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은 말은 있으나
오늘은 피곤하다는 이유로 적는 것을 미룬다.
말 그대로 어웨이크닝 되니 삶과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180도 달라졌다.
흥미롭지만 꽤나 피곤하기도 하다.
좁은 길을 가는 기분이 이런 걸까.
그런데 뭐 좁은 길 가보기나 했니?
성경이 내게 알려주려 했던 것을 명확히 알겠다.
그러나 나는 또 어렴풋이 깨닫고 살아가겠지.
말씀은 삶의 지혜, 격언, 인간 생존법칙에 비할 것이 아니다. 오만 삶이 모여있는 세상의 처음과 끝이다. 하나님이다.
그런데 그거 아나. 저기까지만 쓰고 그만 써야지 했으면서 샤워하는 중에 가만히 있으니 할 게 생각뿐이라 결국은 다 씻고 자리에 앉아 하고픈 말을 써대는 나라는 걸. 이 정도면 병이라고 말하지만 사실, 읽는 사람들에게 나의 진지함이 그냥 무거움으로 전달되는 게 부담되어 희석시키는 표현일 뿐, 이 정도면 거의 숨에 가깝다. 생각을 불어넣으시는 분은 하나님이시니 내가 쓰는 글은 날숨과도 같은 호흡이지 않을까 싶다.
이제야 나는 엄마가 여행하는 것을 좋아하는 우리를 조금 이해하지 못했던 이유를 알 것 같기도 하다. 책상에 앉아 말씀을 읽고 그대로 살아내려 몸부림쳤던 엄마가 지금에서야 조금 더 보인다. 목회자조차 하나님의 말씀을 가르치지 않고, 세상의 지식과 학자의 이론만 삼켜내어 설교하고 본인 생각을 나열해 세상의 분열에 일조하는 시대에 목회자조차 깨닫지 못하는 말씀의 비밀을 알아내 기쁨을 맛보는 삶을 살아내는 사람. QT모임에서 사람들에게 오늘의 깨달음을 알려줘야겠다는 엄마의 상기된 표정을 나는 어제 보았다. 엄마는 종종 DOING이 아닌 BEING이 되어야 한다 했다. 그저 관념처럼 생각했던 그 표현이 무엇인지 지금에서야 알겠다. 얼마큼 있어야 만족되는지 모르겠는 부와 명성이, 그저 착하기만 한 성품과 인정받는 직업은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필요가 없는 장식품이다. 이 장식품이 하나님 나라와 정말 연관이 있나?
코로나 시국 이후로 왜 퇴근만 하면 엄마가 내게 종종 정치에 대해 이야기했는지 그 마음을 뒤늦게 안다. 세상은 거짓이고 악이다. 뉴스만 봐도 모두 가짜만을 설파한다. TV가 전파기기면 그냥 전파만 하지, 진리에 가까운 이데올로기를 뒤엎어 숨기고, 그릇된 헤게모니가 되어 생각하는 것을 차단해 집요하게 거짓을 주입시킨다. 태블릿PC는 어찌 되었는가? 이 정도면 언론은 진실만을 전한다는 표현조차 대중을 어리석게 만들기 위한 끊어낼 수 없는 질긴 프레임은 아닌가 생각한다. 세상은 제대로된 역사를 알려주지 않았다. 하고픈 말과 표현이야 많지만 여기까지만 뱉고 삼킨다.
세상은 계엄을 계몽이라 부른다. 나도 계몽되었다. 그러나 단지 나라를 바라보는 시각이 크게 떠진 게 아니고, 세상을 주관하시는 하나님을 향한 눈이 떠졌다. 정치를 이야기하다 보면 결국 아멘까지 갈 수밖에. 사실 우리가 절실히 원하는 금의환향의 얼굴은 우리가 기대하고 바랐던 얼굴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의 계몽은 세상 권력가에 대한 존경과 충성이 아니고, 세상의 왕, 왕 중의 왕, 역사를 주관하는 이가 누구인지에 대한 각성이다. 또 다르게 불어닥칠지 모르는 혼란 속에서 바라봐야 할 단 하나, 주의 얼굴을 소망할 뿐이다.
요즘은 클래식이나, 가사를 쉽게 파악할 수 없는 가스펠을 자주 듣는다. 글을 쓰는 지금도. 소울이나 가스펠이 더 좋았던 어린 시절. 순수했다. 순전했기에 주를 찬양하고 바라는 노래가 더 좋았나 보다. 다시 그런 노래를 찾아 듣고 있자니 무언가를 지금보다 더 깨닫게 되면 순수를 더욱 갈망하게 될 수밖에 없는 걸까 싶다. 날마다 껍데기는 쇠하여도 내면은 정작 새로워지는 인생. 불순물은 사라지고 남아야 할 깨끗함만 남는. 그래서 정결하고 정직한 것만 남은 인생. 휘지 않고 부러질 것만 남은 인생.
나는 요즘 그다지 똑똑하지 않은 내가 좋다. 지식이 많이 없어 겸손히 구해야 하는 지혜의 자리가 내게 더 크게 남아있다는 사실이 날 기쁘게 한다.
나는 단단해져도, 주변인에겐 유연함을 잃지 않아야 할 것이라는 댓글을 자꾸 되뇐다. 그래서 또 이 글을 떠나면 철없는 나로, 무언가를 모르는 사람처럼 그렇게 세상에 다시 발을 디디며 내일을 살아가겠지.
피곤하다면서 결국 생각했던 것을 다 써냈나 확인하는 이상한 밤.
오늘의 저 달은,
달도 담아낼 듯한 곡률을 가진 내 속눈썹 같은 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