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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콜라 Mar 11. 2021

회심곡

라디오 사연

엄마가 돌아가셨을 때 우리 남매들은 각자의 눈과 마음에 들어오는 물건을 하나나 둘씩 유품으로 챙겼다. 나는 엄마가 항상 머리맡에 틀어 놓고 듣던 라디오 겸 카세트테이프 플레이어를 집어 들었다. 장례를 치르고 난 한참 뒤에 돌아가시기 전에 즐겨 들으신 노래가 무엇이었나 싶어 카세트를 열어보니 언젠가 엄마가 듣고 싶다고 하셔서 사다 드린 국악인 김영임의 회심곡이었다. 운전을 하면서 그 테이프를 틀어놓으면 엄마가 돌아가신 지 얼마 되지 않아서였는지 즉시 눈물이 흘렀다. 십 수년의 세월이 지난 지금 다시 듣는 회심곡은 느낌의 깊이가 또 많이 다르다. 넓고 깊게 파인 명인의 목청으로 읊어대는 삶의 애환이 닮긴 소소한 가사들이 슬프고 절절하여 마음이 가라앉기도 하지만 부모는 다 그렇고 자식은 다 저렇구나 싶어 위로가 되기도 한다. 몇 해 전, 고 김태욱 아나운서(탤런트 고 김자옥의 동생)가 진행하는 라디오 코너에 인터넷으로 사연을 올리고 회심곡을 신청했었다. 가더 리건 어느 날 그 아나운서의 가라앉은 듯하면서도 청량한, 근사한 목소리로 나의 사연을 낭독해준 뒤 이 길고 긴 회심곡 전곡을 다 틀어주셔서 만리타국에서 힘겨운 삶을 살아내던 중이었던 나는 큰 선물을 받은 듯이 기쁘고 행복했었다. 한데 육십 하나라는 여전히 팔팔하게 활동할 나이에 갑자기 세상을 떠나셨다는 소식을 접하고 안타까운 마음에 명복을 빌며 회심곡 전문을 올려본다.


