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지난날을 안다
나는 이제 너를 두고 떠난다.
밤을 지나 아침 무렵까지, 걸어오느라 기어 오느라 쓰러지느라 고생이 많았다. 너의 모든 순간에 안아주고 일으켜주고 업어 줄 수 있었다면 더 좋았겠지만 나는 너를 묵묵히 바라보는 것만 할 수 있어서 한 번도 너의 손을 잡아 주지 못해 미안하다.
검고 검은색이 덧칠된 밤을 뜬 눈으로 지새우며 하염없이 풍경이 텅 빈 창문을 바라보던 너는 나를 만나고서야 눈물을 그쳤다. 내가 조금 더 일찍 너를 만났다면 네 눈물로 수놓아진 밤하늘의 별들이 조금 덜 반짝였겠지만 너의 눈물이 별을 만들었으니 너의 슬픔이 꼭 어둡지만은 않았음을 기억하길 바란다.
깊이 잠들지 못하고 차가운 공기를 외투 삼아 입고 공원을 배회하며 아무런 생각 없이, 또 어떤 날은 너무 많은 생각으로 벤치에 앉아있던 너를 기억한다. 너의 한숨만이 차가운 공기를 데우던 따뜻함이었다. 너는 시리도록 추운 시간을 보내는 동안 세상에 온기를 내뱉는 사람이었다.
무언가에 열중해 밤을 보내고 퀭한 눈으로 버티다 잠든 너를 기억한다. 부끄러워 사람들에게는 말할 수 없던 너의 꿈을 나는 알고 있었다. 나를 빌려 너의 꿈을 펼치던 네가 사랑스러웠다. 잠마저 잠들고 고요했지만 그 어느 때 보다 가장 큰 기합의 소리를 기억한다. 너는 들을 수 없었겠지만 목이 터져라 나 혼자만의 함성으로 너의 이름을 불렀다.
기대하는 마음으로 두 손 모으고 나와 함께 너의 내일을 기도하던 날을 떠올린다. 나도 너를 감싸고 침대 머리맡에서 너의 기도를 듣고 똑같이 따라 하며 읊조렸다. 내뱉지 못한 너의 마음을 전부 다 알 수 없었지만 때마다 소원하던 너의 바람을 기억하고 네가 기도를 마치고 이불 밖으로 빠져나간 그때에도 나는 계속해서 내가 기억할 수 있는 전부를 되뇌며 기도했다.
너는 그렇게 나의 품 속에서 너의 시간을 살았다. 내 품 안에 안겨있던 너를 놓아주려 한다.
나의 곁에 머물러 있길 원하겠지만, 내가 너를 떠나는 것이 순리다. 너를 처음 만난 날보다 너는 강해졌다. 나에게 기대어 고맙고, 나를 미워한 지나간 날들에 미안해하지 않아도 된다. 너를 만나 또 하나의 인생을 알았으니. 나를 지나쳐간 모든 인생들의 얼굴을 기억한다. 이제 너를 기억하며 네가 걸어갈 모든 길을 응원한다. 나를 붙잡지 않길 바란다.
나는 이제 간다.
너의 곁에 머물기를 그만하기로 한다.
저 멀리 동쪽에서 빛이 트고 있다.
너를 만나기 위해 내 뒤로 아침이 오고 있었다.
이제 찬란한 빛을 맞이하여라.
- 너의 모든 새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