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주도 식사 솔루션 #40
대체로 밥을 잘 먹던 아이였는데 어느 순간부터 식사를 거르려 한다며 질문하시는 분들이 계세요. 이런 고민을 하시는 분의 아이들은 두 돌을 전후로 한 나이가 많더라고요. 아이가 식사를 어려워하는 고비는 여러 차례 나타납니다. 이유식을 시작하고 보통은 중기가 되는 9개월부터 시작되기도 하고요. 두 돌을 앞두고 18개월 즈음부터 아이의 자율성은 스스로 해보겠다는 의욕으로 나타납니다. 무엇이든 꼭 본인의 손을 거쳐야 한다는 생각에서 비롯되는 행동은 우리에게는 감당하기 버거운 이유가 되기도 하죠. 스스로 하고자 하는 자율성이 커지면 많은 선택과 행동에 있어서 자신을 우선에 두려는 심리가 작용하기 때문인데요. 자율성만큼이나 성취욕도 커지게 되면서 남이 해주는 것보다는 내가 하는 것을 더 선호하게 됩니다. 무엇이든지 ‘내가!’를 외치는 아이들이 대체로 그렇습니다.
아이의 호기심 증폭은 식사에서도 엄마의 간섭을 거부하게 됩니다. 우리가 보기에는 뻔히 보이는 실패까지도 아이들은 다 덤벼들지요. 모든 시도를 통해 본인이 원하는 대로 되지 않는 상황을 계속 마주치게 될 가능성도 높습니다. 그러다 보면 자신의 부족한 능력을 확인하게 되면서 속상해하지요. 스트레스 조절을 할 줄 모르는 나이입니다. 속상함과 화를 떼쓰는 것으로 표현할 수밖에 없어요. 엄마가 싫어서가 아니에요. 단순히 밥이 싫어서도 아니에요. 여러 번의 시도로 성취감을 맛볼 수 있는 끈기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러나 흘린다고, 옷이 지저분해졌다고 똑바로 못 한다고 눈총까지 받는 아이는 거듭된 실패를 이겨내기보다는 많은 것을 거부하는 상황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첫돌이 될 때까지는 온전한 식사(고형식)를 잘하기 위해 연습을 하는 시기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곧 이유식을 완성하고 유아식으로 넘어가는 단계가 되지요. 아이만큼이나 식사를 차리는 양육자들도 신경을 많이 쓰는 시기입니다. 그런데 식사의 어려움이 지속되면서 18개월, 20개월까지 끌다가 두 돌이 될 때까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온전한 밥’을 먹어야 하는데 여전히 이유식 중후반에 머문 듯하고, 일정량을 비워야 하는데 턱없이 부족한 양만 먹는 것을 보면 답답함을 넘어 원망까지 하게 됩니다. 자율성이 커지는 아이와 그걸 지켜보고만 있지 못하는 부모 사이의 갈등이 팽팽해진다며 누가 한 발자국 떨어져야 할까요? 아이의 발달 상태를 유심히 관찰해야 하는 부모라고 생각합니다. 부모가 식사 차림에 대한 스트레스를 안고 있는 상태에서도 놓지 못하는 것이 있습니다. 타이트하게 식판을 채우고 식단을 짜는 것인데요. 음식을 받아들여야 하는 아이도 차리는 주 양육자도 부담을 가진, 그야말로 힘겨운 식사 시간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아이 주도 식사가 되기 위한 기본이 바로 아이에게 맞는 식사 환경을 찾아서 유지하는 것인데요. 이때 말하는 아이에게 맞는 식사 환경이란 좋은 식자재와 보기 좋은 차림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에요. 자율성과 성취감, 호기심이 날로 커지는 아이에게는 행동에 대한 허용 범위 제한이 필요합니다. 그렇다 보면 솔직히 ‘하지 마! 바로 앉아, 똑바로 들어, 흘리지 마’라는 말이 너무나 자연스럽게 나올 수 있는데요. 조금은 긍정적인 방향으로 아이가 할 수 있는 행동의 범위를 알려주세요. 그리고 허용이 가능한 행동과 함께 여러 가능성을 보여주시면 됩니다. 먹는 방법과 도구 사용에 제한을 두시지 않는 것만으로도 아이가 식사 스트레스에서 조금 벗어날 수 있기도 하거든요.
1. 돌아다니며 먹으려 한다.
