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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콜라 Oct 28. 2020

눈앞의 만화 캐릭터

심심하고 외롭자


초가을이었는데 오후부터 갑자기 기온이 뚝 떨어지더니만 저녁부터 내리기 시작한 눈이 밤이 새도록 내리더니 난데없이 한겨울이 되었다. 다행히 삼일이나 휴무인지라 집 안 일을 하면서 푹 쉴 수 있어 선물과도 같은 설국이다. 코로나 때문에 출근 일수도 줄은 데다가 출근해도 종일 놀다가 들어오는 기분이다. 수입은 줄었지만 맘은 편하다. 행복하지 않은 일터에서 스트레스받으면서도 삼 년 동안 참고 일해 왔던 이유는 집에서 가깝고 수입이 좋아서였다. 그만두고 싶은 생각이 수십 번은 들었으나 내 의지로는 결행하지 못하고 차일피일 미뤄왔었는데 코로나때문에 손님이 줄어 덕분에 잘렸다. 집에서 멀고 수입도 적긴 하지만 좋은 분위기 속에서 맘 편히 일을 하니 마음은 편했다 .  전의 일터에서는 부정맥 증상이 자주 나타나 쉬이 피곤해지는 바람에 약까지 처방받아 먹었으나 일터의 환경이 바뀌자 증상이 덜해져 약을 먹지 않아도 괜찮아졌다. 모든 병은 스트레스가 주된 원인이다. 바깥 상황은 수시로 변하면서 우리를 흔들어대어 스트레스없이 살 수는 없으나 자신의 몸과 마음의 상태를 언제나 좋게 유지하는 방법을 알면 스트레스를 받지 않을 수 있다. 남한테서 무슨 소리를 들었을 때 기분이 좋아질 수도 나빠질 수도 있다. 한데 좋아진 기분도 빨리 털어내어 평상심으로, 안 좋아진 기분도 빨리 털어내어 평상심으로 돌아오라고 한다. 들뜸도 처짐도 경계할 대상이기 때문이다.  평상심으로 돌아오기 위한 쉽고 유용한 방법은 있던 곳을 벗어나는 것이다. 방에서 혼자 있는데 기분이 가라앉고 안 좋은 생각이 들거들랑 방을 나와 거실을 어슬렁거리거나 부엌 싱크대의 쌓인 설거지를 하거나 냉장고를 정리한다거나 욕실을 말끔히 청소하거나 목욕을 하는 거다. 집안일은 하기 싫거들랑 현관문을 열고 집 밖으로 나가면 된다. 그러면 느낌이나 생각은 언제 그랬나 싶게 금세 바뀐다. 나를 위해 수시로 내가 해줘야 하는 것은 쳐진 기분을 올려 주는 것이다. 기분을 좋게 만들기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무척이나 다양하다. 술이나 향정신성 물질은 일시적으로는 기분을 좋게 만들어 줄 수는 있어도 좋지 않은 결말을 가져오기 때문에 피해야 함은 물론이다. 그저 문을 열고 나가기만 해도 기분은 즉시로 달라진다. 슬슬 걷다가 조금 보폭을 크게 하여 약간의 속도를 내어 걸으면 다리 근육을 타고 올라오는 느낌이 좋고 상쾌하다. 그저 지금 할 수 있는 것을 하면서 그것을 느끼고 즐기는 것이다. 계절에 따라 눈에 보이는 바깥세상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꽃과 나무들, 흙과 바위들이 만들어내는 자연색의 고상함과 그 위로감은 거저 받는 선물이다.  싱싱하고 화려하고 풍성함도 아름답지만 시듦과 순박과 순수함, 그리고 다소간의 부족함도 역시 근사한 일이다. 공원이나 마켓에서 오가는 사람들을 구경하고 관찰하는 것은 꽃나무를 음미하는 것과는 또 다른 재미가 있다. 키도 제각각, 얼굴도 제각각에 체형도 제각각이라 여기 사람들을 보고 있노라면 꼭 만화를 보는 것 같다. 전봇대같이 마르고 기다랗기만 한 사람, 얼굴은 작은데 몸은 풍선처럼 살이 찐 사람, 머리통과 몸통을 이어 줘야 할 목덜미 랄 것이 없이 머리와 몸통이 딱 들러붙은 사람, 지팡이처럼 등이 굽은 채 나란히 걷는 노숙자 친구들. 거기다가 머리스타일도 색깔도 제각각이라 미국 만화책과 만화영화 속 캐릭터들이 튀어나와 눈앞을 왔다 갔다 하나 사람들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공원에 개를 데리고 산책 나온 사람들을 보다 보면 개와 개 주인이 닮은 경우가 많다. 목 짧은 히스패닉 친구의 불도그, 깡마른 백인 할머니의 포메라니안, 숏다리 눈 딱부리 친구의 치와와, 맘 좋게 생긴 할아버지의 늙은 레드리버. 오래전 아이들과 함께 보았던 디즈니 애니메이션 ‘101마리의 달마티안’에서 개 주인과 개를 똑같이 닮게 묘사한 장면이 생각나 웃음이 절로 나온다.  마음도 몸도 아파지기 쉬운 계절이 왔으나 더 이상 계절에 휘말리지 않는다. 추운 건 딱 질색인 데다가 눈 오는 날은 눈 치우기 싫어서 더 싫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아무리 싫다고 해도 겨울은 춥고 눈은 온다. 계절과 날씨와 같이 벌어질 게 분명한 것을 두고 이렇게 생각하는 것은 무조건 손해다. 이래서 싫고 저래서 싫다고 하기 전에 그래서 좋은 것을 떠올리는 것이다. 추울 때 끓여 먹는 김치찌개는 제 맛이며 따끈한 차 한 잔을 홀짝이며 창밖의 스산한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가지들을 바라다보는 것도 참으로 좋다. 게다가 전자요로 적절히 덮혀진 이부자리 속에 파고 들어갔을 때의 따스함과 포근함은 또 얼마나 달콤한가. 마음공부하기 아주 좋은 계절이 왔다. 해가 늦게 뜨고 일찍 지기 시작하니 삶이 차분해지고 조용해져서 이 또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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