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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예 Aug 18. 2019

식사 거부-①아이를 따를 것이냐, 자리를 지킬 것이냐

아이주도식사 솔루션 #21


저는 한동안 먹성 좋던 둘째 녀석의 밥투정과 한창 씨름을 했습니다. 32개월 무렵 때였어요. 온갖 짜증을 담아 식사도 거부, 놀이도 거부, 외출도 거부합니다. 이맘때 불편함을 드러낼 정도의 힘든 발달이 있겠냐 싶었어요. 그래도 혹시나 해서 구내염이 있는 건 아닌지 손전등을 켜서 구석구석 살피고 다 돋아난 이를 보면서 어디 아픈 곳은 없는지 보는 게 일입니다. 어떨 땐 아픔을 동반한 성장통인가 싶어 팔다리를 연신 주물러주고요. 


“나는 물고기 안 먹을래에~~. 아 왜에에~~”

“나는 오리 안 먹을래에~~. 내 마음에 안 드는 고기야.”

“버섯 싫어어~ 왜에~~ 안 먹을래에~~”   


아이의 알 수 없는 칭얼거림도 참아내고 숟가락을 쳐내는 걸 참아내며 그저 아이가 먹지 않는다는 의사를 못 이기는 척 받아줍니다. 한동안 통통한 축에 속해서 먹이는 보람을 만끽하게 했는데 생후 두 번째 성장 정체기에 접어들었어요. 아이를 체중계 위에 세우며 언제쯤 한자리 체중을 벗어날지 기다렸었거든요. 지금은 근 6개월 정체된 체중에서 언제 벗어날지 기다리게 됩니다.


어느 날은 스스로 수저를 들지 않고 밥을 식혀 달라며 칭얼거리다가 저를 때리더라고요. 너무 아팠어요. 그래서 순간 “왜 때려! 때리는 거 아니야!”라며 힘주어 말했습니다. 그랬더니 아이는 서러움에 복받쳐 마구 울어요. 평소처럼 대하면 진정이 될 거라 생각했는데 아이는 밥 거부로 응수합니다.      


“나 밥 절대 안 먹어!!!”


그땐 날 닮은 성질이 어디 가겠냐 싶어서 알았다 하고는 더는 권하지 않았어요. 아이의 졸음이 밥 거부의 최대 원인이었습니다. 밥을 안 먹는 첫 번째 이유를 알았다 해서 오냐오냐 달래며 저를 때린 것을 묵인할 수는 없었어요. 식사 예절이 곧 인성 형성의 기본이 되는 것이기에 구슬릴 것은 구슬리고 잘못된 행동에 대해서는 따끔한 야단도 필요하다 생각해요. 그래서 밥을 안 먹는다는 아이에게 먹지 않는 건 선택이지만 엄마를 때린 것에 대해서는 사과를 부탁했습니다. 이날의 식사는 울먹이는 사과를 받고 다소 크게 반응을 한 것에 사과하는 것으로 끝이 났어요.


주인을 잃은 밥 하나


제가 둘째를 낳아 새로이 육아하면서 먹이는 난관에 또 부딪힐 줄 예상 못 했다면 자만이에요. 큰아이의 식사 거부 역사를 떠올리며 비슷한 성장 시기의 둘째 식사 거부 시기를 가늠합니다. 그러고 큰 열 받음 없이, 내쉬는 한숨 없이 그러려니 하는 마음으로 아이의 성장을 지켜보게 되네요. 징그럽도록 안 먹던 첫째 아이를 키워낸 내공이 이런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아이마다 시기별 차이는 있지만, 식사량의 변화는 다 있어요. 그러나 그것을 받아들이는 엄마 마음의 차이는 아이의 평소 식사와 관련이 있겠죠. 혹시 아이 입에 들어가고 남은 밥양을 체크하시나요? 그러면서 ‘이걸 왜 남겨, 이것도 못 먹나? 안 먹으면 금방 배고프다 할 텐데, 남들 먹는 거 1/4도 안 되는데’라는 비슷한 생각을 하실 거예요. 배를 불리기 위한 목적, 남기는 음식을 최소한으로 하려는 목적으로 밥을 먹이는 것에만 집중하시다 보면 놓치게 되는 것들이 많아요. 아이 주도 식사를 위해서는 당장 비워지는 밥양보다 더 관심을 두어야 하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식사를 하려는 마음이 생기도록 해야 합니다. 아이가 먹는 행위에 관심을 가지도록 유도하고 스스로 먹겠다고 하거나 몸을 기울이도록 말이죠.




