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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예 Nov 24. 2019

Q. 골고루 먹이고 싶은데 가려 먹네요.

아이주도식사 솔루션#28


Q. 
과일과 야채를 무척이나 좋아하는 4세 남아예요스스로 먹는 것은 과일과 야채입니다그런데 그 외의 밥과 반찬은 먹지를 않아요그리고 언제부턴가 밥을 차려놓고 불러도 대답도 없고오지도 않습니다그러면 저는 밥을 들고 가서 먹여줘요밥과 나머지 음식을 먹고 나야 야채 반찬을 꺼내주면서 다른 것도 먹도록 유도하고 있어요굶기면 잘 먹을까 싶지만 아이 키가 너무 작아서 그러지도 못하네요언제쯤이면 아이 스스로 식탁에 앉아 제 양을 채워 밥을 먹을까요? (4세 남아를 키우시는 bon***)



A. 
이 스스로 야채를 먹는 기특함이라니 엄청 멋집니다한편밥에 관심이 없어서 아이를 쫓아다니며 먹이시느라 고생을 하시네요그래도 아이가 스스로 야채와 과일을 먹는 대견함에 기쁨이 있으시겠어요.^^


굶겨 보려 하신 마음을 이해합니다굶기는 것은 차마 실천하기가 어렵고 힘듭니다어떻게 하면 잘 먹을 거 같기도 하거든요든든하게 양을 채워 성장을 도와야 한다는 엄마 의무감에 굶기기란 여간 쉽지 않죠굶길 수 없는 엄마의 마음계속 유지하셨으면 해요아이는 배고픔을 잊고도 놀아요다음 끼니를 더 잘 먹는다는 것은 아이가 인지했을 때만 가능한 일이더라고요.


아이가 왜 밥을 먹으러 오지 않는 것인지를 생각해 봐야 해요엄마가 챙겨서 먹여주는 밥을 먹는다는 것은 배는 고프기 때문이기에 다른 이유가 있을 겁니다아마도 놀이에 빠져서 그 재미를 끊고 싶지 않은 마음이 가장 클 것입니다.


그렇다면 첫 번째,

아이가 좋아하는 놀이의 재미를 식탁 근처에서식사하시는 공간 근처에서 해보세요음식으로도 놀이할 수 있습니다아이에게 식사란 자신의 놀이 중 하나로유의미함을 가지게 하면 되거든요.


제 아이는 말린 콩들을 가지고 놀기 좋아했거든요식사 때도 밥을 먹는 양보다 콩이 더 많았어요밥 양을 더하고 다른 재료들과 함께 먹는 재미를 알게 해주고 싶었습니다그래서 콩이 포함된 손질된 냉동야채를 이용해서 식사를 자주 했었어요.

콩깍지를 벗기고 콩을 세고 떼어내고 입에 넣기까지 세월아 네월아 했던 날.


콩깍지를 직접 벗겨서 하나씩 떼어 밥에 올려 먹기콩깍지를 통째로 먹어서 톡 터지는 느낌 느껴보기다른 야채들도 씹어보고 그 차이 알아보기 등등 느린 식사였지만 하나씩 탐색해가며 오감으로 느끼는 시간을 가졌어요.


놀이는 만지면서 행해지잖아요그 손 조작을 식사에서도 충분히 활용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 제시해 드릴 방법은,

불러도 오지 않는다면 가서 데려와야억지로 데려오지 마시고 아이가 하는 놀이에 잠깐 동참하셨다가 밥 먹고 하자며 손을 잡고 같이 나오세요놀이를 끊는 타이밍과 아이의 비위를 맞춰야 한다는 어려움이 있긴 하지만 절대 안 될 것도 아니거든요.


놀이 공간과 식사 공간의 분리놀이 시간과 식사 시간의 이해를 위해 밥상에 앉히는 것이 포인트라는 건 아실 거예요아이와 놀다가 밥상으로 가실 땐 여전히 놀이하러 가듯이 같이 움직이세요일방적으로 엄마가 아이의 놀이 공간에 식사를 들고 들어가서 범하게 되는 공간적시간적 분리를 모호하게 만들지 않거든요또한 아이 놀이의 흐름을 끊어 버려서 기분을 상하게 하는 일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봅니다.


저는 배가 터지도록 아이가 차린 장난감 케이크를 먹어야 했던 날식사를 거부하면서 아이는 소꿉놀이에 집중했습니다그런데 정말이지 저는 배가 고파서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아이는 가지 말라며 붙잡았지만점심 한 끼 굶었다간 남은 오후를 제대로 버티지 못할 거 같아서 이거 놔~~ 엄마 배고파 쓰러져~~’하며 방에서 달려 나왔어요그러고는 점심을 아주 재빠르게 차려서 아이를 데리러 갔습니다.

고열량 케이크를 아무리 먹어도 배가 고파지는 이상한 식당 놀이를 했다.


아까 엄마를 위해 엄청나게 맛있는 케이크를 차려줬었잖아이번에는 엄마가 너를 위해 음식을 차렸는데 어때같이 가볼래케이크만큼 달콤한지케이크만큼 부드러운지 네가 좀 봐주며 좋겠어.”


안 온다는 아이 손을 잡고 살살 구슬렸습니다혼자 가기 싫다고 투정도 부려보았고 같이 먹으면 좋겠다고 응석도 부려보았지요마지못해 일어난 아이는 사실자기도 배가 고팠다면서 열심히 먹었습니다배가 고파도 표현하지 않고 놀기만 한다면 이전 식사 시간과의 간격을 체크하셔서 아이가 밥을 먹어야 하는 시각임을 인지시켜주셔야 해요


아이 배를 채우는 식사를 위해 놀이 공간에 가셔서 먹여주시는 것을 유지하셨잖아요그렇다면 아이를 식사 공간으로 데려왔고 밥 앞에 앉았다 해서 갑자기 엄마가 원하는 식사 모습을 기대하시면 안 돼요원하시는 아이의 식사 모습, ‘아이 스스로 식탁에 앉아 제 양을 채워 밥을 먹을까요?’는 보통 우리의 공통된 고민일 거예요다르게 읽어본다면,


식탁에 앉아 → 아주 바른 자세로

제 양을 채워 → 육아서에 기재된 평균적인 식사량을

아이 스스로 밥을 먹을까요 → 주도적으로 섭취하느냐


장난감 등장에 밥을 국에 말고 말았던 국밥 옮기는 정신없음에도 밥을 먹는다면 그냥 뒀다.


아이에게는 완벽에 가까운 모습이어서 사실은 우리가 원하는 기대치를 낮출 필요가 있어요솔직히 우리도 우리의 적정 식사량을 잘 모르잖아요배고프면 더 먹고 덜 고프면 거르기도 하는걸요아이에게 아주 딱 맞아떨어지는 방법을 찾기란 어렵습니다그냥 두면 먹는다굶기면 먹는다때 되면 먹는다 등의 엄마 편의 위주의 조언에서 한발 뒤로 물러나아이 식사를 위한 고민과 노력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라봅니다.


https://cafe.naver.com/anbabpp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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