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고 싶은데 쓸 말이 없다. 쓰기 중독에 걸린 듯싶다. 긴 연휴는 자극 없이 차분한 삶이라 좋은데 심심하다. 회사에 진짜 가고 싶다는 말은 아닌데 회사에 가고 싶다. 일하고 싶다는 의미는 아니고 출근하고 싶다. 또 다른 자극을 찾고 있는 나일까. 자극 없이 살길 바라는 것 또한 자극의 극치.
쓰고 싶어서 페르난두 페소아의 시를 읽는다.
이런 게 시라면 나도 오늘 적고 잘 수 있겠다.
아무렇게나 쓴 글도 시가 된다
쓰면 시가 되는 거고
쓰기 위해서 생각하고
생각하기 위해선 살아야 한다
사는 건 노력 없는 호흡으로 얻는
영혼의 심부름
시키는 대로 살면서
주인인 듯 착각하고 산다
종인 듯 주인인 듯 혼재된 생애에
어떤 흔적을 남기려고
이리 갔다 저리 갔다
그래서 사랑을 하고, 미워하고
좌절하고, 기뻐하고 그러나 보다
그러라고 빌려준 걸지도 모르니
심부름하고 돌아가면 된다
가서 칭찬일지 욕일지 모를 대가를 치르려면
시의 몫을 위한 선택은 매일 내가
아- 이렇게 문을 닫고 쓰면 시가 되는 걸까
시는 내가 홀로 있는 방식이 맞다
#페르난두페소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