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UX Writing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oo Jun Oct 05. 2021

UX writing 매거진 중간 점검

지금 청계산 원터골 입구입니다. 근데 두부나 먹고 집에 돌아가고 싶네요.

중간 점검과 앞으로의 계획


올해 UX writing 매거진을 다시 시작하면서 작성했던 매거진 목차를 쭉 돌아봤습니다.

대략 1/5 정도 쓴 것 같더라고요. 원래 쓰려고 했던 베이식한 내용을 많이 다루지 못하고, 너무 실무적인 내용을 집중해서 쓴 것은 아닌가 잠깐 고민했지만, 뭐 후회는 없습니다.

특히 버튼은 UX wrtiing의 꽃이기 때문에 중요한 것을 먼저 다룬 것은 잘한 것 같아요.  


누에가 하루에 뽑아낼 수 있는 실이 정해져 있듯, 한 인간이 하루에 쓸 수 있는 글에도 그 한도가 정해져 있다고 생각합니다. 회의가 많았거나, 어려운 기획서를 만나서 하루 종일 리뷰 텍스트를 썼다 지웠다 반복했다거나, 대량의 텍스트를 집중해서 리뷰한 그런 날엔, 그러니까 그야말로 손으로 입으로 꾸역꾸역 실을 뱉어낸 그런 날에는 퇴근 후 단 한 글자도 뽑아낼 수 없었어요.

뽕잎을 대량으로 추가 급여해도  되는   되는 겁디다. 끄응.


아무튼 주 1회는 쓰겠노라 했던 첫 다짐이 월 1회로 느슨해진 것은 그런 이유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이렇게 계속 미루기만 하면 계속 늘어질 것이 뻔하기 때문에, 주말 아침이나 새벽에 약간 무리해서라도 뭔가를 쓰고 있습니다.


앞으로 무슨 이야기를 해볼까, 처음 매거진 목차를 작성했던 대로 그냥 UX writing 개론이나 쭉 훑을까 싶다가도, 아무래도 요즘 좀 힘드니까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보고 싶어지네요.

사실 지난 몇 달 동안 쓴 금융 UX writing 시리즈나 개노답 삼 형제 시리즈에서는 매우 흥미롭지만 다소간 무겁고 어려운 주제를 다뤘어요. 주장이나 사례가 정밀한지 여러 번 생각하고, 재검토를 거듭하면서 썼더니 조금 힘들기도 하고 시간도 오래 걸리더라고요. 고민을 많이 하며 쓰니까 시작하는 것도 계속 망설여지고요.


그래서 가능하면 앞으로는 그냥 생각나는 대로 좀 가볍게 써보려고 합니다.

매일매일 일하면서 생기는 이슈, 요즘 고민하고 있는 영역의 문제 그런 것들 위주로 힘 좀 빼고 쓰고 싶네요.  저는 논문 쓰는 재주가 없다는 것을 애초에 파악하여, 학자가 되는 것을 빨리 포기하고 대학원에서 탈주(!)하였고, 지금은 건실한 직장인으로 밥벌이를 하고 있습니다. 대학원 때는 그렇게 귀했던 데이터가 회사에는 차고 넘치고, 테스트나 서베이를 하거나 여러 가지 케이스를 만나면서 귀한 인사이트를 얻는 일도 많지만... 음 그것은 어디까지나 회사의 자산이기 때문에 여기에 쓸 수가 없어요.

보다 정량적인  데이터를 바라시는 분들께는 정말 죄송하지만,  공간은 오롯이 저라는 직업인의 업무 관련 노하우와 글쓰기 생각을 갈무리해두는 공간이니 부디 좋은 데이터는 CHI 같은 곳에서 찾아주시고, 여기 글들은 그저 느긋하게 봐주셨으면 좋겠네요(누워서 보시는  권장).


앞으로 뭘 쓰고 싶은지 곰곰이 생각해 봤는데, 몇 화 정도를 할애해서 조선의 UX writer 직업 소개를 해볼까 합니다. UX writer란 뭐하는 사람인지, 한국 IT 판에선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UX writer가 필요한 조직은 어떤 곳인지 써보면 좋을 것 같아요.

