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가끔 회사에 가기 싫다. 이유는 그냥. 그래도 그냥에 꼬리를 달아본다면 날씨가 좋으니까. 초록이 열심히 일하는데 나까지 일할 필요가 있을까 하여.
풍경이 아름다운 공간에 가만히 앉아 생각 자유수영을 하고 싶다. 생각 속을 헤엄치는 일은 내게 과분하지 않은 운동.
헛되이 시간을 쓰고 싶지만 나이가 열 살만 더 젊었더라면 낭비했을 시간을 결국 열 살이 더 많다는 사실로 낭비하지 못한다. 나만 천천히 걸으면 무얼 하나. 시간은 참 치열할 정도로 부지런해서 질투가 날 지경이다. 그래서 사람들이 시간 앞에 주눅 들고 용기를 잃는 걸까. 그 부지런함에 부끄러워서. 부러워서. 그렇다면 나보다 열 살 많은 사람들은 시간 앞에 더 약할까. 나는 모른다. 열 살 더 먹어보면 알겠지.
시간은 알까, 우리가 질투한다는 걸.
시간은 덥다고 꾸물대지도 않고, 춥다고 가만히 웅크리지도 않는다. 얄밉게도 일정한 맥박으로 걷지 않고 심지어 뛴다. 애초에 시간을 따라잡는다는 건 사막 한가운데서 얼음 띄운 오렌지주스 사 마시려는 시도. 말도 안 되는 이야기.
그러나 약해질 리 없는 시간의 기세는 나의 힘이기도 하다. 내 인생은 내 시간이니까. 시간에 힘입어 기세등등하진 못해도 기세등까지는 할 수 있는 칠일의 여름을
살아보자. 헤드폰에선 아무쪼록 행운을 빌어 달라는 부탁이 흘러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