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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예 May 03. 2020

Q&A 식판 밥을 싫어해요.

아이 주도 식사 솔루션 #31 ◇ 아이 식습관 형성에 도움이 되는 Q&A


Q.

이전에는 식판에 반찬과 밥을 같이 담아 비벼주면 잘 받아먹었어요. 그런데 요즘은 밥만 들어가면 다 뱉어버려요. 질감을 다르게 해서 주었지만, 결과는 똑같아요. 비벼주지 않고 반찬을 얹어주면 당연히 뱉고요. 그나마 반찬 없이 한 그릇 음식(덮밥, 비빔밥 등)을 주면 먹기는 하는데... 식판 말고 어른들처럼 접시에 각각 담아서 상을 차려주는 것도 먹는 데 도움이 될까요? (16개월 아이를 키우시는 leej***님의 고민 중에서)


A.

여러 가지 질문 속에 아이의 식사로 고민이 많으시다는 게 느껴져요. 밥을 잘 먹다가 먹지 않으면 고민이 더 깊어지기도 합니다. 우선은 아이가 식판을 거부하는 것에 대한 염려로  질문하신 것 같아요. 유아식을 시작하면 아이에게 맞는 식기를 찾아 고민하죠. 대게 그 형태는 단 하나입니다. 바로 ‘유아 식판’인데요. 이유식을 끝내고 유아식을 시작하는 설렘의 상징처럼 여겨집니다.  


요즘 유아 식판은 네모 틀을 벗어나 변화되어 색과 재질, 모양이 매우 다양합니다. 아이들 관심거리에 맞춰진 식판은 밥을 먹는 즐거움을 더해줄 것만 같습니다. 그러나 흥미를 채운다는 이유를 들어 식사 때마다 다르게 내어줄 만큼 많은 식판을 구비할 수 없다는 것이 현실인데요.


식판은 언제부터 사용된 것일까요? 인도 왕궁터인 마하나바미 디바에서 비자야나가르 왕조 시기(1336~1649)에 군인들이 사용하던 돌 식판이 발굴된 적은 있어요. 그러나 누가 식판을 발명했고 언제부터 사용되었는지 그 시기는 불분명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미군의 영향을 받아 군대 초창기부터 식판을 사용했다고 합니다. 그야말로 식판은, 어른의 시선에서 편의성 때문에 만들어졌고 단체 배식에 적합한 식기였어요.




식판을 사용하면 일괄적인 배식이 되기에 편리합니다. 그릇 하나만 씻으면 되는 설거지의 간편함도 있죠. 씻은 식판을 겹쳐 쌓을 수 있는 높은 이점, 적재된 수에 비해 보관 공간이 넓지 않다는 점 등의 이유로 식판은 계속 사용되고 있습니다. 저도 당연히 유아 식판을 써야 하는 줄 알았어요. 단조로운 스테인리스 식판을 사용했습니다. 한 곳에 음식을 담을 때 서로 섞이지 않으면서 보기 좋게 차려 낼 수 있는 식기로만 생각을 했거든요. 그런데 집에서까지 식판을 써야 할 이유가 있을까요


저는 큰아이가 유치원에 가서 급식을 접한 후로는 스테인리스 식판을 없앴습니다. 아이가 기관을 다니는 시기부터는 집에서까지 식판을 사용해야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우리 집은 단체 배식을 해야 할 장소가 아니기도 하고요. 더 큰 이유는 뭘 담아도 참 맛이 없어 보이더라고요. 아이 식습관 개선을 위해 크기만 다른 스테인리스 식판에 똑같이 차려 먹었거든요. 그릇 만큼이나 음식들이 차갑게 느껴졌어요. 당시 제 아이가 느꼈을 식사의 부정적인 요소 중 하나가 식판이었을 겁니다.


차리는 재미를 느끼지 못했던 스테인레스 식판


요즘은 가끔 옥수수로 만든 식판을 내어주면서 흥미를 느끼게 해줄 뿐입니다. 단품 음식은 식판에 담긴 음식들보다는 잘 먹는다고 하셨는데요. 굳이 볶음밥이나 덮밥 같은 한 가지 음식이 아니라 식판에 담아야 할 여러 반찬과 밥이라도 접시에 담아서 줘보시는 건 어떨까요? 


저는 평상시 그냥 접시 하나에 음식들을 담아줍니다. 국이 없는 날도 많아요. 요즘은 날도 덥거니와 평소에도 굳이 국을 차려 먹어야 한다는 뚜렷한 이유도 없기 때문에 밥과 반찬으로만 구성된 식사가 이어집니다. 식판을 이용하면 반찬 칸을 다 채워야 한다는 부담이 있었어요. 접시를 사용하는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1식 1 찬이라도 상관없기에 차리는 입장에서 편해졌어요. (차리는 사람이 즐거워야 한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치우기도 식판보다 훨씬 편합니다.


한 그릇에 담은 밥과 반찬. 홈이 없어서 식판 보다 설거지가 쉽다.


아이 식사를 어른들 식사와 같은 형태로 밥, 반찬, 국을 그릇마다 따로 차려주셔도 돼요. 다만, 떨어뜨려도 깨지거나 다치지 않을 가벼운 그릇이면 좋겠죠. 16개월이라 손의 소근육 발달이 미흡해서 그릇들이 엎어지는 건 당연한 일이에요. 조금 너그럽게 받아주시거나 그렇지 않다면 그릇을 흡착시키는 용품을 이용해보시는 것도 권해 봅니다.  


어른 식사와 같은 차림새로 내어주는 경우, 음식은 같지만 선택된 그릇이 다른 경우(식판, 한 접시) 등 여러 가지 상황에서 아이가 선호하는 그릇과 차림새를 찾아보시는 것도 긍정적인 식사를 돕는 방법입니다. 엄마의 일방적인 결정이 아니라 아이에게 물어보시면서 아이가 직접 선택할 기회도 주세요. 개월 수에 따라 반응이 다르긴 하지만 아이가 아무리 어려도 저마다 취향이라는 게 있더라고요.


https://cafe.naver.com/anbabpp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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