡하면 좋죠?

아이 주도 식사 솔루션 #19


아이가 김치볶음밥을 좋아하고 참 잘 먹는데요. 어른처럼 씻지도 않은 김치를 빨갛게 볶은 걸 좋아해요. 남들은 김치 잘 먹어서 부럽다지만 저는 이게 너무 고민이 됩니다. 김치볶음밥, 오로지 이 한 가지만 먹으려고 해요. 이 음식이 과연 아이의 균형 잡힌 성장에 도움이 될까? 라는 의문이 들면서도 그것만 먹으니까 해주기는 하거든요. 이대로 괜찮을까요? 키도 다른 아이보다 유달리 작아서 더 걱정입니다.

(7세 아이를 키우시는 최OO 님)




첫째 하나 키울 때 제가 듣고 싶은 한 마디는, “엄마 OO가 먹고 싶어.”였습니다. 먹고 싶은 게 있다면 뭐든 구해다가 만들어줄 마음은 항상 준비되어 있었으니까요. 무엇이라도 적극적으로 먹고 싶다는 것이 있다면 엄마 입장에서는 열심히 해줄 듯해요. 김치볶음밥이 먹고 싶다며 요구하는 이 상황이 제게는 너무나 멋지게 들립니다. 아이 스스로 먹고자 하는 것이 있다는 게 얼마나 좋은 일인가요! 의사를 분명히 드러낼 수 있도록 격려해주신 어머니도, 자신의 요구사항을 명확히 할 수 있는 아이도 멋있습니다. 


김치만 먹는다고 걱정을 하시는데 잘 생각해볼 것이 있어요. 김치를 만들 때 들어가는 재료들을 영양소 면으로 짚어볼게요. 기본이 되는 배추며 속에 들어가는 각종 채소는 무기질과 섬유소, 탄수화물을 함유하고 있어요. 액젓에는 단백질과 지방도 함유되어 있거든요. 찹쌀풀은 탄수화물이죠. 그 외 들어갈 수 있는 것들을 생각해보세요. 김치, 결코 채소로만 이루어진 식품은 아니에요. 거기에다가 김치볶음밥 요리를 하는 과정을 살펴보면요, 김치 볶으실 때 기름 두르고 볶으시잖아요. 아이 성장에 필요한 적절한 지방 섭취를 도우시는 거예요. 그리고 밥과 같이하기에 한창 성장기에 기본이 되는 에너지, 탄수화물도 넉넉히 섭취하고요.   

김치볶음밥을 다른 음식들과 비교한다면 영양소 측면에서 부족할 수 있어요. 그러나 이것도 아주 괜찮은 음식입니다. 무엇이든 부족하다 느끼게 되는 시점은 비교 대상을 선정하면서부터예요. 김치볶음밥만 먹어서 영양상으로 부족할까 가장 염려를 하시는데요. 볶음밥의 특성을 잘 이용하면 다른 영양소를 채워줄 수 있어요. 김치의 강한 맛을 이용해서 단백질을 보충해 줄 방법을 생각해야 합니다.



예쁘게 올려진 계란 후라이 하나면 더 먹음직스럽겠지만 그도 싫다면 스크램블 에그나 다짐육을 준비해서 김치를 볶을 때 섞을 수 있어요. 고기는 엄마가 먹이고 싶은 것이 아니라 아이가 그나마 조금 더 선호하는 것이어야 해요. 준비된 재료를 [김치 + 스크램블 에그], [김치 + 다진 고기]를 같이 볶으면 첨가된 달걀과 고기의 색이 중화되어 김치에 가려지거든요. 그러면 당장 눈으로 보는 거부감을 줄여줄 수가 있어요.



아이가 달걀 맛이나 고기 맛에 민감하게 반응을 하지 않는다면 김치볶음밥의 색을 좀 연하게 하면서 재료들이 눈으로 인지되게 도와주세요. 볶은 김치에 밥을 먼저 볶고 나중에 스크램블 에그나 볶은 다짐육을 넣어 가볍게 섞는 것도 방법입니다. 


그 이후의 방법으로는 볶음밥 위에 고명처럼 스크램블 에그나 볶은 다짐육을 올려 눈으로 확인하고 먹을 수 있도록 돕는 방법도 있어요. 그러다 보면 김치볶음밥에 계란 후라이 하나, 구운 고기 한점 그대로 올려 내어주는 편한 날도 올 겁니다.




제 큰아이가 한동안 토스트만 요구했었어요. 유치원 급식을 제외한다면 며칠을 아침, 오후 간식, 저녁까지 구운 식빵 사이에 딸기 잼과 치즈 하나만 넣어 먹었습니다. 그만 먹고 밥 먹으라 강요하지 않았어요. 솔직히 차리는 편안함이 좋았어요. 그렇게 기다리기를 며칠, 아이는 밥은 싫고 토스트가 먹고 싶은데 다른 토스트도 있느냐 묻더라고요. 그래서 계란물 촉촉하게 입힌 프렌치토스트와 속 재료를 다양하게 바꿔가며 포켓 토스트도 해주었습니다. 이름은 같지만, 모양과 맛이 다른 토스트에 아이는 흥겨워했어요. 


토스트만 먹는 동안 아무 일 없었어요. 밀가루를 많이 먹었다고 소화불량으로 힘들었던 적도, 채소를 먹지 못해서 영양상으로 걱정이 될 만한 일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식사의 기준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아이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먹으며 에너지를 채웠어요. 양질의 산해진미를 차려주었다 해도 아이는 먹지 않았을 거예요. 저의 강요로 먹는다 해도 돌덩이 같은 무게의 한 숟가락보다는 아이가 선택한 토스트가 훨씬 나았어요. 아이의 선택에 대한 엄마의 존중과 기다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토스트 식사를 멈춘 것도 아이였습니다. 밥을 먹었을 때의 든든함을 알았던 몸의 기억 덕분에 보름 정도 후부터는 밥을 먹기 시작했어요. 


부모라면 누구나 아이를 사랑합니다. 그래서 아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해주고 싶어 하지요. 사랑한다는 마음을 보여주는 방법의 하나일 텐데요. 김치볶음밥, 유해하지 않잖아요. 어머니는 짜고 매워 자극적인 음식이라 걱정하시는 부분도 있을 텐데요. 우선은 아이가 원하는데 인제 그만 달라고 할 때까지 실컷 해주세요. 그러면서 왜 이것만 먹으려 하는지 이유도 함께 찾아보시기 바래요. 엄마의 김치볶음밥이 세상에서 제일 맛이 있어서 계속해달라는 것일 수도 있고 가장 속이 편해지는 음식이라서 지속하는 이유도 있을 수 있어요. 혹은 새로운 음식 변화에 대한 두려움 때문일 수도 있어요. 그 어떤 이유라 해도 제가 앞서 말씀드렸던 재료 섞어 내어주는 방법을 적용해보시면서 영양소도 채워보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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