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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준봉 Aug 08. 2021

연습이 대작을 만든다

하루라도 연습을 하지 않으면 실력에 가시가 돋는다

     지금은 여름방학입니다. 대학원 진학을 앞두고 있으며, 아직 교회 사역을 하고 있진 않습니다. 어쩌면 제 인생에서 가장 여유로운 나날을 보내고 있는 게 아닐까 합니다. 온종일 무엇을 반드시 해야 할 일이 딱히 없기에 그야말로 자유 시간을 누리고 있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아예 퍼질러 놀고 자고 먹고 있다는 뜻은 아니구요. 학기 중에 하고픈 것들을 맘껏 즐기고 있다는 게 정확하겠네요. 그중에는 피아노 연습하기도 단연 포함되어 있습니다.


     학기 중에는 평균적으로 30~40분을 연습했다면, 방학에는 거의 한 시간 가까이 치고 있습니다. 특히, 최대한 ‘매일’ 연습하기를 시도하고 있는데요. 요즘에 제가 느끼는 바는 ‘하루라도 연습을 안 하면 발전 속도가 상당히 더디어진다’입니다. 평소에는 난이도가 그리 높지 않은 곡들을 위주로 연습했습니다. 그러면 하루에 1~2번만 연습해도 며칠이나 몇 주 연습하면 꽤 자연스럽게 칠 수 있었습니다. 근데 간혹 치고 싶은 플레이리스트 중에서 ‘난곡’이 등장하기도 합니다. 이런 곡은 하루에 10분 내외만 치다가는 왠지 수년~수십 년(?)이 걸릴 것 같더라고요(...)



     하여, 최근에는 당분간 연습할 곡을 딱 정해놓고 그것만 연습합니다. 약 두 곡 정도를 매일 꼬박꼬박 치고 있는데요. 한 곡은 예전에 중학생이었을 때 완곡했던 곡이고, 또 다른 한 곡은 작년에 알게 된 곡입니다. 이 두 곡은 정말 ‘악보가 없어도 끝까지 치리라’는 마음으로 연습하는 중입니다. 평소에 잘 신경 쓰지 않던 <부분 구간 반복 연습>이나 <오른손 왼손 각자 연습>도 꾸준히 하고 있지요. 덕분에 실력이 아주 조금씩 향상된다는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어느 날은 갑자기 연습했던 게 말짱 도루묵(?)이 되어버린 듯한 느낌을 받을 때도 있습니다. 보통 좌절과 짜증이 동반되어 오는 경우가 많죠. 십중팔구 이런 날은 ‘연습을 며칠 쉬었을 때’입니다. 전날에 피아노 연습을 안 했거나, 피아노를 쳤더라도 해당 곡을 한동안 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적절한 연습 타이밍을 놓치면 빠르기도 못 따라갈뿐더러, 손이 잘 안 돌아가는 것 같아집니다. 제일 싫은 건 미스 터치가 많아진다는 점입니다. 며칠 전에는 괜찮게 흘러갔던 부분이 또 다시 뭉개지고 틀린 음이 추가되면, 진짜 피아노 치기가 싫어집니다..


도루묵..


     원래 피아노 학원에 다니거나, 개인 레슨을 받으면 이런 참사가 잘 일어나지는 않습니다. 그 이유는 매일 일정한 시간에 똑같은 곡들을 반복해서 연습하기 때문입니다. 선생님께서 지도해주시는 것의 최대 장점이지요. 제 생각에 대다수의 학생들은 피아노 선생님으로부터 ‘곡을 어떻게 해석하는지’보다는 ‘연습은 꾸준히 잘하고 있는지’를 확인받는 게 중점적인 듯싶습니다. (물론 피아노 전공생들의 경우는 예외입니다.) 곡을 잘 소화하느냐는 부차적이더라도, 연습을 안 해놓으면 혼나니깐요.(-.-;)


“If I don't practice for a day, I know it. If I don't practice for two days, the critics know it. If I don't practice for three days, the public knows it.”


(하루를 연습하지 않으면 내가 알고, 이틀을 연습하지 않으면 비평가들이  것이다. 만약 사흘을 연습하지 않는다면 그땐 대중이 알게  것이다.)


- 작자 미상 (찾아보았는데, Jascha Heifetz, Louis Armstrong, Leonard Bernstein, Arthur Rubinstein 등의 인물들이 이 명언을 이야기했다고 하네요.. 다 달라서 정확히 누가 먼저 말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피아노를 연주하는 사람에게 이 격언은 뼈에 새길만한 가치가 있다고 봅니다. 그만큼 피아노 연주자에게는 연습이 생명과도 같다는 의미이지요. 프로 연주자든, 아마추어 피아니스트든, 저처럼 깔짝대는(?) 일반인 1이든 상관없이 말입니다. 수없는 반복하여 익숙하게끔 만들고, 끊임없이 연습해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야 ‘멋진 연주’가 탄생합니다. 이는 열정과 집중력뿐만 아니라 성실함을 요구하는 일입니다. 모든 성실한 사람이 성공하는 건 아니지만, 성공한 사람 중에 성실하지 않은 사람은 없다는 말은 괜히 나온 게 아닐 겁니다.


뼈에 새기자...


     한편, 이 격률은 비단 피아노를 치는 사람에게만 한정되는 것도 아닙니다. 자신의 분야에 전문성을 갖추고 싶은 모두에게 해당하는 말이 됩니다. 저의 경우를 예로 들어보죠. 앞으로 연구자이자 교육자가 되고 싶은 저로서는 매일 일정한 연습을 해야 합니다. 아마, 논문과 전공 서적을 읽고 그것을 정리하는 일이겠지요. 또, 무언가를 계속 쓰는 일도 포함됩니다. 논문, 단행본, 보고서, 서평, 발제문, 강의 노트 등……. 영어를 비롯한 외국어를 익히는 행위도 여기에 연장됩니다. 결국, 학계의 언어는 영어이며, 언제라도 외국어로 강의해야 하는 날이 올 수도 있으니까요.


     사실, 이 세상의 모든 일이 연습을 요구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무언가 자신 있게 한다는 것은, 그만큼 익숙하다는 뜻이고, 익숙해지기 위해서는 일정량 이상 연습해야 하니까요. 가히 연습하는 자가 살아남는다고 표현해도 어색하지 않으리라고 봅니다. 보통 우리가 반복하는 일은 밥줄이 달리지 않은 이상 ‘하고 싶은 일’이 대부분입니다. 좋아서 하는 일인 것이죠. 하지만 때로는 그 좋아서 하는 일도 싫증이 날 때가 꼭 있습니다. 대개 일정 수준 이상의 실력을 끌어올리는 시기입니다. 이 순간, 계속할지 그만둘지는 전적으로 우리에게 달려 있습니다. 지금의 선택이 훗날의 역량을 만들어내게 됩니다.


     킹스맨은 말했습니다.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고요. 도마 안중근 선생님은 말씀하셨습니다.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는다고요. 저는 말합니다. 혹시 이루고자 하는 뭔가가 있나요? 그렇다면 연습만이 살길입니다.


한때 이거 연습 많이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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