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나의 결정이든, 나의 한계든 결국 혼자 있는 시간에는 이유가 있을 거라고. 혼자를 선택했다고 여기지만 관계는 타인과의 연결이라 내 독립 시간은 타의로 구성되어 있기도 하다. 아무도 나를 택하지 않은 거지. 그래서 떳떳할 수 없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또 부끄러울 건 뭐가 있나 싶다. 연애와 결혼이 뭔데. 도태되었다면 도태된 것이 맞고, 누구보다 홀로 전진하고 있다면 전진하고 있는 것도 맞다. 홀로 나를 마주하고, 굽어살피며 내게서 캐낼 수 있는 것을 나는 찾고 있다.
원치 않게 점점 고립의 골짜기로 들어가고 있다. 직장에서도 어쩌면 골방으로 굴러 갈지도 모른다. 예측할 수 없는 계획이 호시탐탐 나를 노리고 있다. 왜 자꾸 나는 구석으로 몰리는 삶인가 궁금하기도.
혼자의 시간에 나는 그저 멍하니 있을 뿐이지만 그래서 남들보다 더 생각하고, 더욱 쓸 수 있다. 누가 보면 여백 가득하다고 여길 시간에 나는 채우고 있다. 써야만 하는 시간이 자꾸 쌓인다. 시간을 겹겹이 쌓아 올려 페이지를 늘린다. 쌓인 페이지를 하나로 묶어서, 연약한 나는 사실 단단하고 두께가 있는 사람이었음을 확증해야 할지도.
써야만 하는 이유가 정말, 있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