밥을 잘 먹길 바라는 마음은 모든 엄마가 같아요. 그러나 엄마의 태도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집니다. 


하나는 아이바라기 모드!


아이가 향하는 곳으로 엄마가 움직이는 건데요. 아이가 다른 곳에 관심을 가져도 그저 입만 벌려 주길 바라는 마음이 우선이라면 아이의 뒤 꽁무니를 쫓아 다니게 되죠. 아이는 장난감이며 책이며 자기의 관심거리를 만들어내고 식사 시간이 심심한 엄마는 아이 밥그릇과 숟가락을 들고 출동 준비를 합니다. 엄마는 앉아 있는 것인지 엉덩이로 기어 다니는 것인지도 모르는 어정쩡한 자세로 아이를 향해 몸을 이동시킵니다. 아이를 따라다니며

  

‘이제 이거 먹자.’

‘자, 아~ 밥이 식으면 맛이 없어.’

‘이제 먹어볼까?’

‘이거 먹고 놀자.’

‘밥 먹고 너 좋아하는 과자 먹자.’ 등


한입이라도 먹이기 위해 당장의 감언이설로 유혹해보지만, 아이의 귀는 닫혀있는 상태에요. 어깨를 두드려도 뒤돌아봄 없이 제 할 일만 합니다. 그러면 엄마만 진이 빠지고 신경질이 나기 시작하는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게 됩니다.


이 상태는 이미 먹겠다는 의지가 아이의 마음에 없어요. 배고픔도 식욕도 없는 아이에게 밥을 먹이겠다고 애쓰는 건 때가 되지도 않았는데 글자를 깨치게 하겠다고 애쓰는 상황과 같다고 봅니다. 아이는 마지못해 낱자 하나에 반응해요. 그러면 엄마는 환호합니다. 그 희열을 잊을 수 없고 또 느끼고 싶어 계속 제시를 해요. 그러다 뜻대로 되지 않으면 아이를 위해들인 시간과 돈을 아까워하죠. 아이 의사는 조금도 반영되지 않은 일방적인 엄마의 결정이었음에도 아이를 나무라게 되는 상황이 생길 수 있어요.



두 번째 태도는 밥상 회기력 자극 모드!


모든 것의 중심은 밥상, 아이가 밥 앞에 오도록 자극하는 것입니다. 애초에 아이가 식사 자리를 떠날 수 없도록 하이체어나 부스터에 앉혀 놓으면 되지 않냐 하실지 모르겠어요. 그런데 아이가 어느 정도 자라고 나면 스스로 풀고 벗어납니다. 어떨 땐 앉히려고 들어 올리면 싫다는 의미로 온몸에 힘을 주죠. 그러면 빳빳한 일자 몸이 되어서 앉힐 수도 없어요. 무조건 특정 자리에 앉혀 놓는 것이 방책이 아니에요. 그리고 아이 자리만 정해줄 수 없는 생활 환경도 있기 마련이죠. 제가 그런 경우였어요. 식탁 없이 밥상을 펼쳐 식구들이 앉아 먹는 모습은 매우 익숙합니다. 하고 싶은 것 많고 배가 덜 고픈 상태의 아이는 가만히 앉아 있지를 못합니다. 그래도 저는 억지로 끓어다 앉히지 않고 숟가락 들고 다니지 않았어요. 어떻게든 밥상 앞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편히 앉아 말만 합니다. 



  *식사거부-②가벼운 엉덩이 앉히기*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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