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그런 날이다. 가벼운 걸음으로 내게 와서 마음을 무겁게 꾸욱- 누르는 사람들이 내 밤에 찾아든 날. 마음을 나누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자신의 눈물을 내게 숨기지 않고 오는 여리고 다정한 사람들이 있다. 그 여린 이들은 재밌게도 모두 키가 크다.
우린 눈물을 숨기고 산다. 눈물은 창피한 게 아닐 텐데 우린 왜 눈물을 참고, 울고 난 뒤 울었다고 말하는 걸까.
눈물이 잘 없는 나는 오늘 눈물이 날 뻔했다. 누구보다 눈물이 많을 것 같은 나인데 왜 난 잘 울지 않을까. 눈물이 날 만큼 감정의 극에 달한 적이 없나. 언제나 ‘아니야, 그만 가. 거기까지 가면 안 돼’ 하며 내 마음을 붙잡고 있는 걸까. 가끔 스스로를 채찍질한다. 절제가 멋있다고 생각하는 걸까.
어쨌든,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친구들이 있다는 게 내겐 기쁨이다. 낭만 있잖아. 나는 낭만주의자. 보이지 않는 관념에 대해 떠들길 좋아하는 사람. 누가 들어주지 않으면 적어서라도 나와 대화하는 거울모드 사람. 여전히 헛된 짓만 하는 듯 보여도, 그 헛수고가 인생의 목적인 사람.
그 헛수고를 사랑해 주는 다정한 사람들에게 고마운 밤이다. 내 유쾌함보다 내 깊이를 알아주는 사람들이 있어서 깊어지고만 싶은 나.
오늘은 마음의 물기를 내버려둬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