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주도식사 솔루션 #22
큰아이와 같이 식사를 하려니 둘째 지정석이 일찌감치 없어졌어요. 그래서 나풀거리며 돌아다니는 엉덩이를 붙잡아 두는 것에 집중된 생활을 하게 됩니다. 큰아이 하나 키울 땐 어정쩡한 자세로 저도 많이 쫓아다녔어요. 둘째 키우는 지금은 어림도 없습니다. 아이의 가벼운 엉덩이 날림에도 한 자리를 지키는 엄마의 무거운 자세를 유지 중이에요. 이리오라는 일방적인 요구도 하지 않아요. 그저 제 몫의 밥을 조금씩 맛있게 먹으면서 식사 태도에 대한 이야기만 주고받습니다.
“지금 뭐 하는 시간이야?” (밥 먹는 시간이지)
“여기 있던 예쁜 엉덩이 어디 갔지? 예쁜 엉덩이 어디 갔을까? 엉덩이 요정들이 ‘아이고, 예쁜 엉덩이 하고 싶은데 어떡하냐’며 걱정하겠다. 밥 먹어야 하는데 밥 주머니 요정들이 어지러울 것 같아.” (여기 왔지)
“예쁜 엉덩이 아닌데? 예쁜 엉덩이는 여기 붙어 있어야 하잖아.” (이것 봐, 예쁜 엉덩이지?)
“씩씩하게 혼자 먹던 예쁜 손은 어디 있지?” (여기 있~지)
아이는 지금이 무엇을 하는 시간인지 알아요. 밥 먹을 땐 어떤 자세로 먹어야 하는지도 압니다. 평소 예쁘고 바른 자세로 식사를 할 때 자신이 늘 듣던 칭찬들을 떠올릴 수 있도록 아이에게 말을 해요. 나중에는 조금 토라진 목소리로 연기도 합니다.
“보고 싶다. 같이 앉아서 이거 나눠 먹고 싶다.”
“예쁜 엉덩이 해줘서 고마워. 밥 주머니 요정들도 신나게 밥을 먹을 수 있게 되었데.”
“예쁜 엉덩이 했으니까 어서 밥을 줘. 배고파~ 콩나물이 먹고 싶다. 아삭아삭 맛있는 콩나물, 키가 클 수 있도록 내가 해줄게. 같이 먹자~~ 이러는 거 같지 않아?”
“오구오구 잘했어.”
“먹는 소리 정말 예쁘잖아. 감동했어.” 등
제 장단에 맞춰줄 때면 한없이 예뻐합니다. 말과 엉덩이 토닥임, 엄지 척 뽀뽀를 하면서요.
어떨 땐 온갖 방법이 통하지 않기도 해요. 밥이 싫다고 안 먹는다며 혼자 멀찌감치에서 장난감을 건드려봅니다. 저는 묵묵히 밥을 먹으며 반찬 맛 평가를 하죠. 그때 아이는 같이 놀아주는 상대가 없어 심심해져요. 그러니 곁에 머뭅니다. 그러다가 밥 먹는 제 모습을 보고는 넌지시 눈짓을 줘요. 그러면 저는 무심한 듯 말을 합니다.
“왜? 나한테 할 말 있어? 나 아직 밥 먹는 중이라서 못 놀아. 기다려 줄래?”
“음~아삭아삭 물 밤이 아주 달콤하네.”
“여기 콩이 톡톡 터져 나오는 게 정말 재밌다. 또 해봐야지”
“우와! 이것 좀 봐. 노란 당근도 있네. 세상에! 더 달콤한 거구나.”
아이가 조금이라도 이치를 깨치게 하기 위해서 우리가 무심코 뭘 하는지 아세요? 본능적인 쇼맨십으로 아이를 대한다는 거예요. 꽃 한 번 보여주려고 개미 한번 보여주려고 만면에는 환한 웃음으로 눈을 크게 뜨면서 아이 이름을 부르죠. ‘이것 봐~ 우와~’하면서요. 별로 감탄할 만한 상황이 아닌데도 아이의 관심을 끌기 위한 행동을 하게 됩니다. 밥에 관심을 끌게 하기 위해서도 이런 액션이 필요해요. 엄마가 이끄는 대로 따라주길 바라는 액션이 아니라 밥을 대하는 아이의 마음을 어느 정도 받아들이고 맞추려고 준비한다는 의미입니다.
곁에 머물며 뭉그적거리던 아이는 마지못해 한 숟가락 먹으려고 앉을 때가 많아요. 그러면 왔냐고, 이제 먹을 마음이 생겼냐며 반겨줍니다. 그래도 마음이 아직 콩밭에 가 있어서 온전히 앉혀두지 못해요. 그러면 예쁜 엉덩이 한 번 더 찾으면서 밥을 먹는 시간과 그에 맞는 태도가 무엇인지 계속 인지할 수 있도록 돕고 있어요.
제가 일전에도 말씀드렸어요. 아이가 먹으려는 의지를 갖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요. 제 주장은 변함없습니다. 아이가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상황에서 음식을 즐기며 어떤 분위기를 가장 편하게 느끼고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는지 ‘관찰’하셔야 해요. 아이 파악이 가장 우선 되어야 엄마의 먹이려는 의지도 단단해져요. 안 그러면 아이에게 밥을 먹이기 전, 식사를 차리는 의욕마저 사라질지 모릅니다. 음식을 준비하고 그릇 챙겨 정성을 담고 밥상 앞에 앉히는 하루 세 번의 일상은 변함이 없습니다. 무언가를 계속 이어나가려면 주변에 동기가 될 만한 요소가 있어야 하는데 아이가 받아주지 않기 때문에 반찬 만들 에너지는 점점 없어집니다. 그러다 보면 영양을 채우려는 의도와 달리 끼니를 때우는 것에 급급해지고 안 먹는 아이를 더 다그치게 됩니다. 밥하고 싶지 않으시죠? 차리는 것도 귀찮으시죠? 하기 싫죠? 넘기고 싶죠? 저도 그런걸요.
‘아이바라기 모드’는 일상에서 매우 필요하지만, 밥상에서는 멀리해주세요. ‘밥상 회기력 자극 모드’를 선택한다 하여 힘찬 다짐도 그다지 필요하지 않아요. 아이들 대부분 예쁘고 멋진 것을 좋아하죠? 아이가 좋아하는 요소를 이용해 마음을 살살 건드려 보는 기술을 많이 생각해 보셨으면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