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곤에 피곤을 더하는 나의 뜬금없는 자발성에 어이가 없다. 칼질하다 웃었다. 델타 변이 바이러스로 인해 아이들의 등교가 다시 전면 중단되었다. 또다시 나의 일은 중지다. 아이들에게 집중한다. 큰 아이의 온라인 수업이 방해받지 않게 작은 아이와 방에 숨는다. 아이들 배를 채워주려 조금 더 분주해진다.
시댁에서 보내신 채소와 과일들을 갈무리할 즈음 피곤이 밀려왔다. 그래도 지금 해놓지 않으면 알뜰히 먹지 못한다 이유 붙여 부지런을 떤다. 텃밭 한쪽에서 조용히 열린 복숭아가 맛이 없다. 색은 고운데 벌레도 가까이하지 않았다. 그냥 먹으려 노력하지만 안면 근육이 거부한다. 맛이 들 시간이 부족했나 보다.
복숭아 병조림과 앵두청 @지예
온 식구가 먹어야 줄어들기에 나눠 먹을 방도를 찾는다. 설탕의 도움을 받아서 먹을 수 있게 바꿔본다. 신맛이 강렬한 앵두도 설탕 이불을 덮어주었다. 주문을 외우듯 두 손 올려 부탁을 한다. 맛있어져라, 얍!
자식들 먹인다고 통을 들고 조심스레 담으셨을 모습이 떠오른다. 하나라도 더 넣으시려다 서로 부딪쳐 터진 앵두와 블루베리를 하나하나 골라냈다.
-잘 도착했냐?
-네, 전부 싱싱해요. 잘 먹겠습니다!
부추와 파가 열기에 더 익어버리기 전에 펼쳐두고 바람을 쐬어주었다. 속에 든 채소들이 누런빛을 보인다. 어서 열을 식히지 않으면 속수무책이라 자정까지 채소들을 손질했다. 채워지는 든든함을 안고 뻗었다.
까서 말리는 콩 @지예
나의 적당한 재료의 양은 부모님 시선엔 부족함이요. 버리지 않으려 비우는 게 좋은 나와 달리 부족함 없이 먹이시려 꽉 채우는 부모님의 시선과는 늘 어긋남 투성이다. 냉장고를 본인이 좋아하는 것으로 가득 채우려는 남편을 이해하며 지내는데 부모님마저 거드신다. 그저 나는 부지런히 먹을 수밖에 없다. 잘 먹이는 방법을 찾는 것이 타협이다.
눈꺼풀이 무겁다. 일찍 자고 싶은데 진짜 내가 해야 할 일은 마무리를 못했다. 아, 아직 저녁 한 끼도 남았다. 세상에 애들은 왜 하루에 다섯 번을 먹는 것인가! 맙소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