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워를 할 때 항상 노래를 듣는데 오늘은 유튜브로 들었다. 평소보다 시끄럽게 들려서 소리를 줄였다. 썸네일은 영화의 한 장면이었는데 볼륨을 줄이고 다시 샤워를 하기 시작하면서 문득 ‘사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썸네일은 두 사람이 있는 장면도 아니고
혼자 있는 호아킨 피닉스의 옆모습이었다.
사람과 사람 가운데는 ‘사이’가 있다.
부모 자식 사이, 친구 사이, 연인 사이,
부부 사이, 우리 사이처럼.
누군가와 관계가 결정되면 나와 타인의 틈은 사이로 이어진다. 사이가 생기면 내가 할 역할이 주어지고, 역할에 맞는 예의도 필요하다. 사이가 있으면 나와 타인을 바라볼 기회가 생긴다. 이 사이에서 내가 어떤 태도를 지녀야 하는지도 배운다.
나는 나와 사이가 없다.
착 달라붙어 있어서 제대로 보지 못한다. 그래서 예의를 지키지 못하기도 한다. 모자란 게 없는데 모자라 보인다. 못생기지 않았는데 못생겨 보인다. 우린 나 자신과도 한걸음 떨어져 지내야 한다. 나를 제대로 바라본 적이 있었을까?
사이가 있어야 그 안에 들어찰 사랑이 있고,
포옹하기 위해 달려갈 거리가 생긴다.
나는 내게 줄 사랑의 틈을 두었을까.
남보다 앞서고 싶어 달려가기 바랐으면서,
나를 향해 달려본 적은 있을까.
나와 나 사이 거리를 벌려본다.
그래야 나를 안아줄 기회가 생기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