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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콜라 Oct 22. 2020

나는 그 사람이다

명탐정 코난


아이들이 초등학교와 중학교 다니던 때였다.  아이가 만화책  권에  빠져 있기에 무슨 만화인가 싶어  권을 집어 들고 보았더니 일본에서 살던 시절에 보았던 애니메이션 시리즈 ‘소년 탐정 코난이었다. 만화영화와는 다르게 만화책은  다른 재미가 있다. 애들 앞세워 만화대여점에 가서는 코난 시리즈의 1권부터 잔뜩 빌려다가 아들들과 신나게 보기 시작했다. 볼수록 더욱 빠져들게  것이  만화책은 엄청난 지식과 추리의 산실이었다. 그래서 나중에는 아예 중고 서점을 뒤져 시리즈를 세트  전부 사다 나르고 나중에 나온  특별판 시리즈까지    가지고 책장에 모셔 두고는 보고  보곤 하였다. 만화책에서 자주 벌어지는 사건은 범인을 가려내기가 가장 어렵다는 ‘밀실 살인 사건이었으며 사건 현장에서 우선적으로 했던 검사는  유명한 루미놀 테스트였다. 범죄를 은닉하기 위해 범인이 말끔히 지워놓은 핏자국을 찾아낼  있는 수사의 기본이 되는 검사가 루미놀 테스트라는 것도  만화책 덕분에 일찌감치 알게 되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랬듯이 우리 남매들 역시 어릴 적부터 만화책을 엄청 좋아했다. 동네 만화가게에서 엄마 몰래 잔뜩 빌리다가 이불속에 숨겨두고 오빠와 언니들과 돌려가면서 보았었다. 만화책 반납 기일을 넘기고 넘기다가 너무나도 넘겨 버려서 만화가게 아줌마한테서 집으로 전화가 걸려오기 일쑤였다. 친구네 집에 놀러 간다고 하고 만화가게에 들어가 구석에 자리 잡고 앉아 오징어  마리 구워 달라고 하고는 시간 가는  모르고 계속해서 이어지는 후속 편들을 마저 읽고서야 가게 문을 나설 수가 있었다.  시절에는 만화가  종래 작가의 고전 만화들과 작가의 이름은 생각나지 않으나 으스스한 사차원 세계를 다룬 만화 같은 것이 인기였다. 근사한 장면들을 공책에다가 따라 그려 친구들도 주고  벽에 붙여 놓기도 하였다. 중고등 학교 시절에는 ‘캔디’, ‘베르사유의 장미’, ‘유리가면같은 일본 순정만화들이 쏟아져 나오던 시기였던지라 하교 길에 만화가게에 들러 다음 편이 나왔는가를 물어보는 것이 하루 일과 중의 하나였다. 대학에 들어가서도 만화사랑은 계속되었는데  현세 작가의 ‘까지’, 허영만 작가의 ‘독고  주인공이었던 야구만화도 엄청 재미있게 보았다. 그래도 가장 멋지고 재미있었던 만화는  우영 작가의 ‘삼국지’‘수호지’‘초한지’‘일지매였다. 덕분에 중국 고전을 쉽게 접할  있었는데  작가의 만화는 근사했고 내용도 흥미진진한 데다가 종종 웃기기까지 하여 만화책을 서로 먼저 보려고 자매간에 쟁탈전이 벌어졌었다. 만화가게 아줌마한테서는 만화책 돌려 달라고 전화가 종종 왔고 엄마는 끌탕을 하셨다. 집에 있는 만화책을  쓸어 모아 반납하려고 맞춰 보면 이상하게도 매번  권씩 모자랐는데  찾아서 갖다 드리겠노라 약속을 해놓고는 끝내 찾지 못한 적도 많았다. 만화가게 앞을 지날 적에는 주인아줌마가 가게 앞에 나와 있는지  나와 있는지를 멀찌감치 숨어서 확인한 후에  앞을 빨리 지나가든지 다른 골목길을 택해  돌아서 가야 했다. 용돈이 생겨 만화책 값을 물어주고 나서야 다시 떳떳하게  가게를 들락날락거릴  있었다. 만화책은 성장기에 있던 우리들의 감성과 상상력을 풍부하게  주었고 지식과 웃음을 주었는데 지금도 만화책사랑은 변함이 없다.    이곳 미국에서 박시백 작가의 ‘조선왕조실록 인물사전 전자책으로 구매하여 읽어보니 감탄이 절로 났었다.  페이지  페이지를 쉽게 넘겨 읽을 수가 없었다. 인물의 성품에 맞게, 배경도 꼼꼼히 챙겨 그려져 멋진 데다가 방대한 분량의 역사 고증을 통하여 오랜 시간에 걸쳐 만들어진 작품이라 완성도가 아주 높았다. 이런 작품을 만들고자 뜻을 품고 십여 년의 세월 동안 최선의 노력을   작가가 존경스럽기만 했다. 허영만 작가의 ‘관상이라는 만화도 재미있게 보았다. 좋은 작품에 빠져서 읽다 보면  작가와  작품과 하나가 됨을 느낄 때가 종종 있다. 작품은 작가를 통해 만들어졌지만  역시 작품 바닷속에 이미 있었다는,  누가 만들었느냐는 것은  의미가 없고 그와 나와 그들은  하나의 바다인데 단지 그라는 물결을 통해 표현이 되었다는 . 그러니까 나를 통해 표현될  어떤 것도 역시 우리이자 그들인 하나의 바다에서 나오는 것이라는 . 그래서 어쩌라는 것이냐고 묻는다면 ‘나는 헤밍웨이이고 스티븐 킹이고 아가사 크리스티이다라는 명상을 하고 나서 글을 쓰면 그들처럼 근사한 글을  수도 있고 ’ 나는 고흐이고 피카소이고 샤갈이다.‘라는 명상을 하고 나서 그림을 그리면 그들에 버금가는 그림을 그려낼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고 한다. 그렇다니 어디 나도   해보자. 나는…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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