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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예 Apr 14. 2020

아이 식사, 무엇이 엄마를 초조하게 할까?

아이 주도 식사 솔루션 #29


 우리가 부모라는 이유로 아이에게 끼치는 영향은 막대합니다. 부모에게서 나오는, 내 아이를 향한 말과 행동에는 특별함이 있어요. 단순히 주변 어른이 끼치는 영향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이지요. 긍정성을 지향하는 언행일 수도 있고 부정성으로 아이를 짓누르는 언행일 수도 있죠. 성인의 자세로 아이 발달을 관망할 수도 없고 모든 것을 미리 준비해줄 수도 없어서 조바심이 나기도 합니다. 아이의 성장 발달은 우리가 내미는 적절한 도움으 로 아이 스스로 성취해나가는 과정들인데요. 올바른 식습관을 형성하도록 돕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아이들이 굶어 죽지 않게 하려는 이유나 단순히 키를 키우기 위한 노력으로 밥을 먹이는 것만은 아니지요. 만약 그런 이유라면 아무렇게나 먹이더라도 문제 될 게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에게 밥이란 아이에게 긍정적인 정서를 채워주기 위한 여러 도구 중에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잘 먹는 아이는 숟가락질만 봐도 예뻐요. 기특합니다. 그러면 양육자는 아이 주도 식사가 무엇인지, BLW가 무엇인지, 식사의 두려움이 무엇인지 몰라도 되기에 힘든 육아 요소를 덜 수 있습니다. 반면 억지로 무언가를 입에 넣어야 하는 아이는 식사 시간이 늘 긴장되고 지루해요. 소화가 안 되는 아이는 더 입을 다물어 버리거든요. 아이가 눈물과 함께 억지로 삼키는 비참함을 경험하게 하려는 부모는 없을 겁니다.      

 

 육아서마다 힘주어 말하는 것에는 ‘엄마(주양육자)의 정서가 안정되어야 한다.’라고 하죠. 제게 있어서 정서적 안정감을 키우는 것은 정말 어려웠습니다. 아이를 키우며 많이 변화시키려 노력하지만 긍정성보다 부정성이 상대적으로 컸기 때문인데요. 그러다 보니 육아 초반에는 다른 집 아이들과의 신체 발달 비교와 우위로 흔들리고 조바심이 났었어요.    

 

 당장 무엇을 해 먹여야 하는지 몰라 인터넷 검색을 먼저 했습니다. SNS의 이유식은 깔끔하고 넓은 주방에서 이목을 집중시키는 조리 도구로 탄생을 하더라고요. 이유식을 담아낸 그릇 또한 관심이 갔습니다. 이유식에 들어가는 재료 중에는 당장 집 앞 마트에서조차 구할 수 없는 생소한 것들이 더러 있었어요.      

‘우와, 이 집 아이는 좋겠다.’

‘이유식 만드는 데 원래 이렇게 여유가 있어?’

‘이 집 주방에 비하면 우리 주방은 시궁창...’

‘그릇이 비싸 보인다. 조리 도구도 저게 다 필요하나 보네.’

‘진짜 잘 먹는다. 엄마가 어떻게 하길래 다른 거지?’      


 이 외에도 여러 생각이 들면서 저의 모자란 구석들만 계속 체크했었어요. 월령별, 나이별로 부모가 해주어야 할 일들을 접하게 될 때가 있죠. 그러면 마치 나의 육아와 무엇이 다른가 ‘틀린 그림 찾기판’에 덩그러니 놓인 듯했습니다. 제가 검색해서 살펴보는 육아 SNS든,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읽게 된 육아서는 불편함을 넘어 불쾌감으로 다가오기도 했어요. 늘 틀린 것들만 찾아내는 제 기술과 생활에 쓴 웃음이 계속 지어졌거든요. 제가 아이의 발달을 진득하게 바라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타인을 쫓으려 했던 욕심 때문이었을 거예요.

      

 좋은 것, 예쁜 것, 있어 보이는 것에 관심을 기울이게 되는 것은 인간의 본능입니다. 지금보다 더 나은 것을 추구하려는 욕구는 누구나 가지고 있잖아요. 더군다나 나보다 소중한 아이를 위한 정보 검색에서 잘 차려진(꾸며진) 것들을 보면 관심이 갑니다. 한때의 저처럼 이 과정을 반복하고 계신 건 아닌가요?         



레시피 검색 → 잘 꾸며진 SNS 컨텍 → 특별한 재료를 기록(생소하거나 잘 다루지 않는 재료→ 예쁜 식사 차림과 식기가 눈에 들어옴  → 식기 검색 → 가격에 기겁 → 자괴감열등감미안함 → 내 집 꼬락서니와 무한 비교.     



 오로지 제 아이만의 시간에 담긴 상태가 되려 시선을 돌리면서 점차 인터넷 글들에서 조금 떨어질 수가 있었어요. 저는 쓸데없는 감정 소모라고 판단했습니다. 그렇지만 아이가 잘 먹는 레시피를 검색하는 것은 놓칠 수 없었죠. 다만, 검색에 대한 두 가지 조건을 붙였습니다.     

 

 하나, ‘무엇을 얻더라도 주눅 들지 말자!’

 둘, ‘자랑인가정보인가 구분하자!’     

 

 결과는 대충 비비면 비빔밥이고 그걸 뭉치면 주먹밥이 메뉴일 때도, 남은 반찬으로 구색 갖추기 차림이래도 아무렇지 않을 수가 있었습니다. 차려냈다는 자신감먹일 메뉴를 생각해냈다는 번뜩임있는 재료를 활용했다는 기특함! 등등 사실 가족들에게 ‘밥 먹자’ 외치는 순간까지의 긍정적인 엄마 기분이 가장 중요해요.     


 아이 기분은 엄마가 챙겨주는 면이 있지만, 엄마 기분은 우리 본인이 먼저 챙겨야 하잖아요. 그러니까 인터넷 순회하면서 괜히 자괴감에 빠지지 마시고 상대적으로 못 해준다고 아이에게 미안해하지 마세요. 유아기는 아이 마음을 채우는 긍정성이 우리 마음 상태에 전적으로 달렸다고 봐도 과언이 아닌 시기입니다.     


 저는 아이를 낳으면서 태교 때 쌓아둔 긍정도 모두 빠져나갔다며 우스갯소리를 했었습니다. 아이 키우기가 너무나 힘들었거든요. 그런데 아이를 위해서라도 단전부터 긍정성을 다시 끌어내야 한다는 건 자명한 사실이잖아요. 내가 아이에게 못 해주거나 덜 해주거나 해서 아이의 성장이 더딘 것은 아닌지, 다른 아이들의 성장을 따라가지 못해 조바심을 내고 계신 것은 아닌지 항상 체크하셨으면 해요. 그리고 내 안에 채워진 좋은 정서가 얼마만큼인지도 한번 들여다보셨으면 합니다. 아이의 성장은 한참 남았어요. 오래 지켜봐야 알아요. 이맘때 느끼는 불안과 초조함은 아무것도 아님을 아실 거예요. 모든 것을 옆집 개똥이와 비교하며 지내다 보면 조바심을 넘어 큰 불안감을 끌어안고 살게 될지도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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