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그게 내가 듣고 싶은 전부야

by 주명



밴드 공연을 보는 상상을 한다

앞자리에 서 있고 싶진 않아

겨울 저녁, 공원의 잔디밭에 눕는다


희미하게 내려앉는 조명빛과

빛 사이로 보일 듯 말듯한 보컬


내 귀에 들렸으면 하는 게 음악도 아니고

관중과 환호성도 아니야

사랑한다 말해줘

그게 내가 듣고 싶은 전부야


노래는 끝나고 관중은 환호한다


무대 위 프런트맨은

웃었을까 쓰라릴까


숨길 수 없는 슬픔과

참을 수 없는 환호 사이

제각각 얼굴들


얼굴을 보이기 싫어

잔디밭에 누워

감상이라는 핑계로

나는 눈을 감고 있다


이윽고 얼굴들은

안부를 묻는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퀴큰 나무 숲의 밤>을 읽은 밤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