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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이 "실적장세"라고 하는 이유

by 줌스

많은 전문가들이 최근 증시를 "실적장세"라고 표현한다.


잠깐 옆길로 세면... 이런 정보들을 개인이 쉽게 얻을 수 있다는 것은 기술의 진보가 내려준 선물이 아닌가 싶다. 예전에는 경제지를 통해 얻을 수 있었던 정보들. 그나마도 어려운 말들로 쓰여져 비전문가는 이해하기 어려운 경제와 시황에 대한 이야기들이 이제는 유튜브, 블로그 등 다양한 채널로 쉽게 접할 수 있다.


심지어 이런 채널들은 직접 소비자(시청자, 팔로워, 구독자)를 만나기 때문에 비전문가가 소위 '갑'의 위치에서 전문가의 정보를 취사 선택할 수 있다. 그러니 전문가들은 더 많은 '갑'의 선택을 받기 위해 비전문가도 이해할 수 있는 쉬운 말로 찾아가서 설명을 해주는 시대가 된 것이다.


요즘 코스피의 매매동향을 보면 개인들이 귀신 같이 장이 오르면 팔고, 장이 밀리면 산다. 어제는 기관과 외국인이 모두 매수를 했음에도 개인이 물량을 떠넘기며 장마감으로 갈 수록 지수가 흘러내렸는데 이런 장면을 보면서 개인 투자자들의 지혜가 예전과 다르다는 생각이 들고 이 것이 기술의 은혜로움 아닐까 싶다.





실적장세라고 말한 전문가들은 꼭 이렇게 이야기 한다. "실적이 개선 되는 종목을 사야 한다." 음... 이것은 부모님 말씀을 잘 들어야 한다, 학교는 빠지지 말고 가야한다는 수준의 정론 아닌가?


전문가에 대한 의심은 내 마음 속에 접어두고 왜 지금을 실적장세라고 하는지부터 생각해봤다.


다시 금리 이야기로 돌아올 수 밖에 없다. 펜데믹 이후 세계 중앙은행은 금리를 낮추고, 기축국들은 역대급 양적완화를 통해 시장에 유동성을 살포하였다.

그 덕에 증시는 실물경제와 달리 빠르게 V자 반등에 성공했고 뜨거울 랠리를 만들어 냈다. 이 시기를 금융장세(or 유동성장세)라고 한다. 그리고 이제 시장금리가 꿈틀꿈틀 올라오자 전문가들은 금융장세에서 실적장세로 전환을 말하는데 금리와 무슨 관계가 있는 것인지 파악해본다.


앞서 다른 글에서 금리가 주가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1) 할인율, 2) 기회비용, 3) 부채 로 설명한 적이 있다. 실적장세로 전환 역시 금리상승에 의한 할인율(내재가치)과 부채(자금조달 비용)로 이해가 가능하다.





기업이 자금을 조달하는 대표적인 방법으로 주식시장에서 조달하는 것과 회사채 발행으로 채권시장에서 조달하는 것이 있다. 회사채 이자는 국채금리와 연동 되는데, 쉽게 설명하면 미국 정부보다 기업은 신용도가 낮기 때문에 회사채는 국채 금리에 리스크 프리미엄을 얹어 더 높은 금리로 발행하게 된다. 그러므로 금리가 오르면 기업은 더 비싼 비용으로 돈을 빌려야 하여 자금조달이 어려워지고 투자가 위축 된다.


투자 위축은 기업의 성장성을 저해하는데 성장에 대한 기대감으로 미래가치를 현재 주가로 많이 땡겨온 기업(예를 들어 현재는 적자지만 앞으로 큰 시장을 선도할 것으로 예상 되는 기업)일 수록 더 어렵다. 반대로 튼튼한 현금흐름을 확보하고 있는 기업(성숙한 시장에 확고한 점유율을 확보한 기업)들은 금리 상승으로부터 덜 위태롭다.


기업의 내재가치는 미래 기대 현금흐름을 할인하여 구하는데 분자에 기대 현금흐름, 분모에 할인율을 적용하여 구한다. 분모의 할인율이 커질 수록 몫에 해당하는 내재가치가 내려가는데, 할인율은 국채금리에 연동하므로 금리가 오르면 기업의 내재가치가 낮아지는 형태다. (자세한 설명은 위 링크에서 확인 가능)


image.png 기업의 내재가치를 구하는 공식 : 분모가 할인율, 분자가 기대 현금흐름이다





어찌보면 '원래 실적이 좋은 주식이 금리가 오르든 말든 좋은거 아님?' 이라고 할 수도 있다. 원래 주가는 펀더멘탈을 따라가는 것이므로 금리가 오르든 말든 실적이 나는 기업에 투자해야 한다는 말은 정론이니 '실적장세이니 실적이 개선 되는 종목을 사세요'는 하나마나한 말 아닌가?


이 말은 오히려 경고의 의미로 생각하는게 좋을 것 같다. 우리가 경험한 지난 1년은 금융장세였다. 실적이 좋으면 실적이 좋아서, 성장에 대한 내러티브가 좋으면 기대감으로 주가가 오르던 시절이다. 이 시기에는 초보 투자자도 쉽게 종목을 선택하고 수익을 낼 수도 있었겠지만 실적장세는 아무 종목이나 다 오르는 시절은 아니라는 의미겠다.


결국 이런 시기에 시장에서 살아 남으려면 더욱 철저히 공부하고 돌다리도 두드리며 투자해야 할 것이다. 기업 분석에 자신이 없는 초보 투자자라면 차라리 S&P500 등의 지수에 투자하거나 경기 성장과 금리 상승으로 수혜를 보는 산업재 등 경기민감 섹터 ETF 혹은 금융주 섹터 ETF 등을 활용하는 것이 좋을 듯 싶다. 나 역시 그렇게 하고 있다.


우리의 잔고는 소중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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