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으로 듣는 말, 기억으로 나누는 말
나른한 주말, 각자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게으름을 피우며 뒹굴거리고 있을 때였다. 거실 바닥을 몸으로 청소하며 굴러다니던 작은아이가 말을 꺼냈다.
"엄마, 갑자기 그게 생각나네?"
"응? 뭐가 생각났을까?"
"누나가 학교 다닐 때 나 먹으라며 팝콘 갖다 줬었잖아."
2년 전의 일이다. 작은아이가 세 살, 30개월도 되지 않았을 때 경험한 일을 기억하고 있어서 신기했다. 당시 큰아이는 학교 행사에서 쿠폰을 받으면 팝콘으로 교환해서 종종 가져왔다. 집에 동생도 있다며 더 주실 수 있으시냐 여쭈었고 아이 마음을 아신 선생님께서는 양껏 담아주셨다. 한 알이라도 떨어질까 품에 꼭 안고 오기도, 가방에 곱게 넣고 쏟아질까 균형 잡느라 어정쩡한 걸음일 때도 있었다. 마중 나와있던 동생과 눈이 마주치면 환한 미소를 띠고 동생 이름을 아주 크게 불렀다. 한 팔을 들어 크게 휘젓는 인사는 통통 튀며 물방울처럼 반짝였다. 목소리 색은 맑고 환한 하늘 빛깔이었고 높이는 '솔'이상이었다. 동생을 부르는 큰아이의 몸짓에는 아무런 대가 없이 기쁘게 나눌 수 있는 넘치는 마음이 다 녹아있었다.
작은아이는 누나가 하교하는 기쁨에 반가워서 그저 웃고만 있다가 누나 선물에 어리둥절해했다. 난생처음 팝콘의 맛을 보았던 날 이후, 누나 가방은 산타 선물 자루다. 집에 와서 가방을 내려놓자마자 몸과 눈은 동생과 마주한 채로 어떻게 된 연유인지 말하는 소식만 내게 왔다. 자신이 가져온 팝콘을 동생이 기쁘게 받아 오물거리며 먹는 모습을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누나가 맛있느냐는 물음에 동생은 혼자 먹다 건네주었다. 그럼 큰아이는 나눠 줘서 고맙다 인사하고 한 두 알 먹었다. 큰아이는 팝콘을 싫어해서 먹지 않는다. 온전히 부드럽지 않은 이유로 미각이 절대 거부하는 것 중에 하나다. 그런 아이가 동생이 건네는 팝콘에 기쁘게 웃으며 먹는 모습은 나눠 준 사람의 마음을 알고 배려하는 겸손한 행동이다. 태생이 선한 아이가 전해주는 뭉클한 순간 중 하나로 기억하고 있다.
작은아이가 떠올린 추억으로 지난날을 회상할 때 온 마음에 볕이 가득 들어 따스한 기운이 돌았다. 누구에게나 '그때가 좋았다'는 순간들이 있다. 잠시 잊고 있던 일들이 문득 떠올라 지금처럼 좋은 날이었다 할 수도 있고, 가슴을 콕콕 찌르는 후회가 될 수도 있다. 챙기는 입장에 있는 나는 언제나 후회가 많아서 나의 최선이 무엇인지 생각한다. 내 마음을 퍼준다고 생각했었다. 그럴 땐 즐겁지 않았다. 나를 채워 아이에게 담아준 마음이 순간순간 따스한 볕이 되어 돌아온다. 그 덕에 이젠 기꺼이 같이 즐길 수 있다.
"좋은 기억을 떠올려 줘서 고마워. 엄마 곁에서 이렇게 이야기 나눠 줘서 고마워."
함께 뒹굴며 팝콘 이야기를 하고서 아이들에게 했던 내 말이 아이들 마음에 따스하게 녹아들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