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느낌뿐만 아니라 데이터가 입증한 언어
“Music is the universal language of mankind.”
- Henry Wadsworth Longfellow (Poet and Harvard University Professor, 1807~1882)
학자를 꿈꾸는 학생인 저에게는 한 가지 깊은 고민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영어 좀 잘하면 좋겠다.’라는 것입니다. 어려서부터 여러 사람에게 영어를 잘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어왔지만, 그리 귀담아 실천하지는 못했습니다. 그 결과, 지금에야 영어를 잘해보려고 안간힘을 쓰게 되었습니다. 학계의 주류 언어가 영어이기에 저는 반드시 영어를 자유롭게 사용해야 하겠습니다. 또한, 훗날 더 깊은 연구를 위해서 유학이라도 간다면 영어는 그야말로 저의 삶 그 자체가 될 수도 있지요. 그렇지 않더라도 한국 사회에서 웬만한 논문을 작성하기 위해서라면 영어쯤은 원하는 만큼 충분히 독해할 줄 알아야 합니다.
전 세계 사람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언어이자, 그 중요성을 끊임없이 들어온 영어조차 배우기가 참 쉽지 않습니다. 특히 한국 사람들은 초등학생, 아니 심하면 유치원 때부터 영어를 배우지만, 영어를 자신 있게 할 줄 안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별로 없습니다. 이처럼 모국어는 자연스럽게 배워서 사용하지만, 외국어는 하나조차도 제대로 구사하기가 힘든 것 같습니다. 설사 할 줄 안다고 하더라도 완전히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사람은 배우는 인구수에 비하면 소수에 불과합니다.
군대에서 전역한 이후로 저는 피아노를 하루에 30분 정도씩 꾸준히 치고 있습니다. 누군가에게 연주를 들려줄 만한 실력이 된다면 참 좋겠지만, 아쉽게도 아직 저는 그렇게 연주하지 못합니다. 순전히 저 자신의 감성과 편안함을 위해 피아노를 치고 있습니다. 피아노를 조금이라도 더 느낌을 살려 연주하기 위해서, 저는 유튜브로 다른 피아니스트들의 연주를 자주 듣곤 합니다. 국내 피아니스트뿐만 아니라 세계에 널리 살고 있는 다양한 연주가들의 음악을 청취합니다. 저는 그들의 연주를 들으면서 똑같이 감동과 전율을 만끽합니다. 한국인이냐 외국인이냐에 상관없이 말이죠.
이처럼 음악에는 국경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곡을 연주하는 사람도, 그 곡을 듣는 사람도 모두 같은 감정을 공유합니다. 하나의 선율로 서로 소통할 수 있습니다. 음악가의 언어 또한 동일합니다. 모차르트가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에서, 베토벤이 독일의 본에서, 드뷔시가 프랑스 생제르맹에서 태어났다고 해서 각기 다른 부호로 작곡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오선지와 음표라는 똑같은 언어로 자신만의 음악 세계를 구축하였습니다. 그들이 지은 불후의 명곡들을 우리는 지금도 마음껏 연주할 수 있습니다. 음악이라는 언어는 진입장벽이 그다지 높지 않습니다. 단지 음악을 즐길 줄 알면 되니까요. 물론 새로운 음악을 창조하는 음악가나, 전문적인 연주자의 세계는 또 다르겠지만요.
우리는 이처럼 음악이 만국의 공용어라는 사실을 직감적으로 느낍니다. 그런데 그거 아시나요? 어렴풋이 음악을 인류의 공통적인 언어로 생각해왔다면, 이제는 그것을 뒷받침해줄 연구들이 속속히 등장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2018년에 하버드대학교 심리학과 음악연구소에 소속한 사무엘 메어 연구진은 인류가 향유하는 음악에는 어떠한 보편적인 특질이 있다는 것을 입증하였습니다.[1] 아무런 문화적 연관이 없는 특정한 음과 가사를 듣고도, 사람들은 그 음악이 자장가인지, 춤곡인지, 멜로 노래인지 구분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 연구진은 다음 연도에 3대 저명 과학 학술지라는 CNS 중 하나인 Science지에 음악 심리학에 관한 논문을 게재합니다.전년도의 연구 결과를 토대로 하여 직접 데이터 사이언스와 인지 과학적 분석을 시도하여 유의미한 결과를 얻어낸 것이죠. 이들에 의하면, 사람들이 비슷한 음악을 들을 때 생물학적으로 완전히 고정적인 반응을 보이지는 않는다고 합니다. 즉, 같은 음악을 감상하더라도 각기 여러 리액션을 취할 수 있다는 것이죠. 그러나 유사한 장르의 음악은 대개 공통점을 갖는다고 합니다. 언어, 조성, 리듬 등과 같은 요소에 의해 말입니다.[2] 정확한 연구 기법은 아직 저의 데이터 리터러시가 부족한 관계로 말씀드리기가 힘들겠네요. (4~5년 후에는 좀 더 확실하게 답변드리겠습니다.. 하하^^;)
뭔가 어려운 내용을 다룬 것 같지만, 결론은 음악이 만국의 언어가 맞다는 말입니다. 국경뿐만 아니라 세대 간의 경계도 없습니다. 물론 나이별로 선호하는 음악의 장르나 느낌이 다를 수도 있겠습니다. 시대마다 유행하는 곡의 분위기는 모두 다르기 때문이죠. 그런데 클래식은, 그중에서도 피아노 작품은 더더욱 나이를 막론하고 즐기는 음악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아마 그러하기에 명곡들이 오래전부터 현재까지 이어져 올 수 있었겠지요. 음악 앞에서는 국경도, 나이도, 지위도, 인종도, 계급도, 성별도 구분되지 않습니다. 그런 점에서 음악은 모두를 평등하게 만들어주는 하나의 매개체가 되어주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여러분에게 제안하고 싶습니다. 영어 공부하기가 힘드시다구요? 새로운 언어를 배워보기를 원하신다고요? 그렇다면 음악을 배워보는 건 어떨까요. 아니, 단지 마음껏 즐길 수만 있다면 충분하겠습니다.
- 주 -
[1] Peter Reuell, “Songs in the key of humanity,” The Harvard Gazette, (January 26, 2018).
[2] Samuel A. Mehr et al., “Universality and diversity in human song,” Science 366 (2019), p. 9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