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드 공연을 보는 상상을 한다
앞자리에 서 있고 싶진 않아
겨울 저녁, 공원의 잔디밭에 눕는다
희미하게 내려앉는 조명빛과
빛 사이로 보일 듯 말듯한 보컬
내 귀에 들렸으면 하는 게 음악도 아니고
관중과 환호성도 아니야
사랑한다 말해줘
그게 내가 듣고 싶은 전부야
노래는 끝나고 관중은 환호한다
무대 위 프런트맨은
웃었을까 쓰라릴까
숨길 수 없는 슬픔과
참을 수 없는 환호 사이
제각각 얼굴들
얼굴을 보이기 싫어
잔디밭에 누워
감상이라는 핑계로
나는 눈을 감고 있다
이윽고 얼굴들은
안부를 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