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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콜라 Mar 10. 2021

계속 된 움직임

강점에 포커스를 맞춘다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 동안 하는 일은 사람의 머리통을 들여다보는 일이다. 더부룩하니 길어진 머리를 목덜미서부터 깎아나가던가 머리꼭지서부터 잘라나가던가 하는 것은 손님의 머리 상태를 보고 결정하는데 것은 이발사인 내 맘이다. 깎아놓고 보면 사람의 머리통은 감자같다. 제각각이고 대칭도 안 맞고 싹이 나올 자리인 듯이 뵈는 부분도 있다. 자연이 만들어내는 것들은 그렇게 생기게 되어있는가 보다. 우리 몸이 이렇게 견고해 보여도 미시세계로 들어가면 원자, 분자에서 더 쪼개면 진동, 파동인 에너지의 계속된 움직임뿐이라고 한다. 양자역학과 뇌과학, 그리고 명상에 관한 강의를 찾아서 듣고 관련 서적을 읽으면서 명상을 하다 보니 고지혈증에 고혈압, 당뇨 전 단계와 환절기나 스트레스 상황이 오래 지속되면 찾아오던 우울증도 알고보니 텅 빈 것이었다. 그 병증들은 내가 아니었고 내 것도 아니었다. 그물에 물이 들어왔다 나가듯이 텅 빈 곳으로 텅 빈 것들이 들어왔다 나가는 것일 뿐이었건만 몰라서 끌어안고 고통스럽다고 여기며 살아왔다. 일찍 알았으면 가볍고 즐겁게 더 잘 살아왔을 것을 하는 억울함도 들지만 이제라도 알았으니 참 다행이다. 요즘엔 중심잡기가 훨씬 수월해져 자주 평화롭고 수시로 고요하며 어떤 일이건 쉽게 몰입이 된다. 불필요하고 부정적인 생각으로 쓸데없는 곳에 감정을 소모하지 않으니 꼭 필요한 곳에 쓸 수 있는 에너지가 늘어났다. 그러니까 하고싶은 일은 더 많이 할 수 있게 되었고 집중하기도 쉬워져 결과도 좋다. 이발소의 하루는 지루할 틈이 없다.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되었다가 나을 만하니까 다시 변종 코로나에 감염된 스물한 살의 아가씨 이발사 모건은 한 달 동안 일을 못 나왔었다. 모건이 패스트푸드와 인스턴트식품을 주로 먹었으며 담배도 피우는 바람에 코비드와 변종 코비드까지 연달아 걸렸다고 제리는 손님들에게 쉴 새 없이 광고를 해댔다. 자신은 담배도 안 피우며 평소에 건강식을 먹는 베지테리안이라 코비드에 안걸린 것이라고 꼭 덧붙였다. 조금 전에 제리가 패티를 두 개나 넣은 두툼한 햄버거를 순식간에 먹어 치우는 것을 자기가 봤는데 느닺 없이 뭔 베지테리안이냐며 리치는 제리의 뒤 담화를 했다. 모건은 손님들마다 계속해서 똑같은 질문을 해대는데  하루에도 수 차례나 같은 대답을 하자니 짜증 난다고 했다. 너는 원조 코로나 바이러스에 걸리고 얼마 안 되어 변종 코로나 바이러스까지 연달아 두 번이나 걸렸다면서? 증상이 어땠어? 지금은 어떤데? 네 남자 친구나 식구들은 안 옮았어? 음식 맛은 감별되? 냄새는 맡어? 코로나로 아픈동안 어디서 지냈다니? 등등. 아예 핸드폰에다가 FAQ(자주 받는 질문)로 미리 녹음해서 틀어놓으면서 일단 이것부터 다 듣고 나서 더 궁금한 것이 있거들랑 물어보라고 하면 어떨까 하는 조언 같지 않은 조언을 해주면서 같이 깔깔 댔다. 그녀는 180센티미터 키에 날씬하면서 볼륨이 있는 몸매에 긴갈색 머리의 백인 처녀인데 그야말로 여신이 따로 없다. 그녀가 카운터에서 계산을 할 때에는 저절로 손님 머리를 보게 된다. 아직 초보인지라 이발 솜씨가 엉성한데도 손님은 그저 행복하고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팁을 듬뿍 주고 사라지고는 얼마 후에 또 그녀를 찾는다. 노땅 이발사들뿐이었던 시골 이발소에 여신이 나타났는데 머리를 맘에 안들게 깎아놨다 한들 그게 뭐 대수이랴. 머리카락이야 금새 다시 자라날텐데. 우리들한테는 까다롭게 굴며 잔소리를 일삼았던 제리 여사가 모건에겐 듣기 싫은 소리를 하는 것은 본 적이 없다. 나 역시 아들들보다도 더 어린 모건이 예쁘고 귀엽고 그냥 보기만 해도 즐거운데 남자들은 오죽하랴 싶다. 그것을 진즉에 꿰뚫고 있던 제리는 행여라도 모건이 낡고 꾀죄죄한 이 이발소를 떠날까 봐 아무 소리도 안 하는 것이다. 오년 간 제리와 함께 일을 해오고 있는 리치는 이발소에서 일을 시작하고 처음 몇 달 동안 제리가 잔소리를 해대는 통에 스트레스로 원형 탈모까지 생겼었다고 리치는 진저리를 쳤다. 그러다가 코비드때문에 두 달 동안 이발소 문을 닫게 되어 그녀의 잔소리에서 해방되자 다시 머리카락이 자라 머리통의 빈 땅이 메꿔졌다고 했다. 삼십년 경력자인 자신에게는 그렇게 하더니만 초보자 모건에게는 일언반구도 안 하니 그야말로 인종 차별이 아니냐며 툴툴거렸다. 여신이 못따라오는 늙다리 베테랑 이발사의 강점이 우리에게는 있다. 카운슬링도 겸하는 동네 이발사라는 직업은 황혼의 이 나이에 딱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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