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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명 Nov 23. 2024

새벽일기


참 희한한 꿈을 꾸다 깼다. 자세가 잘못되었는지 늘상 아침에 눈 뜨면 아픈 어깨가 자는 내내 성가셔 잠을 뒤척였다. 병원에 가면 괜찮아질 테니 별 일도 아니다. 블라인드를 뚫고 들어오는 여명이 몽롱했던 정신을 조금 더 깨운다. 어둡지도 밝지도 않은 회색빛 방에 누워있다. 자기 전부터 틀어놨던 0310은 여전히 재생 중이다.


새로 산 극세사 침대패드는 부드러운 잠옷과 맞닿으면 나를 미끄덩하게 만든다. 첫날엔 몸에 힘을 주고 자느라 불편했다. 엄마는 그냥 쓰랬다. 엄마도 누워보니 미끄덩하다며 헤헤 웃었다. 그래도 좋은 건 천장을 바라보고 손을 양 옆으로 조금 벌려 바른 자세로 누우면 포근하고 따뜻하다. 뒤척이는 동안 한 번은 따뜻해서 마음으로 잠시 미소 지었다. 겨울에 온기만큼 더 다정한 것이 있을까.


일찍 눈을 뜬 덕인지, 뒤척여서 인지 이른 아침부터 졸리다. 다시 눈을 좀 붙여야지. 아침에 블로그에 들어갔더니 내가 좋아하는 그녀가 한 줄로 마음을 녹인다. 나는 여름을, 그녀는 겨울을 좋아한다. 좋아하는 계절을 살기로 한다.


아침부터 춥겠지만 사랑이를 산책시켜줘야지. 병원에 가야지. 누워있으면 심해지는 신경의 진동은 이제 1년을 맞이한다. 감각이 돌아오고 있고, 오랫동안 앉아있을 수 있으니 이것만큼 기적인 게, 감사인게 없겠지. 그땐 무서워서 많이 울었거든.


지나고 보면 아무것도 아닌,

하지만 삶을 틀어막아 움직이지 못하게 했던

모든 일들이 지나갔다.


해가 떠오르는 아침에 엎드려 일기를 쓰고 있다.

다시 좀 자야겠다.

그러면 하루에 두 번이나

아침을 맞이하는 기쁨이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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