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바라던 순간의 적는 기쁨을 올해 처음 맞이한다. 내가 좋아하는 스타벅스에서. 특히나 선호하는 스타벅스가 있다. 인테리어가 멋져서도, 커피맛이 좋아서도 아니다. 그냥 집에 가는 동선이 맞기도 하고 이 동네의 북적함은 묘하게 들뜨게 만든다. 창이 통창으로 되어 있어서 실내에 앉아있어도 야외에 있는 기분이다. 고개를 들 때마다 변하는 풍경과 해의 변화가 좋다. 이곳에서는 힘든 시절에도, 아무렇지 않은 순간에도, 그리고 이렇게 이유 없이 자꾸 신나는 오늘에도 온다. 몇 년 전에는 예배를 마치면 여기에 꼭 혼자 와서 책을 읽던, 글을 썼다. 그때는 나름 어떤 직책을 맡고 있었는데 목사님의 배려로 하고 싶은 걸 하고 사는 신앙생활을 했었다. 그때도 지금도, 철없던 나를 용납해 주신 목사님께 감사하다. 롱테이블에서 글을 쓰니 괜히 멋진 사람이 된 착각이 든다. 잠시라도 쓰면 나는 참 즐겁다. 이 스타벅스에서 키보드로 글을 쓰는 게 내 미뤄둔 기쁨이었다
사람은 자기만의 기쁨을 가지고 산다. 그 자극을 잃지 않기 위해 자꾸 기쁨을 주는 행위를 반복하기도 한다. 누구는 밤낮 운동을 하고, 누구는 어른이 되어도 인형에 집착한다. 누구는 춤을 추고, 누구는 노래를 부른다. 누구는 글을 읽고, 글을 쓴다. 즐거운 취미라 불릴 수 있는 행동을 하는 사람도 있고, 남들에겐 말하기 어려운 그러나 그것이 내게 기쁨을 준다면 창피해서 몰래라도 해야 하는 길티플레저 같은 것도 있다. 샤워할 때 춤추는 건 누구나 하는 것일 테고. 아닌가 잘 안 하나. 누구나 슬픔보단 기쁨을 좋아하겠지. 슬픔은 나만을 적시지만, 기쁨은 누군가를 나처럼 즐거움에 젖어들게 하는 힘이 있다. 우울한 사람보단, 즐거운 사람 곁에 있길 사람들이 바라는 것처럼.
참 이상하게도 별일 없는 인생인데 즐겁다. 도파민을 추구하면 추구한다 말할 수도 있겠지만, 그 자극이 없어도 즐거운 순간을 살아간다. 한 가지 분명한 건 정말 이유가 없이 즐겁다. 나이도 먹을 만큼 먹어서 내 나이를 떠올리기만 해도 잠시 뾰로통해진다. 아니 내가 세상에 이렇게 살아가도 되나? 어디 숨어서 살아야 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한다. 내 나이를 이제 입 밖으로 내기만 해도 ‘어, 나이가 좀 있네’라는 말을 들을 수밖에 없다. 지금 좀 있으니까 다행일지도 모른다. 사실 나이 생각하고 살고 싶지 않다. 자꾸 그 버거움을 벗어던지고 싶다.
아, 그러니까 딱히 즐거울 포인트가 없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 조금 진지하게 살아낼까-하며 내가 재밌는 사람이긴 하지만 이렇게 가볍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 하고 자꾸 지난날의 흘깃 쳐다본다. 지난날엔 깊어지길 원하는 내가 거기에 있었다. 너무 진지하기도 해서 내 안의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대화해야 할 사람들이 없었다. 아니 왜 다들 깊게 생각하지 않는 걸까 했다. 그래서 사람들과는 즐겁게 지냈고, 뒤에서, 혼자서 나 딴에는 생각다운 생각, 고민다운 고민을 했었던 것 같다.
그 모든 시간을 지내서 인가, 아직도 모른 것이 많지만 알고 싶은 게 없다. 어느 정도의 무언가가 쌓였다고 말할 수도 없다. 왜냐하면 아는 게 없다. 지금의 이 글도 그냥 쓰고 싶어서 내뱉는 단어의 흐름일 뿐이다. 그저 문장의 춤이다. 맘대로 추고 있는 중이다.
조금 슬퍼지다가도 나도 모르게 ‘왜 이러고 있어?’한다. 잠시 지나면 또 아무렇지 않고 조금 업된다. 분명 잠들기 전까지 나름 슬펐고 우울했는데 신기하게도 다음 날이 되면 그냥 즐겁다. 흐물텅한 인간이 아니라, 단단해지는 과정이라 여겨도 될까.
이제 내 안에는 나도 모르는 기쁨이 있나 보다. 그 이유 없는 기쁨을 하나님이 주신 것이라 생각한다. 아무런 자극이 없는 순간에도 일어나는 마음의 미소는 나도 예측할 수 없는 때에 나오니, 오늘의 설교처럼 선물 같은 것이다. 나의 한치를 모르는 순간에 선물같이 등장하는 감정은 나를 더 이상 우울의 샘물을 기르지 말고, 넉넉하고도 딱 알맞게 들어차는 기쁨의 샘을 발견하라는 하나님의 손길임을 잊지 않으려 한다. 살아가는 순간의 기쁨이, 어떤 이유도 없이 차오를 때 항상 나의 곁을 지키시며 미소로 바라보시는 당신의 눈과 그 마음을 바라보는 내가 되길! 잊고 살아가지만, 내겐 영원한 기쁨이 있다. 그리곤 남들은 모르는 나만의 기쁨이 있다.
당신에겐 어떤 기쁨이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