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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과격하게 끝나는구나

by 주명


키보드로 글을 쓴다. 마음에 조금은 여유가 생겼나 보다. 개인적인 목표를 세워뒀었는데 미루고 있다. 고작 나를 위한 기쁨과 성취감이 이 혼란 앞에 무슨 소용이냐 싶어서.


뭐 대단한 일 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관심을 두고 있다는 이유로 꽤 머리가 아프다. 할 수 있는 선에서 할 수 있는 것을 하고 지낸다.


‘모르는 게 약’이라 했는데 ‘모르는 건 죄’니까.


더 이상 약이 없다. 그럼에도 날마다 또 무얼 알게 된다. 내가 왜 이리 과몰입하고 있는지 나도 모른다. 언제부터였다고 이러고 있는지. 내가 나라 사랑을 하긴 했나. 모르겠다 어느 순간부터 진심 아닌 진심이 된 것 같기도. 날선 감정들을 내려두고 조금 더 이성적이게 지내보자 싶다. 예전에 누군가가 내게 사람들이 너를 이성적이고 차갑게 본다는 말을 옮겨왔을 때, 기분이 나빴다. 이제 와서 보니까 감성적이라 여겼던 나는 꽤나 이성적이기도 한가보다. 예상치도 않은 사람들이 팔로우를 끊었다. 그러나 신기하게도 줄어든 만큼 친구가 생겼다. 불편한 소리였겠지만 옳은 말을 했나 싶다. 옳은 말은 하고 넘어가야 불편하지 않을 때가 있다. 그 과정이 올바르진 않을거다. 아직도 멀었다. 나는 영원히 불완전한 인간이겠지.


나의 즐거움을 미루고 있는 순간이 슬프지만은 않다. 그러나 마음이 자꾸 가라앉는다. 그 즐겁던 쇼핑도, 날 자극하던 컨텐츠도 재미없다. 아니, 보면 재밌긴 하다. 그런데 나의 정욕을 만족시켜주던 걸 지금도 붙잡고 있는 건 죄책감마저 들게 한다. 내가 즐거워도 되나? 그래도 너무 머리가 아프면 잠시 눈과 마음을 딴 데 두려 한다. 나도 잠시 숨을 쉬어야지.


물리적이지만 않을 뿐 분명 총성 없는 전쟁이 일어나고 있다. 여전히 사람들은 평온하게 지낸다. 이상하다. 가끔 내가 알고 있는 진실과 일상의 괴리로 내가 이상한 사람인가 싶기도 하다. ‘그래서 뭐? 세상은 잘 돌아가고 있잖아. 나에게 폭격이 오지 않았잖아’하는 마음들을 볼 때 자꾸 불편하다. 한쪽에선 온 힘을 다해, 밤을 새가며 추적하고 추적한다. 나도 그 추적을 지켜보고만 있지만. 지나가는 사람들을, 주변에 있는 사람들을 보며 저들도 나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을까 궁금하다. 그저 겉으로만 웃고 있는 거겠지. 누군가의 눈에도 나는 평온히 지내는 것처럼 보일 테니까. 나만의 답을 내리며 지내고 있다.


엄마가 나와 동생에게 그래도 우리는 믿음을 지키고 있는 것 같아 다행이라는 말을 했다. 위대한 거사를 치르는 것도 아니고 그저 남들보다 조금 더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엄마는 안심한다. 그래, 이 또한 믿음으로 보일 수 있다면. 그릇된 처사를 하고 있진 않으니 믿음을 버리진 않았나 보다.


조금 더 온화한 표현으로 전달하고 싶은데 성격이 온화하지 못한가 보다. 표현을 바꿔보자 싶다가도 부드럽게만 말하면 사람들이 알아듣지 못할 때가 있다. 동생이 그렇게 말한 적이 있다. ‘나는 착하게 살고 싶은데 세상이 자꾸 나쁜 사람으로 만든다고. 벌컥 화를 내지 않으면 알아듣지 못하고 무시한다’고. 불의 앞에 머리를 조아리는 건 착한 게 아니다. 사람들은 그저 의견 없이 조용히 지내는 사람들을 착하다 표현하며 은연중에 무시한다. 그래, 그 무시가 싫어서 이렇게 쓴다. 기세등등한 건 ‘악’이 아니라 ‘선’에게 자리를 내어주어야 한다. 그 기운참이 왜 항상 악의 몫인가 고민해 본 적이 있는가? 나도 잘 해본 적이 없어 묻는 거다.


감언이설로 유토피아를 제시한다. 모두를 사랑하는 척, 물렁한 마음인 척하며 단단한 진리를 파괴한다. 미안하지만 낙원을 꿈꾸는 당신은 아직까지도 속고 있는 바보다. 세상은 불평등하다. 그걸 왜 애써 이 악물고 부정하고 외면하는가. 유토피아는 세상에 없다.


모두가 동등한 게 조화가 아니라,

불균형 속에 서로를 내어줄 수 있음이 평화다.


과격한 표현을 줄이려 애쓰는 요즘이다.

마음은 여전히 분노가 일지만,

누군가를 다치게 하는 건 나의 죄니까.


그러나 한 마디는 더 하고 싶다.

세상을 그저 감정으로만 살아가려 하지 말라고.

엄연한 진실을 보지 않으려 하는 건 어리석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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