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편한 투자를 합시다
금리가 오를 것이라는 논리적인 전망, 금리가 내려 더욱 완화적이길 기대하는 심리가 끊임없이 공방을 벌이고 있다. "비관론자는 명성을 얻지만 낙관론자는 돈을 번다." 라는 격언이 생각나기도 한다.
나는 돈을 벌기 위해 금리가 내리는데 배팅하지도 않고, 명성을 얻기 위해 금리가 오를 것이라는 주장을 펼치지도 않을 것이다. 나는 미래를 전망하기에 턱없이 모자란 개미이므로 어느 상황에서도 내 자산이 깨지지 않도록 자산배분에 힘쓰고 있다. 다만 거시의 흐름을 이해하고 내 포트폴리오가 현재 확률 높은 시나리오에 잘 대응하고 있는지 검토해보는 것은 중요하기 때문에 꾸준히 시장 동향을 파악하는 중이다.
참고로 금리가 오르면 채권 가격은 떨어진다. 경기가 성장하며 금리가 서서히 오르는 것은 자연스럽다. 금리가 오르는 힘보다 성장의 힘이 강하면 주식 시장에도 좋다. 하지만 최근처럼 금리가 빠르게 튀어오르면 증시는 부담을 느낀다. 최근 금리가 급등하며 주가에 부담을 주는 이유는 아래 링크 된 글에 정리하였다.
반대로 금리가 내리면 채권 가격은 오른다. 풍부한 유동성에 기대 기업들의 자금조달이 쉬워지고 투자가 늘어난다. 할인율이 낮아지니 기업의 내재가치는 끝없이 상승한다. 투자자들이 금리 하락을 기대하는 것은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BOJ)은 채권 수익률 곡선(커브) 전반을 안정적으로 낮게 유지하는 게 지금 중요하다고 말했다.(중략) 그는 "일본은행은 10년 국채금리는 0% 안팎의 목표치에서 끌어올릴 의도가 없다"고 강조했다. - 연합인포맥스 (2021. 2. 26)
호주 중앙은행(RBA)이 양적완화(QE)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40억 호주달러의 국채를 매입하겠다고 발표했다. 1일 다우존스에 따르면 평소 20억 호주달러를 매입해왔던 RBA는 이번 발표를 통해 최근 전 세계 국채시장 변동성에 대응했다. - 연합인포맥스 (2021. 3. 2)
일본 10년물 금리는 26일 장중 0.18%까지 올랐으나 발표 이후 하락 전환하여 다음날 0.14%까지 크게 내렸다. 호주 10년물 역시 장중 1.97% 올랐던 금리가 발표 다음날 1.66%로 반락했다.
프랑수와 프랑수아 빌루아 드 갈로 프랑스 중앙은행 총재는 최근 금리 상승은 부적절하며 유럽중앙은행(ECB)가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연합인포맥스 (2021. 3. 2)
세계 각 국이 저마다 자국의 금리를 낮추기 위해 노력한다. 미국의 투자자들은 일본과 호주의 적극적인 YCC와 QE 확대를 바라보며 기대감을 키웠을 법하다.
세계 각 국가들은 왜 국채금리를 낮추려고 하는걸까. 호주의 경우 최근 원자재 가격 상승(호주는 대표적인 원자재 수출 국가)과 경기 회복으로 국채금리가 오르며 호주달러가 절상 되는 모습을 보였다. 전세계의 수요는 한정적인데 자국만 통화 가치가 오르면(절상) 수출에서 가격 경쟁력이 낮아지기 마련이다. 이 때문에 전세계는 자국 통화의 가치를 낮게 만드는(절하) 환율전쟁을 하고 있고, 돈의 값인 금리를 낮춰 경기부양과 수출 경쟁력을 확보하려고 한다.
여기에 코로나 여파로 전세계의 부채가 크게 증가했다. 국제금융협회(IIF)는 전세계의 부채가 2019년 대비 24조 달러 늘어 281조 달러에 도달하여 사상최고치를 기록하였다고 밝혔다. 전세계 GDP 대비 부채 비율 역시 355%로 35% 급증했다. 이는 2008~09년 금융위기 때보다 더 큰 증가폭이다.
빚이 1,000만원 일 때는 금리가 1%에서 1.5%로 올라도 크게 부담이 되지 않을 수 있다. 그런데 빚이 쌓여 1억원 일 때라면 얘기가 다르다. 현재 세계 정부들의 입장도 이와 다르지 않다.