밥그릇 들고 따라가지 마세요. 그렇다고 해서 식탁 곁에 붙잡아 두기만 한다고 아이 주도 식사가 되지는 않아요. 돌쟁이도 한자리에 앉아 먹는데 두 돌이나 된 아이가 돌아다니며 먹는다며 비교하고 상처받거나 주지 마세요. 우리 아이는 주변에 관심을 기울이기에 밥에만 온전히 집중시킬 수가 없다는 이해가 되어야 합니다. 꼼짝 못 하게 밥상 곁에 붙잡아 두기보다는 아이가 다른 곳에 갔다가 입이 텅 비워지면 식탁으로 돌아오도록 해주세요. 행동 제한을 앞세워 한자리에 붙잡아 두고 먹이면 아이도 나름대로 시위를 합니다. 배가 고픈 것 같지만 입을 벌려주지 않아요. 숟가락 잡을 생각도 없습니다. 천만다행으로 입에 밥은 넣지만 씹지도 삼키지도 않은 채 망부석이 되는 예도 있죠. 아이의 호기심이 여러 가지로 뻗쳐있기에 밥에만 관심을 가지지 못한다면 오가며 밥을 먹더라도 비워내는 성취나 스스로 그만 먹겠다는 결정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세요. 그러고 나서 식후에는 아이의 손을 잡거나 눈을 마주하면서 올바른 식사 태도를 인지하도록 지속해서 말씀해주세요. 돌아다니는 것보다는 앉아서 먹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는 것을요.
2. 숟가락으로 먹기 힘들어한다.
숟가락으로 애써 뜬 밥이 자꾸 떨어져서 짜증을 낸다면 포크로 밥을 찍듯이 뜨는 것도 괜찮다고, 그렇게 먹어도 되는 거라 알려주세요. 동시에 식판이나 그릇을 한쪽 손으로 받치도록 말씀해주시고요. 그렇게 숟가락 위에 밥이 안정적으로 올라갈 수 있는 순간을 지켜봐 주시고 응원해주시면 좋습니다. 사소할 수도 있고 단 한 번의 성공일지라도 아이가 느끼는 경험은 자존감 형성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거예요. 하나하나 일러주지 않으면 모방도 제대로 하지 않는 경우가 있어요. 제 둘째가 그렇더라고요. 아주 반듯한 자세로 앉아서 밥을 뜨는데 입 가까이에 와서는 식탁이나 의자에 떨어뜨립니다. 냉큼 주워 먹으면 좋겠지만 온갖 짜증을 내면서 온전히 해내지 못한 자신을 탓해요. 그러고는 제게 도움을 눈빛으로만 요청합니다. 떨어뜨린 밥을 젓가락으로 주워서 아이의 입이 아니라 밥그릇에 담아줍니다. 그러고는 다시 해보도록 숟가락 기울기를 달리해서 같이 잡아줍니다. 그렇게만 도와줘도 엄청 뿌듯해했습니다. 이 같은 행위는 두 돌전부터 시작되었고 약 2년이나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합니다. 도움을 청하는 빈도는 줄었지만 혼자서 원하는 만큼 밥을 잘 넣게 되면 아주 씩씩하게 입을 보이며 자랑까지 해요. 아이의 자율성과 성취감 성장은 지속적이니까 저의 호응도 계속됩니다.
3. 도구 사용이 여전히 힘들다.
두 돌은 여전히 도구 사용이 서툰 시기입니다. 한 손에는 호기롭게 포크를 들고 있지만 한쪽 손으로 음식을 먹던 둘째 아이의 주도적인 식사 모습이 기억납니다. 포크로 잘 찍히지 않는 음식은 손을 이용할 수 있는 행동 범위로 허용해주세요. 콩자반이나 메추리알 조림은 숟가락으로 뜨면 참으로 편한데도 포크를 이용하려는 경향이 있지요. 반찬이기 때문인데요. 그럴 땐 숟가락으로 떠도 괜찮은 것, 그마저도 안되면 손으로 잡아서 먹어도 무방하다는 걸 알려주세요. 손으로 먹어도 된다고 했더니 둘째 녀석은 냉큼 손으로 메추리알을 하나 잡고는 포크에 꽂으면서 만족스러워했어요. 당시에 포크로 밥을 찍어서 뜯어내듯 했기에 밥은 또 어찌 먹나 망설이더라고요. 반찬 먼저 먹고 밥 먹으면 된다. 알려주던 때라 하나하나 말로 다 챙겨주었습니다. 반찬 잡았던 손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예상을 빗나가지 않고 옷을 행주 삼아 격하게 닦더라고요. 그 버릇은 쉽게 바뀌지 않았어요. 여전히 옷에 먼저 손이 닿습니다. 입은 옷소매로 해결하고요. 손 닦을 손수건 하나 마련하고 손을 닦을 수 있는 허용 범위를 옷이 아니라 손수건으로 제한해주었어요. 열 번 중 한 번만 손수건을 이용하더니 지금은 열 번 중 세 번 정도는 사용해요. 숟가락, 포크(젓가락)까지 챙겨야 하는데 식사에 필요한 도구로 손수건까지 챙겨야 하는 어려움을 오랜 시간 익히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