‘일심 정념은 극락세계라 나무아미타불 천지 지시 분한 후에 삼남 화성 일어나서 세상천지 만물 중에 사람에서 또 있는가 이보시오 시주님네 이내 말씀 들어보오 이 세상 나온 사람 뉘 덕으로 나왔었나 불보살님 은덕으로 아버님 전 뼈를 타고 어머님 전 살을 타고 칠성님께 명을 빌어 제석님께 복을 타고 석가여래 제도 하사 인생 일신 탄생하니 한두 살에 철을 몰라 아올 소냐 이삼십을 당하여는 애윽하고 고생살이 부모 은공 갚을쏘냐 절통하고 애달플사 부모 은덕 못다 갚아 무정세월 약 유파라 원수 백발 달려드니 인간 칠십 고래희라 없던 망령 절로 난다 망령 들어 변할쏘냐 이팔청춘 소년들아 늙은이 망령 웃지 마라 눈 어둡고 귀먹으니 망령이라 흉을 보고 구석구석 웃는 모양 절통하고 애달픈들 할 일 없고 할 일 없다 홍두백발 늙었으니 다시 젊듯 못하리라 인간 백 년 다 살아도 병든 날과 잠든 날과 걱정 근심 다 제하면 단 사십을 못 사나니 어제오늘 성턴몸이 저녁 낮에 병이 들어 섬섬하고 약 한 몸에 태산 같은 병이 들어 부르나니 어머니요 찾나니 냉수로다 인삼 녹용 약을 쓴들 약 덕이나 입을쏘냐 판수 들여 경읽은들 경덕이나 입을쏘냐 제미서되 쓸고 쓸어 명산대찰 찾아가니 상탕에 마지하고 중탕에 목욕하고 하탕에 수족 씻고 황촉한쌍 벌 여세고 향로 향분 불 갖추고 소지 삼장 드린 후에 비나이다 비나이다 하나님 전 비나이다 칠성님께 발원하여 부처님께 공양한들 어느 곳 부처님이 감동을 하실쏘냐 제일 전에 진광 대왕 제이 전에 초강 대왕 제삼 전에 송제 대왕 제사 전에 오관 대왕 제오 전에 염라대왕 제육 전에 번성 대왕 제칠 전에 태산 대왕 제팔 전에 평등 대왕 제구 전에 도시 대왕 제십 전에 전륜 대왕 열 시왕전 부린 사자 십왕전에 명을 받아 일직 사지 월직 사자 한 손에 패자 들고 또 한 손에 창검 들고 오라 사슬 빗기 차고 활등 같이 굽은 길로 살대 같이 달려와서 닫은 문 박차면서 천둥같이 호령하여 성명 삼자 불러내어 어서 나소 바삐 나소 뉘 분부라 거스리며 뉘 영이라 머물쏘냐 팔뚝 같은 쇠사슬로 실낱같은 이내 목을 한 번잡아 끌어내니 혼비백산 나죽겠네 사자님아 내 말듣 소 시장한데 점심 잡수 신발이나 고쳐 신고 노자돈 가져가세 만단개유 애걸한들 사자가 듣을쏘냐 애고 답답 설운지고 이를 어찌하잔 말고 불쌍하다 이내 일신 인간 하직 망극하다 명사십리 해당화야 꽃 진다고 슬퍼마라 명년 삼월 봄이 되면 너는 다시 피려니와 인생 한번 돌아가면 다시 오기 어려워라 이 세상을 하직하고 북망산에 가리로다 어찌 갈고 심산 험로 정수 없는 길이로다 불쌍하고 가련하다 언제 다시 돌아오리 처자의 손을 잡고 만단 설화 유언하고 정신 차려 둘러보니 약탕관을 버려놓고 지성 구호 극진한들 죽을병을 살릴쏘냐 옛 노인의 말들으니 저승길이 머다더니 오늘 내가 당하여는 대문 밖이 저승이다 친구 벗이 많다 하니 어느 친구 대신 가며 일가친척 많다더니 어느 친척 등장하랴 구사당에 하직하고 신사당에 허배하고 대문 밖을 썩 나서니 적삼 내어 얹어놓고 혼백 불러 초혼하고 없던곡성 낭자하다 월직사자 등을밀고 일직사자 손을끌어 천방지방 몰아갈제 높은데는 낮아지고 낮은데는 높아지니 시장하고 숨이 다 애윽하고 고생하며 알뜰살뜰 모은전량 먹고가며 쓰고가나 세상일은 다허사다 사자님아 쉬어가세 들은체도 아니하며 쇠몽둥이 뚜드리며 어서빨리 가자하니 그렁저렁 열나흘에 저승원문 다다르니 우두나찰 나두귀졸 소리치며 달려들어 인정달라 하는소리 인정 쓸낯 바이없다 담배줄여 모은재물 인전한푼 써나볼까 저승으로 날라오며 환전부쳐 가져올까 의복벗어 인정쓰며 열두대문 들어가니 무섭기도 그지없다 두렵기도 측량없네 대령하고 기다리니 옥사장이 분부하여 남녀죄인 등대할때 정신차려 둘러보니 십대왕이 좌기하고 최판관이 문서잡고 남녀죄인 잡아들여 다짐받고 봉초할제 귀면정제 나졸들이 전후좌우 벌려서서 정기검극 삼열한데 형벌기구 차려놓고 대상호령 기다리니 엄숙하기 측량없다 남자죄인 차례차례 호령하여 내입하여 형벌하고 묻는말이 이놈들아 들어보라 선심하마 발원하고 진세간에 나가더니 무슨선심 하였느냐 바른대로 아뢰어라 용봉비간 본을받아 한사극간 충성하여 증자왕상 효측하여 혼정신성 효도하며 늙은이를 공경하며 형우제공 우애하고 부화부순 화목하며 붕우유신 인도하여 선심공덕 하마더니 무슨공덕 하였느냐 배고픈이 밥을주어 기사구제 하였느냐 헐벗은이 옷을주어 구난선심 하였느냐 좋은터에 원을지어 행인구제 하였느냐 깊은물에 다리놓아 월천공덕 하였느냐 목마른이 물을주어 급수공덕 하였느냐 병든사람 약을주어 활인공덕 하였느냐 높은뫼에 불당지어 중생공덕 하였느냐 좋은터에 원 놓아 만인해하였느냐 부처님께 공양드려 염불공덕 하였느냐 마음닦고 선심하여 어진사람 되었느냐 불의행사 몹쓸마음 흉참하기 극심하다 구렁이뱀 금수되어 몇겁인들 벗을소냐 착한사람 불러들여 공경하고 접대하며 쓸 사람 구경하라 극락가는 사람보소 네소원을 다일러라 네원대로 하여주마 극락세계 가려느냐 연화대로 가려느냐 신선제자 되려느냐 장생불사 하려느냐 옥제앞에 심임하여 반도소임 하려느냐 석가여래 제자되어 선관소임 하려느냐 선녀차지 선관되어 요지연에 가려느냐 출어인간 하려느냐 부귀공명 하려느냐 남중일생 호풍신에 명문자제 되려느냐 삼군사명 총독하여 장신몸이 되려느냐 팔도감사 육조판서 대신몸이 되려느냐 수명장 수부귀 부자몸이 되려느냐 어서바삐 아뢰어라 옥제전에 보장갈제 석가여래 아미타불 제도하게 이문하자 삼신불러 점지할제 바삐바삐 제도하라 대웅단에 올려놓고 주찬으로 대접하며 몹쓸놈들 잡아들여 착한사람 구경하라 저런사람 선심으로 귀히되어 가나니라 너희놈들 죄아느냐 풍도지옥에 가두리라 남자죄인 처결한후 여자죄인 잡아들여 엄형으로 묻는말씀 너의죄를 들어보라 시부모 친부모께 지성효도 하였느냐 동생우애 하였느냐 친척화목 하였느냐 요악하고 간특한년 부모말씀 대답하고 동생행렬 이산한년 형제불화 하게한년 남의재물 욕심낸년 도적하고 화냥한년 세상간특 다부려서 열두시로 마음변코 못듣는데 욕한년과 조왕앞에 소피한년 군말하고 성낸년 남의 말을 좋아한년 집안대죄 범했으니 풍도성에 보내리라 죄목을 이르면서 온갖형벌 다하여 죄지경중 살펴가며 차례로 보낼적에 탈산지옥 구렁지옥 허방지옥 침침지옥 닫혀지옥 분배하고 대연을 배설하여 착한여자 불러들여 소원대로 점지할제 선녀되어 가려느냐 대신부인 되려느냐 부귀공명 하려느냐 네원대로 하여주마 금상옥액 맺은털로 선녀불러 대접하니 그아니 좋을소냐 선심하고 마음닦아 불의행사 하지말고 조심하여 수신하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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