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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준봉 Aug 12. 2021

음악가의 삶을 생생하게 경험해보고 싶지 않나요?

서울예고를 졸업한 프로 연주자들의 후일담

     브런치를 하면서 좋은 점은 저처럼 글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몇 개월 전에, 저는 댓글 하나를 읽게 되었습니다. 제가 게시한 포스팅 글에 달린 댓글이었어요. 어떤 분께서 저의 이야기를 읽고 난 다음에, 책을 한 권 추천해주셨습니다. 그분은 소개해준 책의 저자이기도 하셨는데, 공저한 책의 저자 중에 한 분이 저와 매우 비슷한 배경을 갖고 있다고 귀띔해주셨습니다. ‘피아노 치는 목사’라는 챕터가 있다고 알려주셨는데, 딱 저의 상황과 맞겠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지역 공공 도서관에 책을 신청해놓고, 여름방학이 되어 본격적으로 읽기 시작했습니다. 책의 저자는 총 10명이었는데, 모두 서울예술고등학교를 졸업한 분들이셨습니다. 한 마디로, 이 책은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서울예고를 졸업한 저자들이 지금까지 살았던 삶을 다채롭고 풍부하게 나타내어줍니다. 각 저자가 전공한 분야들도 다양했습니다. 피아니스트뿐만 아니라, 바이올리니스트, 더블베이시스트, 클라리네티스트, 작곡가, 성악가 등으로 말입니다. 현재 종사하시는 직업들도 그만큼 폭넓었는데요. 공무원, 스타트업 직장인에 목회자도 있었습니다.



     우선, 저는 관심 있게 보아둔 ‘피아노 치는 목사’ 부분을 읽었는데요. 한때 전문적인 피아니스트로서의 진로를 준비하였으나, 개인적인 사정으로 인하여 목회자의 길을 새롭게 걸어가시는 모습이 참 인상 깊었습니다. 하고 싶은 것을 포기하였을 때 느끼는 불안, 좌절, 절망 등의 감정이 얼마나 힘드셨을까? 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예전에 피아노를 전공했던 나날이 결코 헛된 것은 아니었습니다. 목회를 하시면서도 얼마든지 피아노 실력을 활용하여 이웃을 섬기고 계셨기 때문입니다. 또한, “음악으로 신학을 한다”는 말씀도 상당히 흥미로웠습니다. 저도 나중에 시도해보면 좋겠다 싶었습니다.


     이외의 챕터들도 재미있고 유쾌하며, 깊이 공감되는 내용이 주를 이룹니다. 각각의 저자들이 전문 연주자였던 시절을 회상하면서, 음악도에게 꿀팁과 조언, 격려를 전해주시는데, 이것을 초등학생 혹은 중학생 때 읽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음악을 전공하기로 확고하게 마음을 굳힌 사람이라면 꼭 한번 읽어보시길 추천합니다. 연습과 예술인에 관한 마인드뿐만 아니라, 음대 유학을 포함하여 대학 입시나 콩쿠르, 연주 기회 등에 대한 실제적인 정보들도 친절하게 설명해주고 있거든요.


     한때 저도 예고에 진학하기를 염원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중학교 1~3학년 정도의 시기였죠. 어렸을 때부터 피아노를 연습하기 시작했지만, 도통 음악과 그리 친하게 지낸 것 같지는 않았어요. 피아노의 매력에 흠뻑 빠져든 건 중학교 1학년 말 정도였는데, 그때는 다른 사람들에 비해서 늦은 나이였습니다. 그래도 예술고등학교에 가기 위해서 서울에 계신 교수님께 개인 레슨도 받으러 가고, 여름방학에는 화성학 교재를 붙들고 씨름했던 기억이 나네요. 결국에는 목회자로 진로를 변경하면서, 피아노를 완전히 손에서 떼고 말았죠. 그러하기에, 제 마음 한켠에는 예고에 대한 약간의 아쉬움과 궁금증이 남아 있었어요. 이 책을 읽으면서 그런 점들을 속 시원하게 풀기도 했답니다.


그때 친구는 학원에서 영어랑 수학할 때, 저는 이 교재를 들고 있었지요..ㅎ


     책에 등장하는 모든 저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하나의 길만 있는 것이 아니다!” 라고 말입니다. 인생은 생각보다 자신이 계획한 대로 풀리지 않을 때가 많지요. 소위 엘리트 코스라고 불리는 과정을 누구나 꿈꾸지만, 그러한 기회는 모두에게 주어지지 않습니다. 한편, 그게 꼭 최고의 행복을 전달해주는 유일한 길이라고 말할 수도 없습니다. 누구는 그와 다른 삶의 결을 만들어가지만, 더 큰 보람과 기쁨을 누리고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자기 자신이 선택하고, 그것에 성실하게 책임을 지는 삶. 거기에서 의미와 가치를 느끼는 사람이 진정 행복한 아티스트가 아닐까 합니다. 그 사람이 어떠한 일, 직업을 갖고 있느냐는 부차적인 문제입니다.


     서울예고를 졸업한 분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호기심으로 그냥 서울예술고등학교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았습니다. 학교는 어떻게 구성되는지, 분위기는 어떤지 궁금한 마음이 들어서였습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까,  학교가 기독교 이념을 기반으로 설립되었다는 사실알게 되었습니다. ‘교목실 운영하면서, 종교 교과도 수업 시수에 포함되어 있더군요. 학부  기독교 교육 교직 이수를 수료하고, 이제 목사가 되는 학위 과정에 있는 저로서는 무척 반가웠습니다. 훗날, 서울예고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게 된다면 얼마나 행복할까요? 그토록 진학하고 싶었던 서울예고에서 교원으로 일할  있다니! 물론 그러기가 쉽진 않겠지만, 만약에 소망이 현실이 된다면, 가장 먼저  책의 저자분들께 감사 인사를 전해드려야겠습니다.(^^;;;)


@Seoul Arts High School


     서평의 결말을 김칫국 마시는 내용으로 채웠지만, 아무튼 이 책은 음악과 예술에 관심이 있는 누구라도 흥미롭게 읽을 수 있습니다. 가슴 속에 한 번쯤은 동경했던 삶의 모습과 정취를 그대로 만끽하는 체험을 하게 될 것입니다. 음악을 전공하려는 분들은 두말할 필요 없이 바로 책장을 넘기시면 되겠습니다.


끝으로, 이 책을 소개해주신 이화음 선생님께 다시 한번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P. S. 이 글은 어떠한 금전적인 지원이나 보상을 받지 않고, 자발적으로 서술하였음을 명시합니다. 이런 걸 '내돈내산'이라고 하나요? 아, 근데 제 돈으로 직접 구입하진 않았고, 도서관에 신청해서 구입한 책이니까 그것도 정확한 표현은 아니네요.. 결론은 강추한다는 겁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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