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즐거움도 좋지만 진지함도 좋다. 두 개를 동시에 가져가기란 쉽지 않은데 그렇다고 진지함을 잃긴 싫다. 동생이 그랬다. 언니는 어릴 때부터 만화도 안 좋아하고, 게임도 안 좋아했다고. 그때도 뭔가 진지했단다. 뭘 했냐고 물었다. 글쎄, 뭘 했긴 했겠지.
#2
겨울이 지나가기는 하나보다. 덜 보송한 이야긴데 겨드랑이에 땀이 조금 찬다. 봄이 오나 보다.
#3
어제저녁 마스크를 내리니 계절의 냄새가 달라졌다. 분명 계절마다 냄새가 다르다. 왜 냄새가 다를까 이야기했다. 잘 모르지만 식물의 변화가 있어서 아닐까라고 단정 지었다. 토양 아래의 변화를 우리가 안다는 건가? 우리도 자연이라 느끼나 보다. 분자의 냄새가 다른 걸 보니 어쨌든 봄이 오나 보다.
#4
7:10 알람을 6:50으로 바꿨다. 사실 7:30 넘어서 일어난다. 우선은 일어나 보기로 한다. 내 발의 등이요, 내 길에 빛을 켜기 위해.
#5
누가 왜 글 잘 쓰냐 물었다. 책을 많이 읽어서냐 묻길래, 책 별로 안 읽는다고 했다. 잘 쓰진 못하고, 잘 적긴 한다. 옷 예쁘게 입는 거 좋아하듯 단어로 생각에 옷 예쁘게 입히기 좋아하는 거 같다고 말했다. 사실 나도 잘 모른다. 그냥 좋다 쓰면.
#6
예쁘게 살 순 없을 거 같고, 멋지게 살아야겠다. 멋지다는 소리를 더 들으니까. 내 추구미가 다른 이들이 보기에도 그렇게 보이나 보다. 일치하니까 나쁘진 않다. 적어도 앞뒤가 다르진 않나 보다.
#7
한국인에겐 연초부터 세 번의 기회가 있다. 신정에 실패하면 구정에 시작한다. 구정에 실패하면 3월에 시작한다. 3월이 한 달 남았다. 봄이 오긴 온다.
#8
동생 덕분에 여행 취소됐는데 화나지 않냐고 물어왔다. 하루는 엄청 짜증 났는데 그다음엔 이해했다. 그럴 수 있지.
#9
그래, 진지하지만 재밌고 싶다. 그저 내 재미를 지키기 위해 신념이라는 단어로 포장해 보자면,
#10
진실도 비밀처럼 간직하고 헛소리한다 치부당했을 사람들의 기분이 어땠을까 생각해 본다. 거대한 어둠의 그림자 앞에서 아무것도,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을 무력감에 대해 생각해 본다. 난 쉽게 생각만 해본다. 살아보지 않았으니까. 한 번은 나가야겠다. 뭐 했냐 물어보면 변명은 해야 하니까. 난 앞으로도 즐겁고 싶거든. 울타리가 흔들리는데 맘 편히 뛰놀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