이 주제에 대해선 시간을 많이 투자해서 느긋하게, 되도록 재미있게 써보고 싶은 욕심이 생깁니다. 이 직업에 대해 많이들 궁금해하시고, 직군 채용이나 전직, 이직에 대해서도 많이들 물으시기에, 그에 대한 답을 드리는 차원에서라도 제 생각을 잘 풀어내고 싶어요.

누군가에게 이 일을 추천할 수 있는지도... 음... 음... 써보고 싶군요. 굉장히 개인적인 직장 체험 수기(?)가 될 것 같은데, 경험을 나눈다는 차원에서 꽤 즐겁지 않을까 합니다. (거의 자기 성찰 반성문 수상록이 될지도)


UX writer 3부작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을 담아 써볼까 합니다.


1) 엄마에게 내가 하는 일을 소개해 보자: 조선의 UX writer 직업 소개

2) UX writer인가, 뭄바이 빨래터 도비왈라인가?: 한국 IT 업계에서 UX writer로 일한다는 것

3) 우리 회사에도 UX writer가 있어야 하나요?: UX writer가 필요한 조직, 필요 없는 조직


그리고 한국어 UI 텍스트의 Voice & Tone에 대해서 써볼까도 생각 중이에요.

버튼 시리즈(한국어 UX writing 개노답 3형제)를 쓰면서 버튼의 Voice & Tone에 대해서 한 꼭지로 다뤘는데(해요체 버튼), 사실 Voice & Tone의 본진은 사용자 보이스가 아니라 서비스 보이스죠. 허허. 아무튼 요즘 잘 나가는 서비스들을 사례로 해서 한국어의 Voice & Tone이 어떻게 구현되는지 한번 살펴볼까 합니다.


일단 단기 목표는 이 정도입니다.

근데 아무리 생각해도 올해 안에  UX writer 3부작이라도 다 쓸 수 있다면 성공일 것 같네요. (... 아니일정이 안 나올 것 같은데...?)


아, 맞다. 그리고 이 이야기를 꼭 해야겠어요.

글을 쓰면서 여러분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다들 아실 법한 서비스 화면 캡처로 예시로 들곤 하는데, 요 근래 들어서는 안 좋은 사례는 서비스명을 유추할 수 있는 부분에 모자이크 처리를 하고, 그날의 주제와 관련된 대표적인 케이스이거나 아주 잘 쓴 사례일 경우에만 서비스명을 밝히고 있습니다. 그러니 제가 모자이크 한 부분을 굳이 알려고 하지 말아 주세요. 우리가 살펴봐야 할 것은 해당 텍스트가 출현하는 콘텍스트와 구체적인 케이스이지 서비스 네임이 아니니까요. 그리고 한 서비스에서도 굉장히 잘 쓴 텍스트가 있을 수 있고, 별로인 문구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사례로 든 서비스 전체가 문제가 있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서비스 규모가 큰 경우 디자이너들이 여러 명이기 때문에, 누구 하나가 문제적인 글을 썼을 때 같이 싸잡아서 저렴하게 평가하면 안 되겠죠. 아니 그보다 근본적으로 서비스를 평가하려고 이 글을 쓰고 있는 게 아니잖아요?!

제까짓게 뭐라고??


물론~

제게도 개인적으로 '여긴 정말 걱정이다. 어쩌려고 이러냐...'라고 생각하는 서비스가 있고, '아유, 여기는 참말로 잘한다. 정말 텍스트로 사용성을 높이고 있구려!'라고 생각하는 서비스가 있죠.

하지만 그 서비스명을 구체적으로 언급하는 건 극도로 자제하고 있습니다. 특히 전자의 경우 더더욱 글에서 언급을 피하고 있어요. 후자는 그래도 좀 편하게 예로 들고 있고요.