그러므로 투자자들은 미국 혼자만 금리상승(돈의 값 상승)을 용인할 수는 없을 것이고 부채 부담도 크기 때문에 연준이 금리를 억누르려는 무언가를 하지 않겠는가 기대하는 것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 글로벌 리서치의 마크 카바나 금리 전략가는 "단기물 국채를 파는 동시에 장기물을 사는 오퍼레이션 트위스트는 연준이 내놓을 수 있는 완벽한 처방전"이라고 평가했다.- 연합인포맥스 (2021. 3. 2)
한때 시장이 기대했던 YCC는 금리의 상단을 확실하게 틀어 막을 수 있지만 달러 가치 급락의 반대급부가 있다. 기축통화국인 미국은 달러 가치가 급락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연준은 지난해 fomc에서 YCC를 검토할 듯이 말해 시장이 환호하게 만들었다가 한달만에 YCC 카드를 주머니에 집어 넣었다. 현재 상황은 경기 회복 신호가 보이고 있고, 자산시장도 역사상 최고점 부근에 있다. 이런 상황에서 다시금 YCC가 등장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일반적이다.
오퍼레이션 트위스트는 연준의 국채매입 총량을 늘리지 않으며 장기물 금리를 제한할 수 있는 도구로 최근 도마에 오르고 있다. 오퍼레이션 트위스트는 연준이 보유한 단기물을 팔아 장기물을 사는 것인데, 최근 급등한 장기물 금리와 달리 단기물 금리는 매우 낮게 유지 되고 있기 때문에 현 상황에 최적의 정책이라는 주장이다.
시장의 기대는 정말 우는 아이와 같아서... 엄마에게 게임기 사달라고 조르다 혼나고 대신 컴퓨터 업그레이드 해달라고 조르는 격이다.
(오는 4일 월스트리트저널 주최 콘퍼런스에서) 파월 의장이 시장의 바람대로 금리 상승 속도를 늦출만한 구체적인 방안을 언급할지가 관건으로 보인다. 만약 파월 의장이 기존의 원론적인 발언을 고수할 경우 금리 급등세가 다시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 연합인포맥스 (2021. 3. 2)
이에 오늘 4일 연설에 나서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에게 투자자들의 시선이 쏠린다.
최근 전문가들의 전망은 속도는 완만할 수 있겠으나 금리는 좀 더 오를 것으로 모아지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런 금리 상승이 증시에 위협적인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한데 핵심은 속도라고 할 수 있다. 앞서서도 말했지만 문제가 되는 것은 성장보다 빠르게 오르는 시장금리이다.
현재 금리가 내리는 시나리오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채권 시장에 큰 손 등장 뿐이다. 그런데 이미 연준이 큰 손 역할을 해주고 있으니 더더 큰 손이 되어주어야 하는데, fomc 위원들은 채권 매입 규모를 줄이지도 않겠지만 확대할 생각도 없어 보인다.
게다가 최근 서로 입이라도 맞춘 듯 '금리상승은 좋은거야.'라고 말하고 있다.
"금리 상승은 경제가 회복 경로에 있다는 점에 대한 신뢰의 표시"
- 제롬 파월 연준 의장
"금리의 상승은 경제에 대한 시장의 낙관론을 반영한 것"
"채권 금리 상승이 경제를 제약하지는 않을 것"
- 토마스 바킨 리치먼드 연은 총재
"성장 전망이 개선되면서 국채수익률이 오르는 것은 놀랍지 않다"
- 로버트 카플란 댈런스 연은 총재
"현재 경제 전망을 고려하면 미 국채 10년 금리의 상승은 적절하다(appropriate)"
- 제임스 불라드 세인트루이스 연은 총재
"금리 상승은 향후 경제 활동에 대한 늘어나는 낙관론과 연관이 돼 있으며 금융 여건을 긴축시키지도 않는다"
- 에스터 조지 캔자스시티 연은 총재
이런 fomc 위원들의 태도를 보았을 때 자산시장이 조금 출렁거린다고 선제적으로 금리를 안정화 시키기 위한 정책을 사용하거나 발언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럼 경기 회복과 인플레이션 기대에 따라 금리는 좀 더 오를 수 있고, 금리의 상승이 실물경기에 부담을 준다고 여기는 순간 연준이 등판하지 않을까, 그리고 이건 아직은 아니야. 라고 생각을 정리해 볼 수도 있다.
다시 한번 밝히지만 앞으로 금리가 오를지, 내릴지 나는 맞출 능력이 없다. 맞추려고 시도조차 하지 않을 것이다. 오를 수 있는 논리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고, 내릴 수 있는 논리에 대해서도 생각해보는 것이 목표이다. 그리고 거시 환경이 어느 논리에 가깝게 다가가는지 지켜보며 보수적인 관점으로 포트폴리오를 보호하기 위해 생각을 정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