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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예 Oct 19. 2019

식사의 기본 - 아이와 함께하기

아이주도식사 솔루션 #24


저는 식사 때마다 아이의 음식 선택과 먹으려고 하는 마음 자체를 크게 생각해요. 둘째는 이유식 때부터 아이 주도로 했고 첫째는 늦었지만, 기관 생활의 시작과 급식, 좋은 식습관 굳히기를 위해 아이 주도를 서서히 시작했었습니다. 그때 유념했던 기준 하나가, ‘차려진 음식 100%를 아이가 다 좋아하거나 비우는 것에 집중하지 않는다.’를 유념했어요. 아이 주도 식사라는 의미가 자칫 차려진 음식을 아이가 처음부터 잘 먹고 잘 비워내는 것으로 착각할까 봐 그랬던 거예요.     


아이가 어느 정도 자라나 일정 시기가 되면 배를 채우고 싶은 욕구와 놀고 싶은 욕구, 스스로 움직이고 싶은 욕구가 같이 작용을 해요. 이때 어떻게 하시나요? 어금니 꽉 깨물고 ‘먹어’라고 하시나요? 살살 달래시면서 한 입이라도 먹으라고 하시나요? 자리 이탈은 허용할 수 없다며 낑낑거리는 아이를 끌어 앉혀 밥을 먹이시나요?    

  

아이의 머리 회로는 한 가지에 집중하지 않는다는 특이점이 있어요. 밥을 먹으면서도 쉬지 않고 말을 한다거나 밥은 한 번만 관심 주면서 장난감은 대여섯 번을 만지작거리며 자기의 놀이를 계속 이어가죠. 자신의 이야기나 장난감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경우는 거의 없어요. 애꿎은 수저나 입에 넣은 밥을 던지고 털어내면서 우리의 속을 뒤집어 놓기도 해요. 

    

(왼쪽부터) 먹고 싶어 한 소고기 세모밥. 바나나 요구. 포크 두개로 놀던 중 입에 있던 밥을 끄집어 내어 버림. 배 다 채우고 하는 말 "맛 없어." / 그만 먹겠다는 격한 표현


아이의 마음을 좀 볼까요?

원치 않는데 억지로 앉혀있는 상황이라면, 그만 먹고 싶고 안 먹고 싶은데 음식이 없어지지 않는 경우라면, 싫은데 입에 넣으라며 재촉하는 존재가 곁에 있는 거라면. 아이는 거부하고 싶어요. 거부 의사를 표현하고 싶어요. 그렇기에 눈치 보지 않고 본능적으로 솔직하게! 고개를 내젓고 입 다물고 울고 던지고 할 수 있는 방법은 다 동원을 합니다.     



아이 주도 식사는 아이 스스로 무엇을 얼마만큼 어떻게 먹을지 그 마음과 태도까지 아이에게 맡기는 것이에요. 그러려면 우리가 건강한 마음으로 건강한 음식을 먹는 모습을 자주 보이면 됩니다. 그 방법은 어렵지 않아요.     

-어른이 음식을 먹는 모든 행위를 볼 수 있는 기회 제공,

-어른이 먹는 음식을 아이가 만져볼 기회 제공.

-아이를 포함하여 둘 이상이 앉아 식사 시간을 인지하도록 곁에 두기.     


어른 식사에 아이를 참여시키는 것이 기본이 되어야 보고 배울 수 있습니다. 이유식 시기와 유아식 시기를 구별할 만한 식사 모습이란 딱히 없다고 봐요. 우리가 보여줘야 할 모습은 같습니다.     


<식사 속도를 꼭 맞추지 않더라도 식사 시작은 늘 같이하기>

어른이 먼저 수저를 든 후 식사를 해야 한다는 예절은 늦은 유아기에 해도 괜찮아요. 사람을 기다리기보다는 음식을 탐색할 기회 제공에 의미를 두셔야 해요.     


<어른 중 한 명은 아이와 함께 식탁에 남기>

아이 혼자 남겨두지 마세요. 다 먹었다고 그릇 들고 테이블을 치우는 것은 미루셔도 돼요. 아이 식사를 격려해주시고 혼자 하는 식사의 외로움을 너무 일찍 알게 하지 말아주세요. 아이가 다 먹었다는 신호를 알아차리기 위해서라도 남아주세요.     


<식사의 시작과 끝을 알리는 식사 인사를 실천하기>

말을 못하더라도 다 보고 알아들어요. 어른이 모범을 보이며 고개 숙여 인사를 하고 음식을 밝은 마음으로 대하는 첫인상을 중요하게 생각해주세요.     

감자조림에 청국장. 키위는 구색 맞추기 위한 차림일 뿐. 아이와 똑같이 차려 먹기.