제가 이런 오해의 여지를 감수하면서까지 한국에서 요즘 잘 나가는 서비스들의 화면을 사례로 드는 이유는 '한국어 UI 텍스트'의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야 여러분들이 제가 설명하려고 하는 내용을 더 쉽게 이해하실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백날 영어 -> 한국어 번역한 사례를 봐봤자 답이 없어요.


기억하시죠?

서양 레시피에선 마늘 두쪽 넣고 있는데, 우리는 낙지볶음에 마늘 두 국자 퍼넣는 그런 상황이라는 걸. 

Google, Instagram, Facebook, apple의 한국어 텍스트는 모두 다 영어를 한국어로 현지화한 것이기 때문에 UI 텍스트의 정보학적 측면이나, UI 플로우 상에서의 텍스트의 출현 시점, 기능 등에 대해서 논할 수 있을지언정, 한국어 UX writing의 핍진한 사례로 쓰기는 좀 어렵습니다. 한국어가 source 언어로 작성된 UI 텍스트가 아니니까요. 한국어 로컬리제이션이 얼마나 잘 되었는지를 살펴보는 사례로 보면 모를까, 작금의 한국인 기획자와 디자이너가 느끼는 글쓰기의 고통을 설명할 수 있는 적절한 예가 될 수는 없겠습니다.


아무튼 이런 이유로 한국에서 만들어진 서비스 스크린샷을 많이 찾아 쓰고 있을 뿐입니다. 특정 서비스에 대한 비판이나 폄하의 의도는 추호도 없사오니 부디 오해 마시길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_ _)


단기 목표는 원터골 쉼터입니다. 근데 두부나 먹고 집에 가고 싶긴 해요.


혹시 청계산 가보셨나요?

신분당선 청계산 입구역에서 내려서 씩씩하게 한참 걸어가다가 약간 지칠락 말락 하면 원터골 입구가 나옵니다. 가는 길에 등산용품점도 있고, 냉면집도 있고, 고깃집도 있고, 좋아하는 두부집도 있는데, 암튼 원터골 입구는 역에서 꽤 멀고 가는 길에 경사도 약하게 있어서 일단 거기까지 가면 몸도 적당히 피곤해지면서(...), 은근히 꽤 멀리 온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놀랍게도 거기가 등산로의 시작이에요.

거기서부터 산길다운 산길이 나옵니다. 집순이의 마음은 이미 등산을 마친 것 같은데 말이죠.


제 생각에 지금 우리는 원터골 입구 정도에 와있는 거 같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근처 두부집에 들어가서 두부나 한 모 먹고 집에 돌아가고 싶은데, 신분당선 전철비 2500원 내고 여기까지 온 게 아까워서 산에 올라가긴 해야겠습니다.


그래서 일단 제 단기 목표는 원터골 쉼터입니다. 아래 등산로 이미지를 참고해 주세요.

갈 길이 머네요.


집순이에겐 청계산 입구역부터 원터골 입구까지도 굉장한 모험인 것을


혹시 보시다가 다뤄줬으면 하는 주제가 있거나, 평소에 궁금한데 누구한테 물어볼 데가 없던 내용, 실무를 하면서 맞닥트린 중요한 텍스트 이슈인데 미국 책 읽어도 답이 안 나오는 문제가 있다면 댓글로 적어주세요.

제가 아는 거면 느릿느릿 써보고, 제가 모르는 거면 대신 논문이나 책 좀 찾아서 알아보고 정리해서 천천히 공유드리겠습니다.


일단은 그렇게 원터골 쉼터까지만 가봅시다.

매봉 정상은 나중에 생각하고.


그럼 오늘은 이만 총총.




오늘의 추천 맛집


덧: 제가 좋아하는 두부집은 여기입니다. 산에서 죽을 고생하고 내려와서 혼절하기 직전에 우연히 발견한 곳인데 가격도 좋고 맛도 좋았어요. 음식 시키면 뽀얀 순두부 무한리필!


남한산성에서는 여기가 아주 맛있습니다. 두부구이 추천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UX 복화술사를 위하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