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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곤하다는 말을 달고 산다

by 주명


무엇에도 마음을 빼앗기지 않고 집중하며 앞으로 나가려 애쓰는 요즘이다. 그렇다고 완벽한 몰입은 아니다. 무아지경은 소진을 필두로 하니까. 아직 나를 잊어선 안된다. 잃어선 안된다.

정신과 육체가 참 많이 곤하다. 피곤하다는 말을 달고 산다. 피곤의 정도를 내 평소 생활습관의 변화로 알게 됐다.

나는 집에 도착하면 입었던 옷을 바로 정리하는 사람인데 그걸 자기 전까지 미루거나 심할 때는 옷을 그냥 침대 옆에 밀어두고 잤다. 사실 옷이 침대에 있는 지도 몰랐다.

머리를 감고 말린 후 드라이어를 바로 정리하는 사람인데, 드라이어를 꺼 침대에 홱- 던져두고 한참 다른 일을 하다가 플러그를 뽑는다. 귀찮다 일상을 정돈하는 게.

정체성이라 생각했던 모습을 말로만 표현할 게 아니라, 실체가 있는 사실로 만들기 위해 그래도 최선을 다하는 계절을 보내는 중이다. 나라는 사람을 누군가에 소개하기 위해 나를 확립해 가는 게 아닌, 내가 내게 떳떳하기 위해, 당당하기 위해 나를 세워가는 중이다. 모두가 그럴 것이다. 내가 나에게 부끄럽지 않아야 타인 앞에서도 자신감을 가질 수 있다. 내가 나를 인정하지 못하면 타인 앞에서의 나는 한낱 신기루일 뿐이다.

나는 오늘도 불면 날아갈지도 모르는 모래와 같은 하루를 기어이 붙잡고, 그 하루에 팔짱을 꼭 껴 지금을 살아낸다. 날아가지 않고 오늘에 붙어서 기어코 무언가를 만들고, 다듬고 적어낸다. 부끄럽지 않은 나를 겨우내 마주하기 위하여.

그런데 정말, 피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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