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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문

by 주명


마음의 문을 여는 걸 실제로 본 적 있으신가요?

저는 그걸 매일 경험하며 삽니다.


새벽마다 우리 아버지는 새벽예배에 가십니다. 일 년은 훨씬 넘은 거 같기도 하네요. 아부지 이야기하려는 건 아니고요. 어느 날부터 새벽에 아버지가 나가면 우리 집 강아지 사랑이가 낑낑대면서 제 방 문을 긁습니다. 아버지가 나가면 거의 동시에 긁는 것 같더라고요. 몇 달은 새벽마다 문을 긁으면 자다 일어나서 문을 열어주고 들어오라고 손짓하며 기다려준 뒤 방에 들어서면 납치하듯 끌어안고 침대에 같이 누워 잤습니다. 꼭 엉덩이는 제 얼굴에 두고 자더라고요. 기분 좀 이상하지만 원래 강아지는 신뢰하는 사람에겐 자기의 뒷모습을 보인다는 거 아시죠. 그래서 그런가 보다 하고 엉덩이 보며 잤습니다.


그것도 몇 달 하니 수면의 질이 좋지 않더라고요. 깼다가 다시 잠들기까지 시간이 걸리고, 그럼 아예 지금부터 하루를 시작하자 하고 일상을 개시하면 종일 피곤하기도 하더라고요. 그래도 긁으면 열어줘야죠. 내 강아지인데.


어느 날은 너무 피곤해 문만 열어줬더니 조금 낑낑대다가 바닥에 누워 자더라고요. 아 그럼 이제 침대에 올려두는 건 안 해도 되겠다 싶었죠. 그렇게 또 한 달을 지내다 보니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닌 거죠. 방 문을 새벽 다섯 시마다 연다는 게. 새벽에 셔터 올리는 일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잔머리를 써서 문을 완전히 닫지 않고 닫은 것처럼 보이나 발로 툭- 건드리면 열리게 닫아뒀습니다. 그러면 저는 기상하지 않아도 되고 사랑이는 문밖에서 낑낑댈 필요도 없는 거죠. 사랑이는 요즘 문을 조금 열고 들어와선 체감상 5분도 안되게 있다가 나가버립니다. 자기도 안심이 되는 건지 모르겠지만 침대에서 한 시간은 누워있어야 하는 사랑이가 이제는 그냥 방 안에 들어온 것만으로도 괜찮은지 잠시 누워있다 나갑니다. 문이 열려 있으니 대신 자주 왔다 갔다 하더라고요.


중요한 건 도어락 버튼음이 들리면 아주 곧장 현관으로 가 아버지를 맞이합니다. 웃겨요 아주. 아버지기 올 때까지만 나를 찾습니다.


오늘은 아침에 깼더니 사랑이가 방에 들어와 있었는데 약간 모른 척하고 싶어서 실눈 뜨고 사랑이를 지켜봤습니다. 혼자 조용히 저를 보고 소심하게 낑낑대더니 도어락 소리에 곧장 나가더라고요? 어이없지만 귀여웠습니다.


그리고 생각이 나더라고요.

마음의 문을 연다는 게 뭔지.


꽉 닫지만 않아도 내 마음을 들락날락할 사람들이 있겠구나. 꽉 닫지만 않았을 뿐 거의 닫은 거나 마찬가지인 마음의 문에 자신이 열고 싶은 만큼 열고 들어와 내게 오겠구나. 그리곤 늘 문이 열려있을 거라는 기대와 안도로 나를 오가겠구나.


마음의 문을 활짝 열지 않아도 됩니다. 내게로 오고 싶은 사람들은 알아서 문을 열고 들어올 겁니다. 제 집 드나들 듯 그렇게 오가는 사람 중 들이고 싶지 않은 사람들도 오겠죠? 뭐 그런 걱정은 안 해도 됩니다. 그런 사람들에겐 문, 안 열어 주면 되거든요. 언제나 내 마음의 손잡이는 내가 쥐는 거니까.


그래서 마음의 문, 언제나 사알짝은 열어놔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 토요일 아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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