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다행'을 찾을 수 있기를
"내 하루가 참 다행이다."라고 말할 수 있는 날들이 얼마나 될까? 의식하지 않는다면 그냥 흘려버릴 순간들이 단 하루, 한꺼번에 밀려왔다. 그간 얼마나 그저 그렇게 지냈길래 매 순간들이 [다행]으로 가득했던 걸까. 어쩌면 나 혼자만의 착각일지라도 많은 것을 긍정적이고 호의적으로 받아들이려는 왜소한 마음이 있어 가능할지도 모른다.
병원 정기 검진 때에 맞춰 이상 징후가 나타나서,
걱정되고 긴장한 상태와 달리 컨디션이 의외로 가뿐해서,
남편의 '커피는 내렸어?'라는 배웅을 받아서,
'갔다 올게'라고 가족에게 인사할 수 있어서,
노면이 미끄럽다는 주의 문구가 사방에 깔려서,
남편에게 '무사히 도착했어'라는 카톡을 남길 수 있어서,
창 너머 동이 트는 장면이 미술 작품 같아서,
조금 여유 부리며 한 숨 돌릴 수 있어서,
교수님께서 검사를 세심하게 해 주셔서,
간호사님의 안부 인사가 따스해서,
빈 속을 가볍게 채울 수 있어서,
집으로 돌아갈 수 있어서,
운전하는 동안에는 배탈이 안 나서,
시동을 끄자마자 함박눈이 내려서,
나를 반기는 아이들의 '잘 다녀오셨어요?' 인사가 있어서,
무사히 집에 도착한 후에 긴장이 풀려서,
둘째가 '배탈 난 엄마 배는 내가 약손 해줄게'라고 해서,
채 했을 땐 몸이 따뜻해야 한다며 첫째가 이불을 덮어주어서,
위아래로 다 쏟아내고 볼품없어도 가족의 토닥임이 있어서,
살림을 둘러보고 저녁을 차릴 기운을 회복할 수 있어서,
맵다면서도 아이들이 김치볶음밥을 맛있게 먹어주어서,
아이들에게 잘 자라는 인사를 할 수 있어서,
참으로 [다행이다.]
걱정한다고 해결되지도 않을 일, 잊기 위해 가족 앞에서 막춤을 췄다. 일부러 신남을 일으키며 한 껏 몸을 흔들었더니 개운했다. 이유를 묻지 않고 각자의 자리에서, 저마다 야생적 리듬에 맞춰 몸을 움직이고 입으로 음을 지으며 불협이지만 어딘지 녹아듦과 섞임이 있는 한바탕을 만들었다. 배꼽 빠지게 웃으며 자지러진 전날의 요란함이 기운이 된 덕분에 무사했던 하루다. 행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