<차려진 밥과 반찬 투정하지 않고 맛있게 먹기>

간혹... 차려진 반찬을 마음에 안 들어 하는 식구가 있어요. 아이도 엄마가 차려준 밥을 받아들이도록 연습을 하는 중이잖아요. 어른도 다 같이 차려진 반찬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사전에 충분한 대화가 필요합니다.     


아이에게 식사예절을 알려주고 자기 조절이 가능하도록 보여주는 도움만 있다면 우리가 바라는 아이 주도 식사의 모습을 보게 되는 건 사실입니다. 그때가 언제인지는 주변인의 도움의 질과 아이의 마음에 달려있는데요. 가장 큰 영향은 아무래도 주변인이라 할 수 있습니다.


큰아이의 생일날 외식을 하다가 한 테이블의 손님 때문에 불편하고 난감해서 일찍 식사를 마무리하고 온 경험이 있어요. 세 가족이 같이 모여 식사를 하는 자리로 짐작되었습니다. 엄마 세 명에 아이가 넷이었거든요. 그런데 한 엄마의 고성이 이어집니다. 비난이 섞인 말은 아이를 향하고 있었어요.     


‘네가 지금 하는 꼬락서니가 뭐야? 친구들은 다 먹는데 너는 왜 뱉어 왜! 음식 뱉지 말랬지. 나와서까지 이럴래? 밥을 먹으라고 밥을! 이딴 거 먹지 말고, 좀!’     


엄마의 가시가 돋친 말을 그대로 받아내고 있는 아이는 대여섯 살 정도로 보였습니다. 제 첫째 아이가 고스란히 바라보았고 그 아이를 안쓰러워했어요. 제가 신경 쓰지 말라고 했지만 놀란 첫째가 고개를 돌리고는 혼잣말처럼 꺼내더군요.     


“그래도... 그래도... 예쁘게 말해줄 수 있잖아. 나보다 어린 거 같은데... 얼굴이 슬퍼 보여. 그래도 안 울어서 기특하다. 엄마, 그런데 왜 내 마음이 이렇게 불편하지?”     


떨어져 있는 테이블이었는데 그 엄마는 주변을 의식하지 않는 듯했습니다. 아이를 향한 계속된 뾰족한 말은 많은 이들이 아이를 다 안쓰럽게 바라보게 했어요. 제대로 먹을 수는 있을까? 체하지는 않을까? 아무 말 못하면서 먹는 걸 보니 엄마의 거침에 내성이 생긴 듯했습니다. 고개를 숙여 음식에 먹는 힘 없는 모습에 마음이 아주 아팠어요. 같이 식사를 하는 다른 엄마에게는 웃는 얼굴을 보이면서 자기 아이에겐 왜 그렇게 못하는지, 같이 식사를 하는 두 엄마는 왜 아무 말 하지 않는지 안타깝더라고요. (저 역시 아무 말 못 한 채 나왔네요)     




엄마가 좋아하는 것들이라며 여기저기에서 모아온 장난감 먹거리들.

여러분, 우리 아이들이 보이는 행동들과 말을 떠올려 보세요. 우리에게 이렇게까지 호의적으로 대해주는 사람이 있었나 잘 생각해볼 필요가 있어요. 가만히 있는데 다가와서 목에 팔을 두르고 얼굴에 뽀뽀해줍니다. 등 돌려 설거지를 하고 있으면 쪼르르 달려와 바지가 벗겨지도록 다리에 매달려 애교를 부리고요. 저는 퍼주는 것이 없는데 아이는 곁에 머물며 계속 퍼줘요. 그 조그마한 것이 말이죠.      


아이의 인생이 우리에게 뚝 떨어진 이 상황이 결코 준비 없이 맞이한 것은 아니잖아요. 뱃속에서 열 달. 만날 준비 하셨잖아요. 건강하게만 나와 달라 부탁하셨잖아요. 그 마음 그대로 아이를 본다는 건 절대 무리라는 것도 알아요. 하지만, 아이가 성장할수록 우리도 성장해야죠. 아이는 아이의 시선으로 볼 때 제대로 볼 수 있어요. 내가 아이에게 뭘 어떻게 해줘야 하는지에 대한 생각을 우선으로     


왜 저러지? 왜 안 먹지? 왜 가려먹지?

어떻게 하면 저걸 먹게 할 수 있을까?

요즘 잘 먹는 건 뭐지?

비슷한 식감이나 비슷한 색의 재료나 음식은 뭘까? 등등     


여러 가지를 생각해야 해요. 아이를 향한 우리 뇌는 쉬면 안 된다는 말씀을 드리는 겁니다. 밥을 안 먹고 거부하는 것은 아이의 잘못이 아니에요. 조금만 낮춰 주세요. 조금만 같이 해주세요. 그리고 조금만 더 너그러운 마음으로 아이를 읽으려고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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