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드폰을 켜지 않았다

by 주명


오늘은 퇴근길에 헤드폰 전원을 켜지 않았다.

아침에 방을 나설 때마다 퇴근길에 노래를 들으려고 헤드폰을 반드시 챙기는 내가. 놓고 나오면 다시 집에 들어가는 내가.

퇴근 무렵 오래된 친구, 하지만 아무런 이유도 없이 서로가 바빠 연락하지 못했던 그녀로부터 장문의 메시지가 왔다. 읽은 게 아니라 마치 들은 듯했다. 메시지를 곱씹고 곱씹으니 내게 노래가 되었다. 헤드폰을 켤 새가 없었다. 마음을 흔드는 울림이 멜로디보다 강력했으니까.

뒤늦게 내 출간소식을 알고 허겁지겁 주문해서 앉은 자리에서 다 읽었다며 이 구절을 읽고 펑펑 울지 않을 수 없었다 했다. 솔직한 내 마음에 위로를 받았고, 하고픈 말이 한가득이었지만 적는 동안은 이상하게 눈물만 난다 했다.

그래, 결국 너도 내 마음을 두드려 나를 울리고 말았다.

가끔 누군가를 울리는 글을 쓰는 나인데, 정작 나는 그런 글을 읽어본 적이 자주 없다. 내게 누군가 그런 글을 써주지도 않는다.

누군가를 울리는 글은 결국 상대를 향한 진한 마음이 담겨 있어야 한다는 걸 너를 통해 깨닫는다. 그리고 나의 글이 누굴 울컥한 게 만든 게 아니라 내 마음이 누군가를 울렸음을 이제야 안다. 마음이 없으면 그 무엇도 의미가 없다.

어린 시절 나의 한 곳을 채우던 네가 언제나 잘 지내길.

그리고 나의 마음 한 편에 새로 문장을 새긴다.

“어떤 울림은 기어코 나를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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